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가 끝난 후 여훈이가 또 다른 재밌는 일본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전까지... 한동안 적조했던 미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before that ! 지지부진..몇 개의 드라마에 대한 희망도 접었다.
우선 [Lost] 이미 2시즌에서 따라잡기가 힘들다. 낚시질로 가득한 1시즌, 결국 2시즌에서 수습도 못하고 머리만 지끈지끈 아프게 하고 있다. 그 좁다란 섬에서 뭔 사람들이 그렇게 꾸역꾸역 나오는 것인지. 김윤진의 선전은 반갑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보기 지루해졌다. J.J 에브람스 왜 이러나. [앨리어스]도 하강하더니만.
다음은 그나마 좀 나은 [Smallville]. 이미 여러 게시판에서 성토를 당하고 있다. 저런 애가 나중에 수퍼맨이 되어서 지구를 지키다니, 정말 불안하기 그지없다. 사춘기도 지났을 텐데 쓸데 없는거 갖고 반항하질 않나, 지고지순한 사랑의 목표였던 라나는 별 해괴망측한 일들을 다 겪더니 이젠 그 자신이 해괴망측한 캐릭터가 되었다. 게다가 영화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이 비교적 멋지게 그려진 탓에 대비효과 마저 심각하다.
하지만 어떻게 쇄신을 해보겠다고 6시즌 들어서 뉴페이스들을 투입하며 애를 쓴 결과가 좀 참신하기는 하다. 페이스 잘 유지한다면 나중에 4시즌이나 5시즌보다는 좀 나은 평가를 받을듯. 그린 애로우가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이젠 클락도 고분고분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직도 이집트 상형문자에 집착하는 무리들만 나오면 좀 깨지만. 잘 마무리하길. 부디.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들은 세 편이다. 소개하자면...
[Prison Break]
두말해서 뭐하리. 폭스에서 [24]의 공백 기간을 틈타 런칭했던 쇼지만 반응이 좋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아마 '석호필'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스코필드의 모험담은 이미 미국 드라마 매니아들에게 많이 회자된 듯. 연초에 1시즌 좀 보다가 잠시 중단했는데 다시 시작했다. 내 주변 지인들도 이미 대부분 마스터한 드라마.
억울하게 누명을 쓴 형을 위해 자의로 감옥에 들어간 동생. 감옥의 구조를 문신으로 새겨 들어가고 치밀한 두뇌 회전으로 탈옥 계획을 세우는!! 탈옥하면 끝일텐데 2시즌도 건재한 상태이니.. 과연 어떻게 되는걸까 빨리 1시즌부터 마스터 해야지.
[Numb3rs]
소재의 아이디어 자체가 드라마의 진행을 앞서버린 경우가 아닐까. 이미 수도 없이 등장한 수사물의 한 예이지만 (난 [CSI]도 제대로 안봤다) 이 경우는 다르다. 민완 수사관인 형, 그리고 세기에 나올까말까한 천재적인 수학자인 동생. 그들이 팀을 이뤄 범죄를 쫓는 독특한 형태의 수사물.
세상의 모든 이치를 수학에 대입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서 시작된 컨셉이지만 이게 묘하게 수사의 방향과 맞아 떨어지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예를 들어.. 1시즌 파일럿을 소개해 보자. 상황은 연쇄 강간 살인범을 쫓는 상태. 도시 내의 이곳 저곳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 범죄의 다음 계획을 막으려고 하는 형에게, 동생은 '스프링 쿨러에서 무작위로 뿌려지는 물방울처럼, 무작위 범죄도 다음 범행지를 예측하긴 힘들다. 하지만 물방울들의 궤적을 조사하면 스프링 쿨러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범인의 은신처를 찾을 수 있다'는 예상으로 지도에서 범죄 장소의 좌표를 취합해서 정리한 방정식을 만든다... 이런 식이다.
여러모로 밑천이 쉽게 떨어질 듯 한데. 아직도 3시즌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수사물의 특성상 클리프행어 스타일의 낚시질이 아닌 한 회 한 회 깔끔하게 끝나서 보기도 편하다.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인식의 공헌으로 칼 세이건 상을 받기도 했단다. 대단!
[Heroes]
NBC에서 올해부터 시작된 드라마. 이제 겨우 1시즌 7회째다. 파일럿의 시청률이 별로여서 단명을 예상했었는데 3,4,5회로 오면서 갑자기 시청률이 급등하며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미 골백번도 더 나온 초능력자들의 이야기. 하지만 수퍼맨,배트맨 계열, 혹은 엑스맨 류와는 다르다. 가면을 쓴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능력자들. 그리고 그 능력 자체가 물리적인 느낌보다는 시공을 초월하는 관계론적인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평하듯이 강풀의 만화 [타이밍]과 유사하다. (난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타이밍]을 봤는데, 참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긴 하다.)
전 세계에 흩어진 몇몇의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이들은 얼마뒤에 있을 대참사를 막아야 할 운명. 미래와 현재가 얽혀진 이 운명의 틀에서 서로를 모르는 무관한 관계였던 이들이 우연스레 점점 관계를 이뤄간다. [Heroes]의 장점은 뚜렷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개성.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의 무리의 실체간의 불구대천의 대비다.
회를 거듭할 수록 흥미진진하다. 자신의 초능력을 깨달아 가는 캐릭터들, 그리고 이들이 점점 선을 이루는 과정들. 여러모로 떡밥이 즐비한 낚시형 드라마다. 하지만 적어도 '로스트'만큼 대책이 없진 않다. 결국 관건은 이를 어떻게 잘 풀어내가냐는 여부겠지.
다만 이제 7화이기 때문에 진도는 제일 지지부진하다. (애초에 이걸 보려고 계획했다가 중간 공백을 메꾸려고 시작한게 위의 두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자면... 사극을 즐겨보지 않는 나로서는 요즘의 [주몽] 열풍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 외에는 -한정된 재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의 한계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 다들 알다시피 온라인으로 도마위에 올라간 저열한 드라마들 일색이니. [연애시대]나 [네멋대로 해라] 정도의 체감을 안겨줄 드라마가 없는 한은 당분간 미드에 열중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