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나 신문 지상으로 꽤나 알려진 정자동 카페 골목이 집에서 지척이란 것은 상당히 독특한 기분이다. 근처에 놀러왔던 친구들이 급전화로 '거기서 괜찮은데가 어디냐?'라고 묻는 경우도 몇 번 있었고...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말한 것 뿐인데 '와 거기 카페 골목 있잖아'라고 감탄하는 이도 있었고.. 내가 그렇다고 뭐 카페 '골목'에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카페 가서 죽치고 앉아서 음악 들으며 책 보거나 글 쓰는것은 꽤 오래된 나의 일상 루틴이다. 대부분 이런 루틴은 '그러고 있다가 약속이나 모임에 가서 조인하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작 분당에 있는 카페에는 갈 일이 별로 없다. 차라리 강남, 혹은 더 안쪽 시내에 가 있어야만 재빨리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약속이 없는 오늘 그 말많은 카페 골목으로 가봤다. 내가 찾는 곳은 호젓한 분위기의 카페이건만 정자동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재밌는 것은 카페 별로 '바글바글'의 편차가 있다는 점. 그래서 아싸리 손님 없는 카페에 갈까 생각했지만 그런데 가면 웬지 종업원들의 과잉친절이 있을것 같고, 그래서 적당한 분위기의 카페로 들어갔다. (사실 이 동네에서 괜찮은 카페를 찾으려고 고민하는거 자체가 -커피 맛을 아주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무의미해 뵌다. 다 그게 그거 같은걸.)
아, 근데 나쁘지 않다. 넘 늦은 시간도 아니고... 귀에다 아이팟 꽂고 있으니 시끄럽지 않고... 낯선데 와서 그런지 글빨도 받고, 읽던 책이 재미 있어서 글쓰다 지치면 작업 전환(?)도 가능하고...가끔 창밖에 뵈는 경치 좋고.
좋은 카페 찾으니 '마트 가기'등이 포함되어 있는 내 커플 로망의 리스트중 하나가 떠오른다.
'호젓한 카페에서 둘이 앉아 책보거나 글쓰거나 하면서 시간 보내기'
물론 그러고만 있으면 뻘쭘하니 가끔 대화도 해주면서 말이다. 맨날 뭔가 '할 꺼리' 찾으려면 얼마나 지치겠냐. 이렇게 편하게도 살아야지. 물론 그녀가 이런 플랜을 황당해 한다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