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재혁 형제. 늘 간결하면서도 흐름을 꿰뚫고 있는 형제 글을 만나는 것은 늘 즐거움이죠. 처음 CCM이 뭔가 어리둥절해 할 때부터 지금까지, 저 말고도 형제 덕에 음악에 눈을 뜬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게 다 형제의 복이자 받을 상급이겠지요."
영락교회 예흔의 리더였던 안수현씨가 내 싸이 방명록에 예전에 남겼던 글이다. 내 글을 읽고 '즐거움'을 느꼈다니. 참으로 기분이 우쭐해지는 일촌평이었다.
(사진은 안수현씨 싸이 http://www.cyworld.com/stigma 에서)
예흔 모임에 대해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목요일 모임에는 가볼 기회가 없었던지라 제대로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프리챌 동호회에서의 자료라던지, 그외에 얼핏 건네듣는 정보로는 예흔에서 함께 나누는 영상자료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안수현씨다.
이름만으로 알고 지내던 안수현씨는 알고보니 재원이의 고대병원 선배였다. 싸이를 통해 알게 된 이런 인연때문에라도 수현씨와 더 교제를 나누고 싶었지만 수현씨나 나나 너무 바쁜 상황. 아무래도 목요모임에 가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듯 했지만, 그때는 CCM 캠프가 저녁 프로그램이었고 심야로 옮긴 후에는 자연스레 잊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수현씨는 탁월한 워십 전문가, 능통한 영어실력, 그리고 영상편집, 컴퓨터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재원이를 통해서 들은 안수현씨의 이야기는 바로 의사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이었다. 바쁜 병원 일상중 잠시라도 여력이 나면 늘 봉사활동에 매진했다는 이야기, 파업중에도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진료를 혼자서 강행했다는 이야기...
참으로 요즘 세대에 보기 드문 행적이지만, 웬지 나에게는 놀랍지 않았다. 마치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예흔 모임에서 보여주는 세심한 정성과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의사로서의 모습에서 그대로 우러나온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 수현씨가 유행성 출혈열로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지난달 들었다. ccmpage.com 에 올린 윤창이의 글로 알게 된 청천벽력같은 소식은 이후 증세호전과 악화의 반복을 오가면서 참으로 맘을 졸이게 했다. 정월 초하루 지난후 한 장이라도 보내려고 갖고 있던 헌혈증을 챙겼지만 5일밤 10시쯤 몇몇 지인들로부터 소천소식을 듣게 되었다.
방송이 끝나고.. 평촌에서 재원이를 픽업하여 빈소로 갔다. 한 번도 뵙지 못한 분의 빈소.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아직 영정사진도 없는 빈소.. 그 모든게 왜이리 낯설고 섭섭하던지. 무엇보다도... 한번이라도 만났었으면 하는 그 안타까움이 제일 컸었다.
너무나 큰 쓰임을 받은 하나님의 사람이 이처럼 세상을 일찍 떠나는 거에 대해서 우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우리가 나름대로 내리는 이유와 결론은 결코 해답이 되지 못하니... 하지만 우리의 바람만큼은 확실하다. 진정으로 그분이 사랑하시고 쓰임 받았던 안수현씨가 그 본향에서 정말 영원한 쉼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 바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