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라는 작위는 나에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지름신과 종종 뒹굴어서 번번히 패한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한다. -_-;
이번에는 아주 엄청난 타이틀 매치였다. 그 패배로 나에게 온것은 후지쯔의 노트북 P-1510 이다. 출시된지 한 달여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바로 문제의 그 노트북.
아이러니하게도 내 원래 기종인 5010과 모델 넘버도 비슷하다. 과감한 지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 덕분에 꽤 돈을 아꼈다.
애초에는 시중가인 180만원대 후반으로 작정을 하고 새 제품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미리 가입한 1510 사용자 모임 장터에 누가 10일도 안된 새 제품을 170에 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저렴해서 조금 석연치 않은 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연락이 되어서 닉네임 '풍덩'님을 만났다. 천안대에서 음악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내 후배 민우를 닮은 외모. (나이도 민우랑 동갑, 목소리도 민우랑 비슷) 일단 친근한 분이었다. 그 분이 박스채 내놓은 노트북. 외관은 깨끗해서 정말 새제품 같았다. 배드 픽셀도 없었고. 결국 170에 업어왔다.
이거에 발란스 맞추려고 방출된 내 물품은...
1. 우선 당연히 원래 노트북인 5010. 파우치나 추가 배터리 외부 영상 케이블까지 다 덤으로 해서 95만원에 보냈다. 비교적 만족스러운 가격이었다. 그 살벌한 nbinside 에서 적절한 가격이라고 칭찬하는 댓글까지도 들었다. (사실 '저렴하게 샀으니, 너도 크게 베풀라'고 하신 어머니의 제언도 영향이 있었다. ^^; )
2. 차에 있다가 AS도 못받고 방황하고 있는 레이너드의 차량용 DVD. 2년전 차량 DVD 초기 모델이라 고급 노트북을 호가할만한 가격을 주고 산 DVD 세트를 팔았다. 어짜피 지금은 그냥 CD만 되는 파이오니어 덱이 달려 있으니까. 매각 가격은... 원래 산 가격의 거의 20분의 1밖에 못받았다. AS도 안되는 상태에 렌즈가 고장났다고 팍팍 깍였다. 흑흑...
3. 아이스테이션 PMP 1000. 제일 숙고한 결정이었다. 일단 PMP와 네비게이션, MP3 플레이어의 몫을 새로살 노트북에게 모두 떠넘긴다는게 꽤 큰 계획이었다. (가능의 여부는... 1510 소개하면서 계속.) 어여튼 옥션에서 29만원에 팔았다. 정말 잘 받은 편인듯. 물건 깨끗이 쓴 보람이 있다.
여기에... 올 겨울 영국 여행을 위해 아껴둔 경비를 소진했다. 노트북 살 때 카드 사용 안한 것은 대견스럽지만... (흑흑 준호야 미안해. 내년 4월에 너가 꼭 미국으로 와라. T_T )
스카이 광고를 연상시키는 문구. 'It's Fantastic'
뜯지도 않은 유틸 CD들과 매뉴얼. 파우치. 정말 새거같았다.
8.9인치의 액정. CD와 비교해보시길
당연히 키보드도 작달만하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익숙해진다. 오히려 불편한 것은 터치패드 대신 도입된 포인터. 저건 정말 쓰기 불편하다. 하지만 문제 없다. 다른 기능이 있으니까.
각종 펑션키와 전원키. 당연히 모니터에 있어야 한다. 왜냐면...역시 나중에 설명.
엘레컴의 프리 사이즈 키스킨을 붙였다. 얄팍한 비닐 한장이 2만원을 호가해서 헉..했었는데, 요즘엔 만원 아래로 여기저기서 판다. 재단하기 귀찮고, 매뉴얼과는 달리 고정을 위한 여벌의 테입을 붙여야 하고, 키를 누를때 진득한 느낌이 약간 불편하고.... 단점도 많지만 주변에서 노트북 위에 뭘 쏟고 난 뒤 노트북이 반 망가지는 참사들을 종종 보면서, 주저없이 그냥 부착했다. 특히 5010 쓸때 느낀점인데... 노트북 키보드 사이에는 정말 수많은 먼지와 이물질이 들어가서 쌓인다. 심하면 키가 안눌려지거나 키감이 이상해진다. 새 노트북만은 그런 전철을 밟게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1510의 진국 기능. 로테이션 LCD
이쯤되면 남들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요가 수준'이다.
이렇게 상대방을 향해 볼 수 있게도 하고
이것이 바로 타블렛 모드. 평면 터치 스크린 컴퓨터가 되었다.
