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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구매에 영향을 주는 조건들BOARD GAME/Articles 2007. 10. 21. 06:13
홍대 근처에 있는 루비콘 (http://lubicon.com) 특설 매장에서 [에보 (Evo)]를 샀다. 여느 사이트에서 4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인데 15000원에 샀으니 꽤나 저렴하게 구입한 셈.
사실 [에보]를 해 본적은 없다. 가끔가다 사놓고 제대로 게임도 못해본 채 방출하는 경우가 있어서 마음속으로 세운 원칙 중 하나가 '일단 어디서든 플레이 해보고 재미를 느꼈던 게임만 구입'이었는데, 사실상 내가 주선하는 모임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임에 나갈 기회가 점점 사라지다보니 구매원칙도 조금 바뀌게 되었다.에보 (Evo)
[에보]를 구입한 이유는 '테마의 재미'때문이었다. 공룡의 멸망 직전 각종 진화를 통해서 다양한 공룡을 만든다는 기발한 테마가 잔재미를 줄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이처럼 '테마'는 나에게 게임 구매 기준의 중요한 요소다.
내친 김에 '나만의 게임 구매 기준 요소'를 한 번 정리해 봤다.
1. 해봐서 재밌었던 게임.
여타 모임에서 해봤다가 완전하게 필이 꽂힌 게임들. [부루마불] 류가 아닌 본격적인 보드게임을 처음으로 접해본 것이 낮은우리74 친구들과의 만남에서였는데, 이때 배웠던 [루미큐브]나 [로얄터프]가 여기에 해당한다.루미큐브
로얄 터프의 재판인 위너스 서클
에이지 오브 스팀
클라우드 9
2. 명성이 자자한 게임.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최근 몇 년동안 명작의 호칭을 들었던 게임들을 그냥 구입해서 매뉴얼 탐독후 플레이해 본 적이 종종 있다.대표적인 것은 역시 [카탄]. 사실 첫 플레이를 어슴프레하게 해 본 기억만 남은 상태에서 2005년 여름 휴가때 그냥 큰 맘먹고 구입해서 영기형네 부부, 인보와 밤을 새며 플레이 한 뒤로 내 취미생활의 획을 그었던 작품이다. 그때 [카탄]이 아닌 엄한 게임을 해서 재미 못 붙였으면 어찌 되었을고... 그 외에 [플로렌스의 제후]의 경우에는 그 유명세때문에 구입을 미리 덜컥 해버렸고 나중에 광주모임에서 자세히 배운 후 애장품이 된 케이스다.카탄.. 모든 것이 이 게임에서 시작되었다.
시타델
푸에르토 리코
3. 상받은 게임들
사실 난 디자이너들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명한 수상작에는 비교적 끌리는 편. 그래서 구입한 경우가 [탑 시크릿 스파이]나 [티켓 투 라이드], 최근작으로는 2007년 SDJ를 수상한 [줄루레또]가 있다. 어찌보면 [시타델]도 이 범주에 속한다.탑 시크릿 스파이
줄루레또
4. 독특한 테마
사실 1,2,3번 요소가 아무리 충족되어도 '테마'의 독특함이 없으면 매력이 없다. 반대로 테마가 독특하면 1,2,3번 요소 중 다소 꿀리는 경향이 있어도 구입을 고려하게 만든다.
