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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국 언론, <밀양>을 미끼삼아 '칸느'에서 낚시를?AROUND ME/Quotation 2007. 5. 27. 14:16<밀양>의 칸느행, 그리고 언론의 부화뇌동
▲ 영화 <밀양> ⓒ 파인하우스필름㈜ 필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베니스 영화제에 진출했다가 ‘3관왕’의 성과를 거두고 귀국했던 사례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 3관왕의 내역은 모두 비공식 부문 수상이었으며, 고등학생, 영화전공 대학생, 소규모 평론가 집단(유력 평론가 단체라고 했지만 그 집단의 역사와 성격을 소개한 언론은 없었다)가 줬던 상에 불과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언론은 <친절한 금자씨>의 본상 수상이 유력하다는 기사를 무작위로 써내다가, 막상 주최 측이 “<친절한 금자씨>는 본상을 수상할 일이 없으니 일찍 돌아가도 좋다”는 반응을 보이자, 3개의 비공식 부문 수상을 앞세워 ‘3관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모 스포츠신문은 모 운동선수의 ‘3관왕’ 소식과 같이 알리고 싶었던지, “3관왕!!”이라는 헤드라인을 크게 내세우면서, 그 선수의 이름과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양옆으로 큼지막하게 새겼던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언론은, <올드보이>의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이후로, 해외영화제를 통한 ‘국위선양 놀음’을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이라는 최적의 ‘낚시’ 환경과 한국인의 가슴 속에 내재된 약소국 콤플렉스를 자극할, 새로운 공간으로 ‘영화’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올드보이>는 ‘한국’이라는 국적 때문에 수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영화’였기 때문에 수상한 것이다. 조금 더 파고든다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적 성향과 잘 맞았기에 수상했다고 볼 수도 있다.
칸느영화제가 한국에 뭐가 아쉬워서, 한국인의 약소국 콤플렉스를 달래주는 일까지 하는 것일까? 그런 추측은 오직 한국의 언론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은, 오랜만에 컴백했음에도 여전한 감독의 연출감각과 특유의 깊은 시선,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힘입은 영화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밀양>의 칸느영화제 진출을 만나, 이전에 박찬욱 감독이 해외영화제에 진출했을 당시와 똑같은 일을 시도하고 있다.
"칸 집행위, ‘밀양’ 팀 꼭 폐막식 보고 가라 귀띔"
"심사 공정하다면 <밀양>이 황금종려상"
"'밀양' 세계가 주목…칸 본상 수상 기대"
"<칸영화제> '밀양' 현지 데일리 평점서 3위"
<밀양>의 칸느 진출 소식을 보도한, 그 많고 많은 보도자료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사의 제목들만 추린 것이다.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밀양>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보일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에게는 <친절한 금자씨>의 사례가 있었다.
그에 반해, 누리꾼들은 언론에 비하면 보다 성숙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호들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누리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칸느 영화제가 영화 올림픽인가? 기자들이 칸느에 가서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한국영화가 이번에 금메달 딸 수 있냐는 질문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올드보이>로 족하고 이런 식의 언론보도로 여론몰이 하지 마라. 예술적 소양이 없는 기자들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영화에 대한 소개는 안하고, ‘금메달 타령’이나 하고 있다.”
“칸느에 파견된 기자들이 부동산 전문기자나 스포츠 전문기자들인 것 같다. 영화를 경쟁해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만 보거나, 별점으로만 판단하려고 한다. 기사에 딸린 댓글이 당신들의 기사보다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보인다.”
“<뉴욕 타임즈>에는 칸느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의 소개와 자세한 리뷰기사가 실리는데, 우리나라 신문에는 “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현재 한국영화 3위입니다~!!!”라는 올림픽 중계기사가 실린다. 이런 것이야말로 언론의 수준 차이다.”
글자 그대로 언론은 ‘영화 올림픽’ 중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다양한 나라와 사회, 다양한 감독들이 출품한 영화를 이해해보고 나누려는 노력은 없고, 쇼트트랙 중계라도 하는 것인지, 한국영화의 금메달 레이스를 중계할 뿐이다.
영화제는 ‘국위선양’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축제’일 뿐이다.
영화는 ‘국적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풍부하게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장르다. 정치적, 혹은 상업적인 목적, 좀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해 ‘언론의 낚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영화의 축제다. 축제란 무엇일까? 즐기라는 것이다. 연출한 감독과 출연한 배우, 제작된 환경에 따라 영화에도 ‘국적’은 있지만,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영화가 얼마나 진실되게 인간과 세상을 이야기하냐는 것이다.
많은 영화제들이 제각기 다른 탄생 목적이 있고, 경우에 따라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인 목적은 분명하다. 영화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영화제다.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에 좀 더 무거운 의미를 둠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끔 돕는 것이 영화제의 목적이다.
<밀양>이 어떤 시선으로 완성된 영화이며, 왜 좋은 영화인지 소개하는 이들은, 직업적으로 당연히 그런 일을 해야 하는 평론가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여전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밀양>이 칸느영화제의 ‘무엇’과 잘 맞아떨어지며, 심사위원장의 성향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좌)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2006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터키 출신의 오르한 파묵(우) ⓒ Retna
참고로, 올해의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영국 출신 감독인 스티븐 프리어스. 냉소적인 사회비판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으며, 1980년대 당시에는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영국의 우경화를 파고들었던 작품 <새미와 로지 잠자리에 들다>을 연출한 적도 있었다.
국내에 소개된 최신작은 지난 2월 15일에 개봉한 <더 퀸>.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사고를 소재로, 영국 왕실과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와의 충돌을 그린 작품.
스티븐 프리어스는 그렇듯, 기품있는 유머를 활용해 냉소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매끄럽게 가공할 줄 아는 장인이다.
그 외의 심사위원은 장만옥, 토니 콜렛,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사라 폴리 등의 4명의 여배우들과,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터키 출신의 오르한 파묵이다. <내 이름은 빨강>과 <하얀 성>으로 유명한 그는, 지성과 통찰력, 상상력, 감수성과 개성을 두루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밀양>의 본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싶다면, 심사위원단, 그중에서도 당연히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칠 심사위원장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나열한 언론에 대한 누리꾼들의 냉소적인 반응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누리꾼들은 이미 우리 언론으로부터 그런 가능성을 접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정치인과 연예인 못지 않게 비판의 대상이 된 집단은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유발한 측면이 없지 않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언론, 그리고 ‘낚시’가 생활화가 됐어도 당당한 일부 언론들, 누리꾼으로서는 이런 언론들을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론은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스스로를 드러내는 누리꾼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누리꾼들 앞에서 시도되는 ‘낚시’는 어리석인 짓이라는 것, 이제는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
언론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누리꾼은 단순 악플러가 아니라, 드넓은 강호 곳곳에서 은거중인 그런 고수들이다. 늘 기억했으면 한다.-추신-
27일 아침에 YTN이 다시 한번 설레발을 쳤습니다.
<"밀양" 사실상 수상 확정>
그 근거는 "<숨> 팀은 귀국했지만, <밀양> 팀은 귀국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앞서 제가 이야기한 "관계자가 폐막식까지 가지 말고 있으라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각종 영화전문지와 평론가들의 평점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어 황금종려상 수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 영화전문지와 평론가들에 대한 소개는 당연히 한 줄도 없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사실상 수상 확정'이라는 뉘앙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것이 확정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본상도 종류가 참 많은데, 낚시 수준이 나날이 발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언론입니다. 기쁩니다.
원문 : http://blog.daum.net/ctzxp/6062245'AROUND ME > Quot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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