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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문명의 기싸움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 (Euphrates & Tigris)
    BOARD GAME/Reviews 2009. 7. 22. 09:00


    내가 보드게임을 처음 입문 했을때, 세계 최고의 보드게임 사이트인 보드게임긱(http://boardgamegeek.com)의 순위의 1위는 [푸에르토 리코] 였고 2위가 바로 이 게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였다. 

    2004년의 [파워그리드], 2005년의 [Twilight Struggle]을 필두로 2위 수성이 조금 위태해졌고, 지금은 2007~8년 작들의 맹공에 8위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명작은 명작. 현재 긱 순위 10위권 안에 있는 게임들 중에서 90년대에 만들어진 게임은 [엘 그란데]와 이 게임 뿐이다.

    다작의 제왕 라이너 크니지아의 작품.

    구성물. 한글판에서 가져온 매뉴얼도 있다.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일들

    점수 마커

    지도자 마커



    이 게임 (네덜란드 버젼)... 어렵게 구했다. T_T

    이 게임의 구입에 대한 사연이 길다.

    사실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는 구하기 힘든 게임은 아니다. 메이페어(Mayfair)사의 영문 버젼은 이미 잘 알려져있고, 게다가 얼마전에 룰이 추가된 리뉴얼 버젼도 나왔기 때문에 아주 구하기 힘든 편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의 퍼블리셔에 대한 편견이 없는 나조차도 메이페어사의 제품들은 영 땡기지가 않는다. 일단 너무나 사실적인 일러스트가 좀 징글(?)스러운 면도 있고, 제품의 퀄리티도 안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메이페어사의 게임이 3가지였다. [카탄], [모던 아트], [폼페이의 몰락]. 이 중 독어 버젼과 전혀 차이가 없는 [폼페이의 몰락]을 제외하고, [카탄]은 한글판으로, [모던 아트]는 포르투칼 버젼으로 바꾼 것도 역시 메이페어에 대한 인상 때문이었다. (카탄 3D 버젼을 갖게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또 하나의 메이페어게임이 집으로 오겠지만...)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도 영문판 외에 다른 버젼들이 있다. 특히 한글판은 제작사가 사라지면서 절판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초기 물량을 많이 찍어내는 바람에 절판된지 몇년이 지났지만 몇몇 쇼핑몰이나 중고 판매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매매되고 있다.  게다가 한글판의 디자인은 연한 파스텔 톤의 느낌으로 만들어진 독어판의 디자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3년전쯤 한글판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하지만 [티유]의 한글판은 -디자인은 좋았으나- 품질이 최악이었다. 특히나 그 보드. 시간이 지날수록 물먹은 나무판처럼 사지가 뒤틀리고 그 뒤틀림이 너무 심해서 위에 바른 종이가 찢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무거운 책 더미로 눌러놔도 하루만 지나면 원상복귀. 결국 정상적인 게임을 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러던 중 다이브다이스의 중고 장터에서 신촌에 있는 한 보드게임 카페의 페업정리 소식을 보았고, 그 리스트 가운데 [티유]의 999 게임즈-재판(reprint) 전문 퍼블리셔-의 네덜란드 판이 있는 것을 보았다. 신촌의 보드게임 카페로 가서 상태를 확인했더니 가히 극상의 품질.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했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티유]의 사연많은 구입을 끝냈다. (한글판은 지금도 영기형 사무실 어딘가에 쳐박혀 있다.)

    초기 세팅을 위해 지정장소에 종교타일, 유물을 올려놓는다.



    가림막 뒤에는 여섯개의 타일을 랜덤하게 가져다 놓는다.




    게임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배우기는 쉬운데 이기기가 어려운 게임'이라고나 할까. 

    일단 기본 개념은 네 종류의 분야다. 타일이나 지도자의 색깔에 따라 분야가 결정된다. 적색은 종교분야, 흑색은 군사분야, 파란색은 농사분야, 녹색은 상업분야다.

    자신의 턴이 되면 플레이어는...

    1. 지도자 마커를 새로 놓거나 이동 혹은 제거
    2. 타일을 놓기
    3. 가림막 뒤의 타일의 교환
    4. 파괴 타일 놓기

    4가지 액션을 원하는 조합으로 두 번 할 수 있다. 

    이 왕국에는 상업 지도자와 군사 지도자가 함께 있다.


    지도자와 타일의 이어진 영역을 왕국이라고 하는데, 한 왕국에는 각 분야의 지도자가 한 명 밖에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상대방 지도자라 해도 분야만 다르면 같은 왕국에서 공존할 수 있다.

    농업 지도자가 있다. 농사 타일은 꼭 물 위에 놓아야 한다.


    타일을 놓았을때 해당 색깔의 지도자가 그 왕국에 있다면 점수 마커를 얻는다. 이는 분쟁 없이 제일 기본적으로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점수 마커. 종교 2점, 농업 1점이다.


    초반 분위기 아직까진 평화롭다.


    물론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만으로 점수를 얻어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점수 획득이라던지 상대방의 견제는 분쟁을 통해서 이뤄진다. 

    분쟁에는 내부 분쟁과 외부 분쟁이 있다.



    내부 분쟁... 한 왕국엔 오직 한 지도자만!

    이 왕국에 종교 지도자가 두 명 들어오셨다. 내부 분쟁!