'어쨌든 게임은 즐기는 것'이란 차원에서 테마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푸에르토 리코]처럼 묵묵히 전략을 세워가는 게임도 재밌지만, 실재감을 느끼면서 소소한 농담따먹기라도 할 수 있는 - 테마가 두드러진 게임들이 주는 재미도 만만찮다. 이런 점에서 내가 꺼려하는 종류가 바둑류의 추상전략 게임. (추상전략 게임으로 갖고 있는 것은 [루미큐브]밖에 없다.) 그리고 뭔가 입체적인 면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순수한 카드게임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구태의연한 테마는 일단 약간 꺼려진다. '땅따먹기'라던지 '영토확장', '전쟁류'의 테마 말이다. (엄청난 명성에도 불구하고 [엘 그란데]를 구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역시 구태의연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카탄]이나 [샤를마누]는 1번 조건이 확 와닿아서 이를 뛰어넘은 케이스고.[파워그리드]는 그 명성도 명성이지만 전력선 개척이라는 테마가 끌렸던 경우. [모던 아트]도 플레이 후 재미를 느꼈지만, 미술품 경매라는 테마의 매력도 못지않게 와닿았던 경우다.파워 그리드
헐리웃 블록버스터
플로렌스의 제후
2007년 SDJ 수상에 빛나는 [줄루레또] 역시 '동물원 건설'이라는 테마가 없었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경우다. 이번에 산 [에보]처럼 자세한 정보 없이 그냥 테마에 이끌려 산 경우도 있다. 밀수업자라는 파격적인 테마때문에 덥석 구입한 [국경에서]는 아직도 구입후 플레이를 못해봤다.
5. 2인용 플레이가 가능한 다인플 게임
우선 2인 전용 게임은 기피하는 편이다.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갖고 있는 2인 전용 게임이 [카탄 카드 게임] 빼고는 없다. [던젼 트위스터]나 [미스터 잭]등 구입한 적은 있는데, 대부분 플레이 초반에 덮고 방출.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오가는 이야기인데 2인 전용 게임은 뭐라 필설하기 힘든 한계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떼로 모이는' 모임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맨투맨으로 만나는 친구를 위해 2인 플레이는 중요하다. (에..혹시 누가 알겠는가. 미래의 와이프도 좋아할지) 그러다보니 역시 남는게 '둘이서 해도 재밌는 다인플 게임'이다. 리스트 중 몇몇 게임은 이런 이유로 중요하다. [산후앙], [와이어트 어프], [푸에르토 리코], [아티카], [줄루레또], [샤를마누]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게임들.산후앙
티켓 투 라이드
그래도 보드게임 입문 후 몇년이 지나 주변 지인들도 비교적 함께 즐길 기회가 생겨서인지 '2인플이 불가능한' 다인플 게임들도 비교적 돌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 구입할때는 이 원칙을 고집스레 고수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인원이 많아야 재밌는 [스코틀랜드 야드]나 [암운의 카멜롯]은 거의 돌리지를 못해서 안타깝다.
6. 콤포넌트가 정말 괜찮은 게임들
'소장'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콤포넌트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요소. 그렇기에 카탄도 40만원짜리 10주년 3D 버젼을 구입하는 이들도 있잖은가.
고로 콤포넌트 때문에 정말 매료된 게임들이 몇개 있다. [어콰이어]의 경우 아발론 힐 버젼의 깔끔한 콤포넌트가 플레이는 물론 구매에까지 영향을 끼친 경우.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경우는 콤포넌트의 친밀감 때문에 [트라움 파브릭] 대신 선택한 경우. 테마가 맘에 들었던 [국경에서]는 깔끔한 틴 케이스들이 구매에 결정타를 날리기도 했다.어콰이어
모던 아트 브라질판
내 소장품목 중 콤포넌트의 요소로 제일 계륵이 된 게임이 [암운의 카멜롯]이다. 5명 이상이 최적이라는 인원동원도 문제이지만, 협력게임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주변지인들에게 어필을 못해서 구입후 딱 한번만 플레이된 게임. 어짜피 잘 안돌아가는 게임, 그냥 방출해 버릴까...하다가도 그 화려한 콤포넌트들만 보면 '그래 이런 게임 하나쯤은 갖고 있어도...'라는 생각에 고이 보관하고 있는 게임이다.암운의 카멜롯.. 암울한 게임
결국 어정쩡하게 갖고 있는 30여개의 게임들이 바로 다 위의 조건에 걸린 게임들인 셈이다.'BOARD GAME >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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