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국경에서 (Hart an der Grenze) - 밀수를 테마로 한 눈치싸움
    BOARD GAME/Reviews 2007. 12. 12. 18:01



    'Hart an der Grenze' 영어로 'Right at the Border'란 뜻이란다. 그러니까 [국경에서]

    박스에 있는 그림이 모든걸 말해준다. 국경을 넘는 여행객들의 가방 안에 혹시 불법 품목이 있지는 않은지 보안관이 검문을 한다. 만약 불법물품을 갖고 간다면 걸린다. 구태의연한 스토리. 그런데 이 게임은 좀 다르다. 말그대로 '뇌물'을 통해서 무마할 수 있는 것이다.


    [국경에서]는 박스를 열자마자 탄성이 나올 법한 구성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백미는 상품을 담는 용도의 슈트케이스. 철제로 만들어진 케이스들이 모두 6가지가 있다. 이것때문에 박스 크기가 커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값을 하는 구성품이다. 사실 매 라운드마다 담는 카드가 최대 5장이기에 좀 큰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분위기는 잘 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성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트 케이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드 내역서 포함

    하지만 아쉬운 콤포넌트도 있다. 단순히 스코어링 이상의 의미를 갖는 지폐가 바로 그것. 지폐의 디자인도 꽤 재치있게 되어있지만 재질이 너무 약하고, 게임중 신속하게 쓰기에는 수량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기존의 지폐는 놔두고 아예 스캐닝을 해서 새로 만들기도 했다.
    (국경에서 지폐 제작 이야기 -> http://yoopage.com/275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로 만든 지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압수/추가 조사 마커

    카드는 큼지막하고 좋다. 합법 품목인 '물병', '마라카스 (일명 '방망이','딸랑이'), '솜브레로 (일명 '모자)' 그리고 불법 품목인 '담배', '테킬라 (일명 '술')', '동상' 이 그려져 있다.

    또 하나 재밌는 콤포넌트는 보안관 뱃지. 뒤에 빨래집게가 달려 있어서 옷에 달기 편하게 되어 있다. 게임 끝나고 마지막 보안관이었던 사람이 집에 갈때 달고 가지 않도록 조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품 카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안관 뱃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래집게가 달렸다. ㅋ


    각 플레이어는 슈트 케이스와 돈 30달러. 압수마커를 갖고 시작한다. 만약 5~6인플일 경우에는 흰색인 추가 조사 마커까지도 받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기 세팅


    모두 3라운드로 구성되어 있고, 각 라운드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면서 보안관을 한번씩 맡으면 끝난다. 게임이 시작되면 보안관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다섯장 받고, 자신의 슈트 케이스에 상품 카드를 집어 넣는다.

    상품 카드를 넣을때는 원칙이 있다. '한 종류의 합법품만'

    그러나 그 원칙을 지켜도 되고 안지켜도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칙을 준수한 경우. 마라카스만 두 개 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라카스 두개는 합법이지만 담배와 데킬라까지 넣었다. 불법

    중요한 것은 합법품이라 해도 '한 종류'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수는 상관 없어도 꼭 한 종류여야 한다.

    모두 상자에 넣으면 각자 보안관에게 자신의 슈트 케이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고 한다. 물론 제대로 보고해도 되고, 거짓말로 보고해도 된다.

    보고를 받은 보안관은 플레이어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슈트케이스를 열라고 한다. 만약 지목당한 플레이어가 슈트케이스를 열었을 경우, 보고한 품목과 슈트케이스 안의 내용이 일치한다면 공정하게 보고를 했으므로 보상금을 받는다. 그러나 슈트케이스 안의 품목이 보고한 내용과 어긋나다면 보고와 다른 카드는 버려질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벌금을 지불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랑이 두 개 제대로 보고 했으므로 개당 2달러씩 4달러의 보상금을 받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랑이 두개를 보고 했으나 보고 외의 품목인 시가와, 테킬라, 모자가 더 있다. 14달러의 벌금 부과.


    수색 당하지 않은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가방 안의 카드를 꺼내서 가방 뒤에 둔다. 조사 당한 플레이어도 뺐기지 않은 카드는 가방안에 둔다. 이 카드들은 라운드 종료후 계산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과된 물품은 따로 챙겨 놓는다. 보안관 턴이 돌때마다 누적시킨다.


    여기서 끝? 물론 아니다. 이 게임의 백미는 보안관에게 지목당한 플레이어가 슈트 케이스를 열지 않는 그 순간에 있다. 그는 슈트 케이스를 여는 대신 뇌물을 주며 조사를 무마시킬 수도 있다. 어짜피 보안관은 지목 당한 플레이어가 내는 벌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벌금은 은행에 낸다) 따라서 그냥 뇌물을 적당히 챙기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협상이 성사되면 보안관은 뇌물만 받고 자신의 차례를 끝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걸로 시원한 거라도 한 잔.." "허허..이거 왜 이러시나. 겨울인데 시원한거? 안 마셔..."

