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권의 ‘즐거운 보드게임 세상’ <4> |
“독일게임산업의 성공요인은 노력” |
유럽에서 ‘게임’이란 일반적으로 피시나 비디오게임이 아닌 보드 게임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압도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PC나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연간 8억 유로 정도의 시장을 갖고있는 보드게임이다.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시장 규모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오늘날 독일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페어들은 세계 보드게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독일의 게임 시장이 이처럼 성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는 기후적 특성, 그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사회적 특성, 그리고 자국의 게임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
독일의 기후적 특성 |
여러분이 와인 애호가라면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에 비해 독일 와인은 종류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은 포도의 수확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인 일조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독일의 와인은 드라이한 특유의 맛으로 나름대로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이러한 일조량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기회를 줄이게 된다. 특히 여름을 제외하면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독일 중부, 북부의 경우 업무시간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거나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융성하기 쉬운 것이 철학과 같은 사색적 학문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보드게임과 같은 산업이다.
호주처럼 기후가 좋고 아웃도어 스포츠가 활성화 된 곳에서는 게임산업이 발달하기 어렵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섹스 산업도 해당된다. 독일은 국제 공항 면세점들 사이에 섹스샵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
사회적 특성과 보드게임 |
퇴근하면 바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회적 특성 역시 보드게임이 융성한 이유이다. 에쎈메쎄(Essen Messe) 와 같은 게임 전시회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독일의 고속철인 ICE를 타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가족 단위 게이머들의 모습이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와서 새로 나온 보드게임을 함께 즐기는 모습은 정말 부러운 모습 중 하나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게임 종사자들,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고민을 하는 ‘건전한 게임문화’에 대한 답을 거기서 봤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언급하겠지만 언젠가는 고개를 흔들며 떠나게 되는 먼치킨 지향적인 한국의 온라인 게임 문화는 상호 양해와 규약을 바탕으로 하는 보드게임 문화의 결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이것은 한국의 보드게임방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한다.
주 5일제와 같은 사회적 변수, 그리고 한국의 집단 지향적 문화, 최근 조금씩 불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변수들 속에 보드게임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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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노력 |
독일 게임의 발전은 이러한 외부적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30여년 전만 해도 독일 시장에 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은 ‘모노폴리’와 같은 미국식 보드게임이었다.
정제된 룰과 균형미를 특성으로 하는 독일 식 보드게임의 융성은 자국의 게임문화를 세계적인 것으로 키워나가려 했던 일련의 문화운동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80년대 말부터 일어난 영화 운동이 오늘날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가져온 것에 비교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언급하고자 한다.
<다고이 정희권 기획팀장> |
경향게임스 기자 < khgame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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