하단에 수납된 스타일러스 펜
터치 스크린. 화면 역시 시야에 맞게 로테이션 한다. 화면에 전원 버튼이 있는 것, 포인팅 디바이스 조작이 익숙치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결국 1510의 타블렛 모드 기능을 PMP의 기능이 대체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8.9 인치의 사이즈를 '커다란 PMP 화면'으로 생각한다면 동영상 재생 기능을 커버할 수 있다. 또 거치대와 GPS 모듈.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네비게이션을 커버할 수도 있다. P-1510이 개발단계부터 주안점을 둔 용도라고 한다. 게다가 타블렛 형태로 접혀지기 때문에 거치도 용이하다. (문제는 거치대)
약간 열악한 것은 MP3 플레이어로의 용도. 우선 이어폰 문제는 블루투쓰 모듈로 해결할 수 있다. 이 모델에는 블루투쓰 모듈이 없으나, 1510 동호회에서 공동구매 형태로 블루투쓰 2.0 모듈을 장착해 준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제한된 용량의 배터리를 가진 노트북을 계속 켜놓은채로 MP3를 감상할 수 있냐는 것인데... 어짜피 차를 더 많이 애용하는 편이니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내년 3월쯤 핸펀을 바꾸게 되면 블루투쓰 기능이 확실한 MP3폰으로 바꾸든지 하지 뭐. (이거때문에 아이팟 나노 구매도 땡겼었으나.... 포기했다. 녹음 기능만 있어도 혹했겠지만... 단순 재생 기능에 디자인만으로 넘어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LCD를 켠 모습. 역시 8.9인치 답게 세로의 짧은 해상도가 아쉽다. 이 화면만으로 모든 작업을 하기에는 분명 답답하다. 나에게 이 컴퓨터는 서브노트북이 아니라 모든 메인 작업을 하는 메인 컴퓨터이기 때문에 외부 모니터 연결이 필수다.
동호회에서 이미 '경고받은' 사항이었지만 ODD (Optical Disc Drive)도 안들어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부가 장비 구매도 상당히 들어갔다. 170만원에 산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누우실 자리. 각종 선들은 침대 뒤로
해서 구입한것이 포트 리플리케이터와 외장형 CD-RW/DVD 콤보. 리플리케이터는 모니터, 랜, 전원선 등을 꽂아둔 뒤 본체만 갖다 고정시키면 자동 연결이 된다. 전원, 랜, 모니터, 키보드/마우스, 디카....나처럼 선을 주렁주렁 다는 이에게 제격이다.
단아하게 누우신 모습. 왼쪽 위가 외장형 옵티칼 드라이버다.
이제 블루투쓰 업글만 하면 일반적인 용도로는 사용이 가능해졌다. 차량용 킷이 되기 위한 부가 구매도 있지만 '거치대' 문제가 해결 되기 전까지는 자금을 모으기로 했다.
나에게 이 명기를 판 '풍덩'님도 꽤나 물건을 아끼고 갖추시는 분인듯. 구입과 동시에 LCD 보호를 위한 '퓨어 플레이트'를 부착했다고 하셨다. 근데 이 보호필름이 무려 3만원짜리다. -_-; 게다가 1510 구매자는 거의 공식처럼 구입하는 제품이니 여기서 세이브 된게 아닌가.
여기에 '마우스도 가져가세요' 하면서 하나를 주셨는데... 그냥 평범한 무선 마우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바로 무선 마우스 올시다.
아담한 사이즈. 로지텍사의 V500 모델이다.
뒷면을 잡고 개패 버튼을 당기면
후부가 열리면서 불이 들어온다. 배터리 인디케이터다. 오른쪽 것은 무엇인고?
바로 USB 연결 수신부다.
이 수신부를 노트북에 연결 시키고 사용한다.
게다가 이 마우스는 통상적인 형태의 '휠'이 없다. 그냥 터치스크린처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 그것으로 화면 스크롤이 전/후/좌/우 4방향이 된다.
도대체 이런 마우스는 얼마짜리일까...하고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9만원이다.-_-; 난 단지 십 몇만원 싸게 산게 아니었던 것이다. (흑흑 풍덩님. 감사...)
좋은 물건들을 싸게 샀다는 생각에, 내 물건 팔때도 욕심은 안부렸다. 그럼에도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즉각즉각 등장해서 수월하게 잘 팔았고 영국 여행 포기의 진통은 있었지만, 어쨌든 오만원 가량 남았다. 감사한 거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