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뵈링어가 만든 2인용 게임. 국내에도 처음 소개되어서 '엉겁결'에 구매했던 작품. 원래 이런 '판타지'류의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거뒀고 계속 확장팩이 나왔다는 말에 한 번 도전해봤는데....
풍성한 구성물. 하지만 매뉴얼을 제외하고는 재질이 별로...
8개의 캐릭터들. 파란색 플레이어 진영.
액션카드와 점프카드, 공격카드, 캐릭터,아이템,액션 포인트마커
마법사, 전사, 고블린... 판타지 영화에서 익히 낮익을만한 캐릭터들이 각 플레이어에게 똑같이 배정되고 각자의 특수 능력을 통해 상대방을 죽이거나, 상대 진영으로 탈출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목적이다.
초기 세팅. 책상의 공간을 만만찮게 차지한다.
액션 카드. 현재 좌측 플레이어가 2개의 액션을 사용했다.
게임 운용은 액션카드를 통해 이뤄진다. 2,3,4,5 액션으로 나뉜 카드를 자기턴에 사용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턴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대한 머리를 굴려 점수에 다가가야 한다. 승자는 5점의 점수 획득.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면 1점. 혹은 자신의 캐릭터를 상대의 진영으로 보내 탈출 시켜도 1점을 얻을 수 있다.
오른쪽 아래의 던젼은 그야말로 미궁의 상태이다.
이 게임의 재밌는 점은 '탐사의 묘미'가 있다는 점이다. 시작시 스타트라인 안쪽의 미로들은 모두 비공개 상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운용해서 각각의 던젼을 하나하나 공개해야 한다. 던젼의 공개에는 하나의 액션 포인트(AP)가 사용된다.
회전중!
진행의 백미는 던젼을 회전시키는 것. 역시 1AP가 소요되는 이 작업은 해당 던젼에 있는 회전기어 위에 자신의 캐릭터가 올라가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The Easy way is always twisted' - '쉬운 길은 늘 뒤틀려있다'는 이 게임의 캐치 프레이즈만큼이나 던젼 회전은 게임의 상황을 바꿔 놓는다. 탈출을 목전에 둔 캐릭터가 회전때문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고, 힘센 캐릭터에게 쫓기던 약한 캐릭터가 회전덕분에 피신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무궁무진하다.
성직자가 점프카드를 써서 함정을 뛰어 넘었다.
게임 진행을 난해하게 만드는 것은 함정의 존재다. 도둑과 마법사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이 함정을 건널 수 없다. 미로때문에 진행방향이 제한되는 것도 성가신데 함정은 더욱 눈엣가시다. 그래서 1AP를 사용해서 점프카드를 쓸 수도 있다.
전사가 문을 파괴했다
파이어볼을 던지려 하는 마법사. 오른쪽의 메카노크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여덟 캐릭터들의 특수능력 파악. 함정을 오가고 문을 여는 도둑, 문을 파괴하는 전사, 던젼을 역방향으로 회전시키는 메카노크, 재생이 가능한 트롤, 부상당한 캐릭터를 치유시키는 성직자... 각 캐릭터는 특수 능력뿐만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반경과 전투시 사용되는 힘들도 틀리기에 이들을 적절히 안배해서 운용해야 한다.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함정을 뛰어넘게 해주는 밧줄,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여주는 검과 갑옷, 들고 튀면 1VP를 더해주는 보물 등... 아이템과 캐릭터를 잘 병행해서 운용한다.
워리어가 겁없이 트롤을 공격했다. 트롤에게는 방어 아이템인 갑옷까지 있어서 워리어의 기존 전투력인 3보다 2나 많은 5로 방어를 했으나...
승리를 너무 과신했는지 공격카드를 2밖에 안냈고, 그 결과 패배. 트롤은 부상자가 되었다.
점수 획득의 첫 요인인 전투. 인접한 두 캐릭터들끼리 기존의 전투력에 자신이 내놓는 전투카드의 합산으로 힘을 겨룬다. 전투카드는 0을 사용할 경우 외에는 모두 1회용이기 때문에 전투가 거듭되면서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카드를 소모했는가가 관건이 된다. 여기에 높은수치의 카드를 아끼려는 마음등이 더해져서 전투는 거의 심리전의 분위기가 된다. 강한 캐릭터를 내세우면서 낮은 수치의 전투카드를 낼 수도 있고, 그런 심리를 노려서 엄청 높은 카드를 내서 이길 수도 있다.
패배한 캐릭터는 부상상태가 되고, 성직자가 치료해주지 않는 이상 게임내내 이동이나 행동할 수 없다. 그리고 부상자가 한 번 더 공격받으면 게임에서 죽게되고, 상대방에게 1점을 내주게 된다.
상대 캐릭터를 녹다운 시켜 점수를 얻느냐, 용의주도하게 아군 캐릭터를 탈출시켜서 점수를 따느냐 선택은 자신의 마음이다. 동시에 나를 공격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상대방을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캐릭터와 아이템의 기능이 쓰여있는 스크린. 한글화를 직접 해봤다.
아이템은 왼쪽처럼 올려놓거나, 오른쪽처럼 밑에 깔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쪽이나 게임 진행때는 불편하다.
꽤 재밌는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인 점도 많았다.
우선 지나치게 자유도가 높다보니, 게임에서 각 캐릭터나 아이템의 전반적인 운영을 할 기회가 없다. 이동할 여지도 많고 운용할 캐릭터나 아이템이 많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막연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게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진다. 이겼을 때 승리의 쾌감도 통쾌하고, 막판에 결정적인 역전의 기회도 생기는 등, 흥미진진한 요소는 풍성하지만 뭔가 약간 아쉬운 감이 남는다.
워낙 머리를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장고에 따른 시간의 압박도 만만찮다. 매뉴얼에서는 한 사람의 차례당 시간을 재라고 하지만 아이템의 운용등으로 늘려지는 시간을 일일이 측정해서 공평한 시간을 정하기란 쉽지 않다.
게임의 콤포넌트들도 썩 좋은 수준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콤포넌트들 보다 컬러 매뉴얼만이 제일 돋보이는 정도. 특히 캐릭터와 아이템을 함께 이동시키기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 맘에 안든다.
프랑스에서는 8개의 캐릭터들의 피겨를 고가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피겨가 아니라 게임에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미니어쳐다.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군침도는 아이템이겠지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부가이익을 위한 고육책 같아 보인다.
실제로 조그마한 캐릭터 8개 한 세트가 3만원 돈이다. 그리고 그게 한 플레이어의 팀이다. 두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두 세트를 사야하는 셈이다.
전적으로 전략성에 큰 우위를 두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소소한 점때문에 내 취향과는 썩 부합하지가 않는다. 가을부터 수집된 나의 라이브러리에서 아마 첫 방출되는 게임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