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명작. 현재 보드게임 세계에서 밑도 끝도 없이 확장맵을 양산하고 있는 게임. 증기 기관차의 풍채에 어울리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플레이 해보면 정말 머리에서 'Steam'이 돋게 하는 게임. '증기의 시대' (Age of Steam 이하 AOS)
작년 겨울 일산의 보드게임 모임에서 이 게임을 처음 할 때에도 AOS에 대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게임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단 한 판만 한 뒤 AOS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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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는 점수를 내는 게임이다. 티켓 투 라이드처럼 철도 게임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더 엄밀히 말하면 경제 게임이다. 티켓 투 라이드는 일단의 길만 확보해도 되지만, AOS는 이어진 길을 통해서 화물을 수송. 이를 통한 수익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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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 심한 것은 바로 돈의 압박. 초기에 주식을 발행한 만큼의 추가 자본을 갖고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라운드 종료시마다 되갚아야 하므로 늘 주의해야한다. 특히나 초기에 순서를 정하는 경매에서 돈을 지나치게 쓰면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릴 수 있다.
경매가 끝나면 철로 건설을 한다. 특수 행동에서 우선 건설을 선택한 사람부터 순서대로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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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도 그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송하는 거리만큼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이른바 Locomotive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색깔 마커를 지나간다면 2단계의 추진이 있어야 한다.
LOCOMOTIVE 추진 단계 미터다.
게임중 모두 6단계까지 올릴 수 있고 올리는 방법은 두 차례의 수송 중 한 차례를 포기하고 그 대신 올릴 수 있다.
각자 수송이 끝나면 발행한 주식, 그리고 링크의 합을 합산해서 돈으로 되갚는다. 예를 들어 2주를 발행했고, 1링크를 올렸다면, (기존 2주+올린 2주+1링크=)5원을 갚아야 한다. 다만 라운드 중 점수를 얻었다면 그 점수만큼을 감산하고 지불한다. 2점을 벌었다면 5-2=3원만 내면 된다. 만약 돈이 없다면 점수를 깍아서 갚는다. 점수마저 없다면? 그렇다면 게임에서 패배다. 이렇듯 초반에 계산을 잘 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결과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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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의 마지막에는 AOS의 유일한 랜덤 요소인 자원 보충이 있게 된다. 선이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눈의 숫자에 따라 자원 보드에 있는 자원을 도시에 새롭게 보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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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라운드가 되면 라운드 표시마커를 전진시키고 주식 발행부터 다시 시작한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돈도 많이 써야하고 추진력도 늘어난다. 고로 갚아야 할 돈도 많아진다. 결국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수익에 해당되는 점수를 많이 따야한다. 초반 라운드때는 갚아야 할 돈이 계속 생기지만, 점수가 고득점이 되어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돈을 갚는 대신 받을 수가 있게 된다. 말그대로 순수익이 생기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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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복잡해지면 보드 위에 철로들이 난무한다. 상품을 수송하는데는 꼭 내가 건설한 링크만 이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남이 만든 철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남이 만든 철로를 이용할 때는 그 사람의 점수가 올라감을 유념해야한다.
어짜피 내가 만든 길로만 갈 수는 없는법. 최소한으로 해야하나 남의 링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역의 경우로 상대방이 나의 길을 이용해서 내가 점수를 딸 수도 있다. 따라서 결론은 목이 좋은 곳으로 어떻게든 라인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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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라운드만큼 돌면 게임은 끝난다. 게임 종료 후에도 발행한 주식만큼 차감뒤 3을 곱하고, 여기에 세워놓은 철로의 수만큼 추가점을 주는 다소 복잡한 계산법이 남아있다.
AOS는 적어도 현재까지 내가 갖고 있는 게임들 가운데서 가장 복잡한 게임이다. 룰이 복잡하다기 보다는 그만큼 고민해야하는 전략이 살아있다는 뜻.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양산되고 있는 새로운 맵들의 수만해도 이 재미를 증명한다. (나 역시 다른 맵들을 몇가지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종종 모이는 고정 멤버들이 빨리 재미를 붙였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명불허전의 감동을 함께 느껴봤으면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