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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난 사람의 자취.
    AROUND ME/People 2010. 10. 18. 03:41
    대학원 시절 프로젝트 과제 때문에 헤매던 저를 도와주신 다른 전공자가 한 분 계셨습니다. 생면부지였던 제가 전화까지 하며 무리한 부탁을 하는데도 흔쾌히 도와주셔서 과제 제출은 무사히 끝냈죠. 아 정말 모범이 안되는 나의 학창시절. 

    아무튼 그분께 나중에 꼭 보은하려고 했는데 전공이 다른 지라 학교에서 마주치기도 힘들었고, 졸업후에는 당연히 연락할 기회조차 없었죠.  그게 한 3년 전쯤이려나요. 그때 학회보에서였나, 누군가에게서였나 결혼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파일 공유때문에 네이트온을 맺었었는데, 오늘 싸이에 로그인하니 그 분 생일이라고 뜨길래 반가운 마음에 홈피에 들어가 봤습니다. 여자분인데 성함이 남자 이름 같아서 기억이 났죠. 거의 3년만에 보는 이름이었던듯. 

    가장 최근 업데이트 글을 보니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의 마음 아픈 그리움의 글이 있더군요. 그런데 글쓴 이가 남자였습니다. 예상하기로는 그 분 남편 같았는데.... 그래서 첨에는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을 기리며 남편이 쓴 글을 아내분이 스크랩해 온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첩을 보니 아빠가 이제 두 살배기 정도된 아들이랑 여행다녀온 사진이 있고, 돌잔치 사진도 있는데 어찌된게 아빠밖에 안보입니다. 이상하다 싶어보니 게시판이 죄다 남편이 쓴 글 뿐입니다. 그래서 그 글들을 거꾸로 읽어 나갔는데.... 

    세상에, 아기 엄마가 출산한지 1년도 안되어 돌아가셨더군요. 아마 암이셨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얄궂게도 그 분의 생일과 기일이 비슷한 시기인듯 했습니다.  기일이 바로 얼마전인듯 하더군요. 

    떠난 사람의 자취가 남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분이 떠난 뒤 1년 동안 남편분이 게시판에 틈틈히 쓴 편지형식의 글을 보면서 정말 맘이 아프더군요. 

    떠나시기 직전까지 본인이 직접 일기처럼 쓰던 이야기들... 빨리 건강해 져야겠다는 다짐,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자랑으로 일관하던 그 분의 글이, 어느 시점부터는 남편께서 쓴 그리움과 사무침의 글들로 바뀌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친했던 사이도 아니고 그냥 작은 도움 받은게 전부였지만, 딱 봐도 능력있고 마음밭도 좋으셨던 분인데...  왜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일찍 떠날까요.  남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고 더 선하게 살도록 깨닫게 하기 위해서?  사진속의 아기는 아직도 해맑게 웃기만 하더군요.

    마음이 아프네요. 전 어제가 결혼 2주년 기념일이었는데.... 아내에게 더 잘하고 건강에도 유의해야 겠습니다. 이런 다짐조차도 너무 얄팍해 뵈네요.  

    늦었지만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아기도 엄마 닮아서 훌륭한 사람으로 클거에요. 아기 아빠도 너무나 훌륭한 분이시니까요.


    아참 그때 프로젝트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 덕분에 졸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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