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리메이크 된 미드 [V] 1시즌 초반 감상
    CULTURE/TV 2010. 4. 5. 10:00




    80년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드의 원조 V가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중인데, 시즌 4회인가 나오고 결방이 길어지고 시청률도 별로라는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안가졌습니다. 사실 [V] 이후 나온 그 수많은 외계인 침공 아류작들 덕분에 아무리 리메이크 되었다고 해도 식상할거 같았거든요. 특히나 [나이트 라이더]의 악몽때문에 리메이크 미드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생겼고요.

    그러다가 주말부터 CGV에서 하길래 듬성듬성 봤는데, 볼만하네요. 그래서 현재까지 나온 5회분을 몰아서 봤습니다.중독성 있다뭐다하는 미드들에게도 내성이 생긴지라, 2009년판 [V]가 대박 미드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1시즌을 다 보게 될거 같긴 합니다. 한 시즌 다 보기로 작정한 미드가 도대체 얼마만인가요.


    어느날 전 세계 하늘에 외계인들의 UFO가 무더기로 날라옵니다. 이들은 평화적으로 지구에 왔음을 강조하고 물과 자원을 제공하면 그들의 기술혜택을 줄것을 제안합니다. 지구인들은 대체적으로 이들에게 우호적이지만, 의구심을 풀지 않는 무리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이 사실은 지구 침략을 위해 왔음이 몇몇에 의해 밝혀지고 소수의 인원들이 레지스탕스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같은 분위기의 전운이 감돕니다.


    이렇게 시놉시스의 기본 골격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설정들은 죄다 바뀌었습니다. 80년대 우리가 기억하던 그 이름들- 도노반, 줄리엣, 다이애나-은 다 사라지고 새로운 캐릭터들로 대체 되었습니다. 리메이크의 얼굴 마담이라 할 수 있는 외계인 두목 애나는 80년대 버젼 다이애나(이름에서 '다이'만 빠졌군요)를 계승하는 캐릭터이지만, 외계 종족의 통치자로 지위가 격상되었고 훨씬 더 총체적인 지략가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 애나를 연기하는 브라질 출신의 배우 모레나 바카린은 정말 시치미 뚝떼고 이 얼음공주 캐릭터를 잘 연기합니다. 이 시리즈를 먼저 본 지인이 애나의 역할이 다이애나 못지 않다고 말하는데 정말이더군요.

    외계인네 얼음공주 언니.. 아니 엄마인 애나.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저항군이 오합지졸 같지만, 각 캐릭터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아마 주인공인 에리카를 제가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미첼(감동적인 영화 [프리퀀시]에서 엄마역)이 맡아서 일지도. 그외에 모리스 체스트넛이 연기하는 라이언도 멋집니다. 원작의 도노반과 줄리엣이 기자와 의사였는데, 여기서 레지스탕스의 주역남녀는 신부와 대테러 대응요원, 그리고 체스트넛이 연기하는 XXX 입니다. 근데 이 세 사람 이외에는 아직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얼렁 사람을 모으셔야 할텐데들...


    레지스탕스 구성원에서 기자가 빠진 것은 리메이크 버젼에서 미디어의 이용이 아주 큰 축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기자는 레지스탕스보다는 외계인과 직접 만나는게 더 어울리죠. 원작도 어느정도 그랬지만, 이 리메이크 작에서도 외계인들은 미디어의 활용에 그야말로 사환을 겁니다. 그리고 애나와 그 일당은 민완기자인 채드 덱커를 마치 체스말처럼 이용하죠. 그러나 채드 역시 멍때리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갈등을 합니다. 채드가 취재를 위해서 애나와 조건을 나누는 장면들은 확실히 미디어에 대한 민감한 풍자 같습니다.

    여기서 보면 알겠지만 리메이크 [V]의 캐릭터들은 제법 단순함을 벗어났습니다. 저항군인 잭은 신의 뜻을 선포하는 신부이지만 이제 생명을 죽여야하는 군인이 되야합니다. (실제로 일원 중 한명이 이 갈등상황을 경고하기도 하죠.) 애나는 단순하게 말살을 시키려는 폭군이라기 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전략을 생각하는 지략가입니다.

    아직은 이런 장면이 제일 볼만한 아이들인 리사와 타일러.


    물론 단순한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원작에서 교배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었던 '로빈'을 계승할 듯한 분위기인 틴에이져 타일러는 이미 처음부터 민폐+짜증 캐릭터임을 만방에 고하고 있고, 그 상대인 리사 역시 짝꿍답게 그 범주를 못 벗어날 분위기이긴 합니다. 캐릭터가 많은 시리즈이니 이런 애들이 몇몇 나오는건 어쩔 수 없겠죠.


    평화롭게 온 외계인이 알고보니 침략군이었다는 쇼킹한 반전이 먹힐 수 없기 때문에, 리메이크에서는 아예 이를 전제하고 초반부터 대척점에 있는 두 무리의 상황을 더 상세하게, 그리고 빠르게 묘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술적인 음모도 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미디어와 기타 등등을 통한 우회적인 공격도 있습니다. 천천히...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우민화 정책같은거 말이죠.

    따라서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의 묘사에서 원작에 나왔던 '기계를 통한 세뇌'같은 개념이 등장한다면 좀 실망스러울 거 같습니다. 재미 없잖아요.


    초기 방영때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 담겨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진 알겠습니다. 바로 외계인의 가장 큰 무기중 하나로 등장하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억지같기도 해요. 어쨌든 드라마에서는 정말 효율적인 무기처럼 보여지긴 합니다.

    우에엑...


    그리고.... 물론 파충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버젼에서 징그러운 파충류의 쇼킹한 장면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자주 나오지도 않거니와, 중간에 반란군 처형 에피소드에서 보면 인간의 외피가 변장이 아닌 태생적으로 붙어있다는 설정(그리고 필요시 변형)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아무튼 80년대 시리즈에서 기대할 만한 파충류 설정의 변주를 이렇게 (다소 진지하게) 남기고 있습니다. 오히려 외모보다는 생태학적인 요소에 있어서 변화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단순하게 쥐잡아 먹는거 말고요) 특히 에피소드 5에서 애나의 마지막 행동은 섬뜩할 정도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군요. 시즌 마무리 잘 하되... 부디 장기 방영은 없길. 역시 드라마는 간결하고 굵은게 최고!  (혹시 이거 1시즌이 몇회로 예정되어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