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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심형래 감독을 싫어하는 이유
    AROUND ME/My Thoughts 2007. 6. 7. 04:53




    리플 다시는 분들 '보고 말해라' 라고 하시는 데 저는 시사회로 관람 했습니다. 리플 다시는건 자유이지만 똑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거 좀 자제해 주세요. 응대하기 지칩니다.




    1999년. 진정한 괴수영화 키드였던 심형래가 감독을 맡고 호언장담한 대작 [용가리]가 개봉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영화라고는 하지만, 기술적인 완성도가 어땠는지 궁금했던 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가서 관람을 했다. 어린이때 이후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용가리 개봉전 심형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 자신만만함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포부앞에서는 그래도 명망있던 국내 흥행작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도 다 별거였다. 평론가 여자는 또라였고... 모두다 자기 기준으로는 한참 모자란 것들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만든 영화가 '용가리'였다. 세계를 뒤집을 영화...

    결과는? 최악이었다.

    우선 어설픈 연출력이라던지 말도 안되는 스토리는 차치했다. 어린이들 영화란게 뭐... 그리고 SF 영화가 스토리가 아무리 잘 나와봤자 기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그게 단점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이 호언장담한 CG는 아무리봐도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제작비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그 제작비를 어디다 안배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괴수들의 전투씬은 어두워서 보이지가 않는 지경이었고 배경 건물들은 미니어쳐와 CG가 너무나 뚜렷이 구분되었다. 나름대로 저예산 괴수물이었다면 이해라도 했겠지만, 심형래 감독은 이미 [용가리]가 특수 효과면에서 한국 SF의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이라 장담해왔었다.


    극장에서 보던 아이들에게는 괜찮았을까?

    외국배우들을 기용한 탓에 대사는 자막으로 전달되었고 미취학 아동 전후한 관객들을 끌어당길만한 흡인력은 더더욱 사라졌다. 그냥 여느 극장에서 느끼는 징징거리는 소란스러움이 아니라, 말그대로 유치원 바닥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반도 지나지 않아서 엉덩이가 들썩거렸지만, 말그대로 창작자에 대한 예의로 참았다.

    몇달 뒤 난 군대에 갔다. 군대에 있는 동안 심형래 감독이 [D-War]라는 차기작을 발표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음... 제대하면 보게 되겠군. 2002년, 제대했지만 [D-War]는 그때까지도 프리프로덕션 단계였다. [용가리]에 대한 실망이 컸지만, 그래도 보기 드문 시도라 곁눈으로 제작과정에 대한 뉴스를 관심있게 보기도 했다.

    뭔가 본격적인 뉴스가 들리기 시작한게 2004년 말부터였다. 그때 부터 3년여간 올라온 뉴스들을 한 번 망라해봤다.

    (각각의 기사 제목들 클릭하면 본문 펼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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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언장담... 개봉연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개봉일자는 2년 이상 미뤄졌다. [디 워]의 경쟁작이 될거라던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는 개봉이 아니라 아예 DVD 출시가 된지도 한창 지났다.

    비교적 근접한 개봉소식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쯤.  미국내 3000~4000개 극장 와이드 릴리즈의 꿈은 결국 1500개로 마무리 되었다.

    '줄을 서고 있다'던 메이져 배급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결국 해외제작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배급사인 프리스타일이 [디 워]의 배급을 맡게 되었고.....

    물론 1500개 관은 나쁘지 않은 성과다. 미국의 메이져 필름이라 해도 중소 규모에서 1500개라면 분명 엄청난 규모니까.

    하지만 저 상태에서 얼마만큼의 흥행이 되어야 심감독이 이야기한 '전 직원 30억씩 쫙쫙 뿌려주는 지경'이 될지.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에 대해 도전하는 노력은 물론 칭찬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마치 등차수열의 증가처럼 뭔가 초기에 성공이나 노력에 대한 단서가 붙어야 할 것 아닌가. 엄청난 예고편이라던지 마케팅 태그 라인이라도 말이다.

    영화 게시판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안다. 저 기사들에서 이야기한 '테스트 시사본'이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같은 시퀀스의 반복이었다는 것을.

    도전정신도 정신 나름이지. 경쟁 대상에 대한 가늠없이 (그 기라성같은 영화들을 왜 꼭 '경쟁 상대'로 상정하고 깍아내려야 하는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간다.) 무조건 내것이 짱이야라는 식의 교만함이 점철된 발언은 심감독 자신의 언변에 대한 어눌함을 고려하더라도, 큰 프로젝트의 수장으로서의 부족한 소양의 소치에 다름 없다.

    2004년에서 2005년까지의 기사들을 보면 '용가리의 실패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나온 한국 영화들 중 아마 가장 말을 많이 늘어놓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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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정말 가시화의 단계가 되긴 했다.  티저 예고편도 나왔으니까.

    [디 워]의 완성도에 대해 미리 짐작해서 말 할 필요는 없다.
    뭐가 뭐든 영화를 보고 평가할 일이니까.

    하지만 [디 워]가 아무리 멋진 완성도를 보인다해도, '기획자 심형래'에 대한 내 반감은 여전할 듯하다. 선장 하나만 오매불망으로 믿고 7년을 달려온 수많은 스탭들의 기대감이 검증안된 연출자의 지지부진한 추진력때문에 넝마가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심형래는 충분히 지탄 받을만 하다.

    그 과정에서 개봉연기에 대해 겸손하고 겸허한 태도를 보여줬다면 누구러졌을만도 했건만.. 누구 말마따나 심형래 감독이 지난 3년간 입방정만 안떨었다면 안티가 지금의 20% 수준으로 떨어졌을 거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놉시스들을 갖고 네티즌들의 공방전도 한창이다. 유치하다는 둥, 오히려 외국 시장에서는 어필할 수 있는 소재라는 둥..... 이 모든 갑론을박들에 대해서 심형래 감독은 확실히 최근에 말을 아끼고 있긴 하다. 하긴 그도 쇼비즈계의 사람인데 자신의 설화가 어떤 일들을 초래했는지 미약하나마 깨달았겠지....


    아무튼 성공해야지.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한국 영화계에도 좋은 소식이 되지 않겠는가. 특히나 심형래 감독을 믿고 따라온 스탭들과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그리고... 부디 다음 영화부터는 뭔가 잡혀진 계획과 무거운 입을 갖춰주시길. 하지만  단순히 '애국심 때문에라도 '디워'를 성공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엔 동감 못하겠다. 재밌으면 성공작인거고, 아니면 실패작인거다.


    아무튼 이것이 1999년 개봉날 [용가리]를 보러갔던, 그리고 [디 워]가 개봉한다면 애증의 마음으로라도  꼭 극장가서 보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나의 솔직한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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