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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노트르담 드 빠리
    CULTURE/ETC 2006. 3. 3. 03:45

    '평단의 극찬', '오리지널 캐스팅', '초유의 매진사태' 같은 이슈들보다도 더욱 나를 끌었던 것은 주변에서 이 공연을 본 지인들의 감상이었다. 사실 의외로 평이 좀 엇갈리는 양상이었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욱 이 공연에 관심을 갖게 했다.

    빅토르 위고가 써내려간 콰지모도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바. 부끄럽게도 나는 그 위대한 원작보다도 대딩때 극장에서 본 '월트 디즈니'의 [노틀담의 꼽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라인이 더 기억에 남아 있었다. (거기선 콰지모도, 에스메랄다, 퓌버스가 다 살아남고, 콰지모도는 친절하게시리 두 사람의 중매 역할까지 하며 끝난다.) 부모님 세대야 안소니 퀸의 콰지모도와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에스메랄다를 기억하시겠지만. 뭐 아무튼....

    일갈 평하자면... [캣츠]가 안무로 풀어나가는 몸의 구성으로 이끌어지는 뮤지컬이라면, [노트르담 드 빠리]는 노래로 풀어나가는 보컬의 구성으로 이끌어지는 뮤지컬이다. 캐스트들의 보컬은 발군이었으며 수차례 공연의 후반기임에도 찌렁찌렁 울리는 목소리로 확실하게 멜로디 라인을 각인시켜 준다.

    집시들의 집단 안무, 그리고 주요 무대가 되는 성곽에서 지지대를 타고 원숭이처럼 오가는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춤들은 보컬들의 퍼레이드에 충분한 서브 역할을 잘 해주었다.

    집단 안무의 역할이 큰 기둥을 삼을때 쯤이면 무대는 파리의 노틀담이 아닌, 현대의 뉴욕 뒷거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힙합 복장에 브레이크 댄스, 마트 주차장에서 쓰일 법한 칸막이용 철제 펜스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긋난 고증이 아니라, 하이브리드함을 표방하는 일종의 의도적 구성같이 느껴졌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다소 지루한 감도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이 이야기가 이미 우리에게 친근한 플롯이기 때문이어서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리자벨리가 선택된 고양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도, 록시와 벨마가 결국 손을 잡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팬텀이 크리스틴과 라울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캣츠]와 [시카고]와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가지 않는가?

    하지만 [캣츠]에는 "Memory"가 있고, [시카고]에는 "All That Jazz"가 있고, [오페라의 유령]에는 "All I Ask of You"가 있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빠리]에서는 떠오르는 노래가 없다.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뮤지컬 (혹은 뮤지컬 영화)을 볼때마다 친근한 레퍼토리의 리사이틀을 들으며 극적인 쾌감을 느끼는 편인 나에게 생소한 곡들로 이어진 공연은 지루함이 좀 컸다.

    각 장의 서막에서 흘러나오며 변혁하는 세계와 종교, 과학을 아우르는 염세적인 - 한 편으로는 관조적인 세계관으로 발해지는 노래 가사들 역시 특이했다. 좁아지는 세상, 발전하는 기술, 그 안에서 신과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이방인처럼 운명의 틈에 끼여 돌아가는 모습을 들려주는 (아니 보여주는.. 자막이니까) 가사들은 이 비극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극찬들이 아주 와닿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을듯. 아울러 내가 얼마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길들여져' 있는 가를 확인하게 되는 기회였다. T_T

    총평하자면....또릿또릿한 스토리 라인과 스펙타클한 무대세트 보다도, 뮤지컬의 원초적인 요소에 더 충실한 프랑스산 뮤지컬..뭐 이 정도라고나 할까. 4월 초순에 또 하나의 프랑스 뮤지컬인 [십계 (Les Dix)]를 보게 될텐데 이 작품은 또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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