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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콤포넌트 '지폐' 에 대한 소고. 그리고 자가 제작기.
    BOARD GAME/Components & Utilities 2007. 10. 29. 04:12

    마니아가 아닌 내 주변 이들이 본다면 카드에 프로덱터를 씌우고, 지퍼백으로 정리하고 박스 테이핑을 하는 게임 보관이 엄청난 정성으로 보일 것이다. 하긴 정성이 맞긴 맞다.

    그러나 어지간한 보드게임 모임에 가면 콤포넌트들을 뽁뽁이로 감싸던가, 방습제를 넣어놓고, 심지어 희귀한 게임의 경우 '플레이용'과 '소장용'을 따로 갖추는 이들도 있다. 그 수준엔 난 명함도 못내민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반복된 플레이 가운데 콤포넌트들이 낡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핸드폰이나 아이팟을 구입하고 나서 표면 기스를 막기 위해 실리콘을 씌우거나 액정 보호용지를 붙이는거와 다름이 없다. 다만 보드게임의 경우 그 요소들의 갯수가 워낙 많기에 이런 보호 작업이 더 거창하게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패턴의 카드들중 어느 한 두개가 훼손되어 다른 카드들과 구별이 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터 그 게임은 본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이쯤되면 보드게임의 콤포넌트 보관을 호들갑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보드게임 제작사의 성의에 따르는 문제이겠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콤포넌트들은 조심해서 다루기만 한다면 크게 낡게될 경우는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예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폐'. 말그대로 '종이로 만들어진 돈'이다.

    종종 예외는 있다. [아임더 보스]처럼 지폐가 아예 카드로 되어 있다던가, [와이어트 어프]나 [로얄 터프]처럼 독특하게 펀칭 형태의 지폐가 있는 경우. 하지만 그외의 경우 지폐는 대부분 주변에서 보기 쉬운 색지에 단면 인쇄가 된 형태다.

    물론 실생활에서도 지폐 훼손에 대한 우려들이 많다. 그리고 보드게임에서도 지폐는 순식간에 낡기 쉬운 대표적인 콤포넌트다. 아마 [부루마불]을 여러차례 돌려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주사위, 황금열쇠, 증서카드 등은 그럭저럭 살아남아도 지폐만큼은 너덜너덜해지기 쉽상이지 않은가. 이러다보니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 고가의 보드게임의 지폐의 경우 그 우려가 심각하다. 또, 콤포넌트의 손상이 심할 경우, 중고로 팔때 가치 하락이 심한 것도 그 우려의 이유라고 할 수 있고.

    많은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이 대안책으로 원래 들어있던 종이돈 대신 카지노 칩이나 점수 칩을 쓰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도 웬지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방법이었다.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디자인이라면,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온전하게 그 디자인과 손맛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러다보니... 지폐는 여러모로 양날의 검이었다.

    그러나 2년여간 보드게임을 수집하던 가운데, 정작 종이 돈이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딱 네 번. 그 중 처음 세가지 경우는 프로덱터 덕분에 해결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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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명작 [어콰이어]. 주식 게임이니만큼 돈이 필요하다. 돈의 단위는 네 종류로 일반 카드보다 약간 폭이 좁은 수준. 적절한 사이즈의 프로덱터가 있었다. 초기에 산 게임이라 지금까지 꽤나 플레이를 했음에도 아직 상태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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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파워 그리드]. 돈 단위는 일렉트로. 네 종류의 단위가 있다. 사이즈는 일반 카드보다 약간 폭이 좁은 수준으로 [어콰이어]의 지폐 사이즈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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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비교적 맞는 사이즈의 프로덱터가 있어서 쉽게 해결되었다. 아마 [어콰이어]의 지폐와 같은 사이즈의 프로덱터인듯. 역시 꽤나 플레이를 했음에도 지금까지 상태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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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샤흐트의 [정크]. 돈의 단위는 중국화폐인 위안. 모두 5종류가 있는데, 그 사이즈가 무지 앙증맞기 때문에 그냥 사용한다면 쉽게 구겨지거나 낡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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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적당한 프로덱터가 있었다. 사이즈가 워낙 작아서 프로덱터를 씌우고 플레이 하니 지폐가 아닌, 칩을 사용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프로덱터들 덕분에 그럭저럭 지폐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플레이를 해왔는데...

    그러다 얼마전 강적을 만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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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게임 [국경에서]. 밀수업자의 보상금, 뇌물등이 테마가 된 게임이니 돈이 중요한 요소인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이 게임의 지폐는 지금까지 봐온 그 어느 게임들의 지폐보다도 사이즈가 어마어마했다. 거의 실제 지폐와 비슷한 사이즈. 뇌물로 돈을 바치며 돈을 살랑살랑 흔드는 그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는 충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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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다발. 두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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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6단위의 돈이 있다. 잘 보면 지폐에 그려진 대머리 독수리 표정이 액수가 높아질수록 변한다. 어찌 이런 일러스트가 주는 재미를 마다하고 카지노 칩이나 점수칩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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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즈도 어마어마. [정크]의 위안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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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맛도 좋을 법한 진짜 지폐 느낌. 그러나...


    유별나게 인쇄에 쓰인 색지가 얇팍한 편이어서 조금만 사용해도 돈이 손상가기 쉬웠다. 게다가 사이즈가 워낙 커서 들어갈만한 프로덱터도 없었고...



    그러다 소재로 쓰인 색지가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 직접 제작을 강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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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색지 준비. 색상별로 25매입이 1천원 가량. 한 색은 흰색으로 한다치면 소요비용은 결국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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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을 한 뒤 복사해서 A4 사이즈에 최적화 한다. 물론 색깔있는 종이에 인쇄된 것이기 때문에 포토샵으로 색보정을 해야한다. 출력은 물론 그레이스케일 출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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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력물. 웬지 위조지폐를 만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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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하면 완성.


    의외로 손쉽게 완성했다. 색보정은 그냥 배경색과 인쇄색의 콘트라스트만 높여주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물론 귀찮은 것은 재단. 칼이나 가위가 아닌 재단기(작두)를 사용하면 훨 편리하다. [국경에서]의 경우 의외로 돈의 수량이 많지 않아서 1시간 가량의 작업으로 다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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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지페(왼쪽)와의 비교. 색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50원짜리의 경우는 원본과 거의 동일하다. 2원짜리의 출력이 어두운 편인데, 원본의 배경색이 워낙 밝아서 콘트라스트 조정 이후에도 출력물이 짙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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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과 비교해서 맹점은 재단이 깨끗하게 되지 않는다는 점. 어짜피 제작한 지폐는 소모품급으로 생각해도 되니 큰 문제는 없다.


    그럭저럭 지페만들기 성공. 적어도 이제 [국경에서]를 플레이 할때는 지폐를 부채삼아 털털 털면서 뿌리는 그 게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크]나 [파워 그리드]도 같은 방법으로 지폐를 따로 만들 수 있겠지만, 프로덱터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지폐에서 쓰이는 색지의 색깔이 다른 단위와의 구분을 위한 용도라는 점을 착안하면, 이렇게 플레이 전용 지폐만 따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듯 하다. 무료할때 한 시간 정도 단순작업만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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