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방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아직도 간단한 파티 게임인 '젠가'나 종치기 게임인 '할리갈리' 류가 일반적인 게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좀 더 오묘(?)하고 조금 더 복잡한 게임에 도전해보고 싶을때, 입문용으로 적당한 것이 바로 이 게임 '카탄의 개척자 (The Settelers of Catan)'이다.
독일의 클라우스 토이버가 1995년에 발표한 뒤, 보드게임의 대중화를 앞당긴 공신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영문판이 인기가 있었고, 조잡한 일본판의 한국어 번안 버젼에 이어, 최근에는 독어판을 번안한 정식 한글판도 나왔다. 역시 추천할 만한 것은 영문판.
명성답게 푸짐한 룰북과 세팅 도표
카탄이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은 아주 기초적인 형태의 파티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기에 쉬운 룰 때문일듯 하다. 영문판에도 매뉴얼과 책력표와 세팅표 등이 이미 풍성하게 있지만, 그 게임룰은 이미 구전으로 유명해 졌다.
초기 세팅이 조금 버겁긴 하다. 8각형으로 딘 자원필드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필드의 테두리는 바다와 항구 타일들로 두른다. 자원필드 위에는 번호와 알파벳이 적힌 토큰을 알파벳 순서대로 놓는다. 플레이어들은 필드의 교차점 두군데에 정착지를 짓고, 정착지 옆에는 길을 하나씩 건설한다.
자원카드와 건설 가격표
카탄 진행은 두개의 주사위를 굴린 수의 합이 해당된 자원필드에 개척지를 지은 사람이 자원을 획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확률상 제일 많이 나올 숫자들이 놓인 위치에 개척지를 짓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모은 자원은 건설 가격표에 따라 개척지, 도로, 개척지를 도시로 업그레이드, 혹은 발전카드를 구매하는데 쓰인다.
원하는대로 모든 자원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전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은행과의 4:1 기본거래, 항구를 점유한 사람이 할 수 있는 3:1, 2:1 거래, 플레이어간의 자유거래는 건설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게임 분위기도 떠들썩하게 만들어 준다.
개척지는 1점, 도시는 2점. 이런식으로 건설을 해나가서 10점을 먼저 획득하는 사람이 승리.
파란 도시와 빨간 집. 그러나 도둑이 들어 6이 나와도 무용지물
두 주사위의 조합중 확률이 가장 높은 7이 나왔을 경우는 자원획득 대신 도둑을 움직인다. 도둑이 점유한 자원필드는 이후 해당숫자가 나와도 무용지물. 따라서 상대방을 견제하는데 제격이다. 여기에 7이 나왔을 경우 7장 이상의 자원카드를 갖고 있는 플레이어는 반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자원카드를 많이 소지하는 것도 위험하다.
기회를 제공하는 발전카드들
건설대신 발전카드를 구입할 수도 있다. 1점을 주는 점수카드, 독점카드, 풍년 카드, 도로 건설 카드, 그리고 도둑을 몰아내는 병사 카드 등을 적시에 사용해서 상대방의 견제, 자신의 발전, 그리고 점수 획득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점수 획득처. 롱기스트 로드와 군대카드
병사 카드 세 장을 사용하고 얻는 군대카드, 그리고 도로를 5개 이상 이었을때 얻는 최장도로(The Longest Road) 카드는 각각 2점씩으로 허를 찌르는 점수 획득을 가능케 한다.
쉬운 룰과 함께 전략성 보다는 주사위 운으로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카탄의 대중성에 한몫하지만, 주사위 숫자가 가끔 편중되기도 한다. 물론 이를 다 고려한 전략이 세워져야 하겠지만 가끔 주사위 운이 지나치게 몰려 게임이 루즈해질 때도 있다.
5~6인용 확장팩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게임 인원이 3~4인 뿐이라는 것. 거래요소 때문에 2인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5~6인용을 위한 확장팩이 나와있다. 말그대로 확장팩으로 카탄의 기본판이 있어야 가능하다. 케이스 크기는 기본판의 반 수준. 몇개의 콤포넌트가 추가된 형태다.
기본판보다 배열이 훨씬 넓다
5~6 인용 확장판은 7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특별 건설턴이 추가된 것빼고는 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판이 커져도 6인으로 플레이 하게 되면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공간이 만만찮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기에 리플레이성도 충분한 편이다. 여기에 기본판의 인기에 힘입어 확장판, 그리고 스핀오프 시리즈도 엄청나다. 우주를 무대로 한 '스타페어러'나 '석기시대'는 큰 관심이 안생기지만, 확장판인 '시페어러'와 ' 도시와 기사', 그리고 2인용으로 새롭게 만든 카드 버젼은 꼭 해보고 싶다.
휴대용. 문방구에서 파는 자수통을 이용했다.
하드한 보드게임 유저들은 질렸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하던 날 반나절을 보낸 재미가 아직도 생생하다. 보드게임을 좀 더 알고 싶은 이들, 아직도 '젠가'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