    내부 분쟁은 한 왕국 안에서 일어난다. 말 그대로 '내부' 분쟁이다. 한 왕국 안에 같은 분야의 지도자 두 명이 들어오면 일어난다. 

    사자는 인접한 종교타일이 한 개, 물소는 인접한 종교타일이 두 개. 여기에 각각 두 개, 한개를 더 해서 3:3 이 되었다. 따라서 방어자인 물소가 승리


    분쟁의 주체가 된 두 명은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적색) 타일을 원하는 만큼 꺼낸다. 여기에 자신의 지도자 마커가 인접한 종교 타일 갯수를 더해서 수가 더 많은 사람이 이긴다. 같을 경우에는 방어자가 이긴다.

    사자 종교 지도자는 빠이빠이. 물소 종교 지도자는 적색 큐브 하나를 받는다.


    내부 분쟁의 결과는 패자의 철수, 그리고 종교 점수 큐브 1점 뿐이다. 확실히 내부 분쟁은 소박한 면이 있다.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의 본격적인 전쟁은 역시 외부 분쟁을 통해서 일어난다.



    외부 분쟁... 한 개의 왕국이 될 나라. 지도자는 미리 정리해두라.

    가운데쯤 있는 악수하는 타일이 바로 외부분쟁을 알리는 타일. (근데 왜 악수를 하나?) 두 왕국이 각각 군사 지도자를 갖고 있다. 왕국이 하나가 되기 전에 군사 지도자 한 명은 나가주셔야 한다.


    외부 분쟁은 두 개의 왕국이 합쳐질때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합쳐질 두 왕국에 각각 같은 분야의 지도자가 있을 경우에 일어나는 것이다. 당연하겠지. 왕국이 하나가 되면 각 분야의 지도자도 한 명만 필요할테니.

    물소 군사 지도자는 자신의 왕국에 군사 타일이 네 개. 여기에 두 개를 추가한다. 사자 군사 지도자는 자신의 왕국에 군사 타일 한 개.. 지원 타일은 내나마나.


    내부 분쟁의 경우 오로지 종교타일의 갯수로만 자웅을 가렸지만, 외부분쟁에서는 왕국에 있는 해당분야의 타일들 전부를 계수해서 판가름을 한다. 물론 여기에 각 플레이어가 가림막 뒤에서 추가로 지원 타일을 내놓을 수도 있다. 

    사자 군사 지도자, 그리고 이미 놓은 군사타일이 모두 날라가고 그만큼의 검은색 큐브(2개)를 물소 플레이어가 포상으로 받는다.


    외부분쟁은 포상도 화끈하다. 일단 패자의 왕국에 있는 지도자, 그리고 해당 분야의 타일 모두가 날라가고 날라간 타일+1 만큼의 큐브를 승자가 포상으로 받는다. 규모가 큰 외부분쟁일 경우 받게 된는 포상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타일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왕국의 지형도가 변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 외부분쟁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아무튼 외부 분쟁은 이 게임에서 제일 숨막히는 순간이다.



    그외에 재밌는 요소들. 기념탑과 파괴타일

    농업 타일 네 개가 정방형으로 모이면...


    기념탑이 하나 생긴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기념탑. 2x2로 같은 색깔의 타일이 모이면 해당 타일들이 사라지면서 세울 수 있다. 기념탑은 매 턴이 끝날때마다 소유주에게 추가 보너스 타일을 주게 된다. 월급처럼 받게되는 기념탑의 수혜도 무시 못한다.

    파괴 타일


    게임 중 중요한 것은 파괴 타일. 각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중 2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파괴 타일은 중요한 연결지점을 끊으면서 게임의 상황을 급변하게도 한다.



    게임은 초기 세팅때 배치했던 유물 10개 중 8개 이상이 소진되면 끝난다. 여느 복잡한 시스템의 전략 게임보다는 비교적 플레이 타임도 짧은 편이다. 물론 장고를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좀 상황이 다르지만. (하기야 장고하는 플레이어는 젠가도 오래 걸리니 뭐..)



    독특한 점수 계산

    점수 계산 방법이 독특하다. 사실 라이너 크니지아의 게임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산법이긴 하다. 획득한 각 분야의 큐브들의 점수를 비교해서 '최저 점수' 큐브를 실질적인 점수로 한다.

    다른건 다 점수가 20점대로 높은데 농업분야만 2점이다. 이러면 최종 점수는 겨우 2점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검은색과 파란색을 유물 (조커)로 채워서 모든 분야를 17점으로 고정했다. 최종 점수 17점


    결국 모든 분야에 대해서 균등하게 점수 획득을 하라는 것이다. 분쟁 처리하기에도 골머리가 아픈데 균등한 점수 분할까지 신경쓰다보니까 그야말로 엄청난 전략들이 가미가 된다. 간단한 점수 계산의 변주가 게임중의 전략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타일 놓기 내지는 바둑이나 장기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테마를 잘 잡아서 다채로운 변주를 준 게임이다.

    흔히들 라이너 크니지아의 게임에 대해 '테마의 무관함'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곤 하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선 나름 그 느낌이 잘 살아난다. 지도자들이 종교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언제나 종교 타일 옆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나, 농업 타일은 관개를 위해서 늘 강 위에 놓아야 한다는 세세함 면모들이 이런데 일조하고 있다. 그의 게임들 가운데서 [모던 아트], [위너스 서클]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다.

    얼마전 몇가지 컴포넌트와 룰이 추가된 새로운 버젼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는 오리지널 버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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