    모두가 돌아가면서 보안관을 끝내면 이번 라운드 중에 통과시킨 모든 카드들을 챙기고, 그 중 나중에 두 배로 팔게될 카드를 최대 세 장까지 뽑아서 따로 챙겨 놓는다. 하지만 이 경우 따로 챙겨 놓는 카드들을 두 배는 커녕 아예 팔 수 없는 상황도 생기므로 잘 판단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 싶으면 차라리 그냥 빼지 않고 지금 원가로 계산해버리는 것도 현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배 계산을 위해 따로 빼놓는 카드들. (최대 3장)

    따로 빼놓은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들은 공개해서 계산한다. 합법적인 품목보다는 불법적인 품목의 가격이 -당연히- 훨씬 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정도면 어느 수준?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진짜 대박을 노리지도 않은 준수한 수준이랄까.


    사실상 불법 품목을 들여온 플레이어는 보안관에게 걸릴까봐 오매불망 했을지는 몰라도 그 차액의 손익이 크기 때문에 여느 보상금이나 벌금의 득실과는 차원이 다른 수입을 얻게 된다. 이렇게 계산을 하고 난 다음에는 2라운드가 시작된다.

    게임 중 사용하는 별도의 룰은 흰색 마커인 '추가 조사'와 '압수' 마커. 이들은 보안관일때 사용하며 게임 중 단 한 번씩만 사용이 가능하다. '추가 조사'는 통상적인 조사를 한 번 더 할 수 있는 마커. 따라서 이 마커를 아직 사용하지 않은 보안관이 많다면, 한 사람의 조사가 끝났다고 섣불리 안심해서는 안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찌보면 조사보다 더 무서운 '압수'

    '압수' 마커는 뇌물 흥정도 없이 그냥 특정 플레이어의 가방을 무조건 압수하는 마커다. 압수된 가방에 있는 품목 중 신고와 일치하는 카드들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지만, 그 외의 카드는 보안관이 가져간다.

    3라운드까지 끝나면 라운드마다 따로 챙겨 놨던 2배 판매 용도의 카드들 (최대 9장)을 챙긴다. 이 카드들은 모두가 2배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방 안쪽의 2배 판매 가능 갯수 목록을 참조한다.

    각 플레이어 인원수에 따라 한 품목이 2배로 팔릴 수 있는 최대 한도가 정해져 있고, 그 경우 특정 품목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플레이어부터 2배로 팔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말 그대로 틈새를 공략하느냐, 비싼 품목에 대해서 무대뽀로 밀어붙이느냐의 문제이다.


    한 마디로 게임의 중간중간 요소가 박진감 넘치고 웃음보 터지는 순간의 연속이다. 블러핑과 협상의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고, 그 특성상 플레이어들의 성격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많이 좌지우지 된다.

    예를 들어서 이런거다. 뇌물 협상을 할때...

    A : 뭐 들었어?
    B : 모자 3개.
    A : 수상한데 열어봐.
    B : 에이 뇌물 5달러 줄테니 봐줘.
    A : 음.. 그래. 패스.


    이런것 보다....

    A : 아이구..뭐 가득 들은듯 하네?
    B : 모자 3갠데?
    A : 담배 3개?
    B : 모자 3개...귀가 어케 되셨남?.
    A : 담배 같은데?
    B : 열어봐?
    A : 오 그래 열자. 여세요.
    B : 연다 열어.... (멈칫).. 그런데 말이지..
    A : 뭐야. 왜 이러셔. 열어 열어 연다며...
    B : 허허.. 이거 뭐, 약소하지만 가다가 식사라도 (3달러 건넨다)
    A : 왜 이래. 날 뭘로 보고..3달러를 어디 코에 붙여? 그냥 열어. 모자 구경이나 하자.
    B : 그럼 4달러. 나 이거 주면 딱 플러스 마이너스 0 이야...!!
    A : 5달러로 하자.
    B : 이런 강도를 봤나. 5달러는 안돼. 차라리 열고 말지.
    A : 음.. 그럼 열자
    B : 에라이~ 연다. (가방 잡는 찰나)
    A : 4달러! 오케!

    이런 분위기로 가는게 재밌다는 것이다. 여기에 압수 마커 사용이나 2배 판매로 인한 반전까지 동원되면서 그야말로 게임 분위기는 점입가경이 된다.

    멤버의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재미의 진폭은 실로 크다. 그리고 최근 몇판 돌리면서 -물론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돌린 탓도 있지만 - 이 게임을 할 때마다 분위기는 아닌 말로 '뒤집어 지는' 분위기였다.

    전략적인 머리쓰기나 정교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닌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이지만, 그 속성때문에 한 판 돌리고 나면 지쳐버릴 정도다. 뇌물이라는 개념 때문에 분명 교육적인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 들어 알거 다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퇴폐적(?)인 테마로도 충분히 즐겨볼 만한 게임이다. 게임 테이블 앞에서 박장대소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필히 권할만한 게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