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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블러드 (True Blood) 1시즌CULTURE/TV 2009. 7. 2. 22:27
2009년 상반기 시즌 마무리 감상기 다섯번째.
음지에서 살던 뱀파이어들이 커밍아웃을 한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만 살 수 있는 이들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개발된 음료수인 '트루 블러드' 덕분. 하지만 뱀파이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남부의 한 마을에서 웨이트레스 일을 하는 수키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녀. 그녀는 마을에 나타난 뱀파이어인 빌에게 관심을 갖게되고, 둘은 서서히 교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뱀파이어들을 의심하게 된다.
빌과 수키.
[피아노]에서 영원히 꼬마일거 같았던 안나 파퀸이 그야말로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시리즈. HBO답게 농도짙은 19금의 화면들이 툭하면 쏟아진다. 그야말로 피와 살(?)이 난무한다.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의 관계라는 점에서 얼마전 개봉한 [트와일라잇]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러고보니 이 시리즈도 소설이 원작이다) 그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뜨거운 여름 날씨의 남부 시골 분위기에서 커밍아웃한 뱀파이어들과 인간들 사이에 어려있는 인종차별등의 은유는 더 직설적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뱀파이어 옹호론자와 반대파로 갈리는 인간들 간의 갈등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트루 블러드]가 사변적인 면모들이 담긴 소설이라면 [트와일라잇]은 오히려 동화책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은 아주 재미없게 봤다.)
뱀파이어들의 음료수 '트루 블러드'의 광고.
뱀파이어 행동의 제약성과 특유의 능력, 그리고 위협감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점점 경계의 대상이 된다. 그 가운데 어이없게도 뱀파이어와의 성관계에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뱀파이어의 혈액인 'V'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이 갈등 상황의 배치를 묘하게 만들어간다. 'V'(라고 쓰고 '신종 마약'이라고 읽는다)를 얻기 위해 선량한 뱀파이어를 납치/고문하는 수키의 오빠 제이슨의 행각이 그 대표적인 예. 다시말해 이 드라마는 뱀파이어를 완전한 악, 혹은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미국 내의 사회 분위기는 이 시리즈가 시즌을 거듭할 수록 이런 부분을 더욱 거창하게 심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아마 정치/종교적인 요소의 개입이 점차 더 강해질거 같은데..
원작이 이런 부분을 잘 살렸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시즌 중반에 상당히 이야기가 달라졌다는 의견들도 있다.
연쇄 살인을 줄기로 끌고 가는 서스펜스도 괜찮고, 수키 주변 인물들이 겪는 각자의 사연들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보다보면 너무나 짜증나는 캐릭터들이 종종 보이는데...
일단 좌충우돌 사고뭉치인 제이슨 스택하우스. 사실 제이슨의 행동들은 1시즌 동안 중요한 요소들을 알려주고 있고, 그의 기행(?) 덕분에 드라마의 자극적인 면모들이 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게다가 1시즌 마무리는 그가 2시즌에서 엄청나게 큰 변수를 보여줄 수 도 있거나, 혹은 보여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기까지 하고. 그가 짜증나는 캐릭터인 것은 사실 각본단계에서 애초에 그렇게 설정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암튼 1시즌에서 이 친구 때문에 울컥하는 순간이 몇번 있었다.
수키 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다가 승산 없는 게릴라 구애를 하는 샘 멀롯, 그야말로 쉴새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잔소리하는 타라 역시 편하게 볼만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하지만 [트루 블러드]가 괜찮은 점은 이런 짜증성 캐릭터들에게도 시즌 후반부에 나름 사연의 포지션을 마련한다는 점. 그래서 어느정도 용서가 된다. 타라와 타라의 엄마, 샘 멀롯의 과거지사 등은 늘어질 만한 시즌 후반부에서 약간의 기폭제가 된다.
찌질 캐릭터인 샘 멀롯, 발끈 캐릭터인 타라.
주인공인 수키와 빌의 러브라인 역시 답답한 구석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수키의 탓이긴 한데... 일단 러브라인에 낀 남자가 보통 사람도 아닌 뱀파이어이기에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시즌 후반부에 갑자기 히스테릭해져서 주변 남자들을 헷갈리게 할때는 오빠인 제이슨 못지 않게 짜증을 유발했다. 게다가 안나 파퀸의 목소리 억양의 독특함 (굉장하다 싶을 정도로 또릿또릿한)도 히스테릭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뭐.. 주변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니 히스테릭 해질 수도 있으려니. 2시즌때는 좀 침착해지길.
일단 그럭저럭 깔끔한 1시즌 마무리를 했다. 게다가 2시즌을 위한 캐릭터들의 변화 역시 기대할만하고 (짜증 캐릭터였던 두 남자-샘 멀롯과 제이슨 스택하우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HBO 스타일의 19금 표현을 버틸 수 있다면, [트와일라잇]류의 '동화'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봐 줄 만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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