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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 정윤철 감독 "칸 수상작 , 극장 없어 상영 못 할 수도...
    AROUND ME/Quotation 2007. 5. 30. 14:29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 영화관을 싹쓸이 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지나친 상업주의와 디지털 상영관의 폐해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생시킨 영화 <밀양>은 극장을 잡지 못해서 상영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은 29일 저녁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 명지대 신율 교수, FM 98.1, PM 7:05-9:00)에 출연해, "관객이 잘 들 것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처음에는 600개 (극장에서) 틀다가 금세 700~800개 늘리고, 심지어 이번엔 900개까지 늘어났다"면서 반면에 "<밀양>처럼 작품성이 있지만 관객이 덜 들 것 같은 영화들은 아예 1개관에서 상영한다든가 아니면 아침에 한 번 틀고 저녁에 한 번 트는 교차상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극장이 영화를 틀 수 있는 권리가 예전보다 세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유통업자인 극장의 권력이 너무 세졌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디지털 상영관의 등장을 또다른 원인으로 꼽으면서 "필름 상영의 경우 필름 개수가 300개라면 300개 극장밖에 못 구하는데, 디지털 파일은 무한정 카피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첫 날 3개관을 걸었다가 장사가 잘 되면 5~6개관으로 늘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관객들이 재미있는 영화를 볼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매장 진열대에 수입품만 전시한다면 국산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서 전시될 기회가 없고, 그러면 유통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고를 수가 없다"고 밝히면서 "<밀양>이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극장을 못 잡아서 관객들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정윤철 감독


    - <캐러비안의 해적3>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의 여러 관에 한꺼번에 할리우드 영화를 개봉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멀티플렉스 극장이 많이 생기면서 관객 수를 늘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는데, 그렇게 잘 가꿔왔던 극장들이 결국 할리우드 영화를 개봉하고 유통하는 데 적극적으로 쓰이는 걸 보면서 참 안타깝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그 이득은 다른 사람이 취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스크린쿼터 축소의 후폭풍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 <밀양>은 1개관에서 개봉하는 반면 <캐러비안의 해적3>는 많은 관에서 개봉하는 이유는 뭔가?

    요즘은 극장의 힘이 예전보다 세졌다. 극장이 영화를 틀 권리가 예전보다 세졌기 때문에 관객이 많이 들고 장사가 되는 영화 위주로 상영하고 있다. 그래서 <밀양>처럼 작품성이 있지만 관객이 덜 들 것 같은 영화들은 아예 1개관에서 상영한다든가 아니면 아침에 한 번 틀고 저녁에 한 번 트는 교차상영을 하고 있다. 반면 관객이 잘 들 것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처음에는 600개 틀다가 금세 700~800개 늘리고, 심지어 이번엔 900개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 극장이 1600개 정도인데, 그중 900개라면 엄청난 숫자다.

    - 디지털 상영관이 생기면서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하는데?

    영화 만드는 제작자인 생산자와 소비자인 관객이 만나려면 유통업자인 극장이 중간에서 적당한 양의 영화를 알맞게 공급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장사가 되는 영화 위주로 공급하는 게 큰 문제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상영을 하고 있다. <스파이더맨3>의 경우도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전체영화 7개관 중 6개관을 디지털 파일로 상영했다. 필름 상영의 경우 필름 개수가 300개라면 300개 극장밖에 못 구하는데, 디지털 파일은 무한정 카피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첫 날 3개관을 걸었다가 장사가 잘 되면 5~6개관으로 늘릴 수도 있다. 파일을 가지고 그 극장에서 1개관을 틀든 10개관을 틀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개수가 통제가 안 되는 것이다. 극장이 맘대로 늘였다 줄였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업자인 극장의 권력이 너무 세졌고,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데 있어서 극장에 파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

    - 관객이 선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상영관을 늘리는 건 당연할 수 있는데?

    물론 관객이 재미있는 영화를 볼 권리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매장 진열대에 수입품만 전시한다면 국산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서 전시될 기회가 없고, 그러면 유통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고를 수가 없다. 10개관 중에 2~3개 정도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될 경우 매진이 된다면 옆에 있는 한국영화나 다른 영화를 보게 되는데, 지금은 관객들이 재미있어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볼 게 그것밖에 없어서 보는 경우도 많다. 극장에서 7~8개를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해버리면 관객이 선택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스크린 독과점 규제의 도입이 필요할까?

    스크린 독과점 규제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강제적인 장치로만 했을 때 그것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인지. 그것보다는 유통업자인 극장과 생산자 입장에서 생산자들이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고, 그 다음에 그런 법이 부수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지금 할리우드 영화는 규모 면에서 한국영화의 100배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개봉하면서 마케팅력이나 관객들의 기대가 엄청나다. 거기에 있어서 한국영화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지,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마당에 위기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유통이 잘 안 되면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최소한 한국영화가 유통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게 스크린쿼터였는데, 그것이 한미 FTA 때문에 유명무실화됐다. 그렇다면 최소한 극장에서 한국영화가 2~3주 정도는 정상으로 상영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관객이 안 들면 교차상영하다가 1주일 걸고는 극장에서 내려버린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뺏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하다. 그런 것에 대해 극장이 마인드의 변화를 해야 할 것이다. 관객들이 다양한 메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지만 하나의 메뉴만 팔다보면 손님은 식상하게 되고, 다른 메뉴를 찾을 때 음식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그 음식점은 망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영화에 900개 영화관을 잡는 건 단시야적인 생각이다. 한국영화도 똑같이 기회를 줘야 한다. 이번에 <밀양>이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극장을 못 잡아서 관객들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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