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생의 유명한 카드 게임. 전반적으로 카드게임은 그 구성물이 단촐한 편인데 이 시타델도 마찬가지다. 카드게임과는 뭔가 좀 안맞아 보이는 '도시 건설'이라는 컨셉.
그러나 그 컨셉 역시 치장일 뿐이다. 이 게임의 진정한 의의는 상대방을 훼방놓는 '딴지'에 있다.
천사같은 맘으로 하다보면 이 게임은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악랄하게 혼자서 쭉쭉 나간다고 해도 역시 다른 사람의 타겟이 된다. 하다보면 은근히 열받고 상대방을 미워하게 되는 게임. '딴지 게임의 진수'라고 소문날 만하다.
단촐한 구성물. 확장 캐릭터가 없는 오리지날 독어판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오리지날 독어판. 모사이트에서 할인 판매할 때 덜컥 사버렸는데 독어판이었다. 이후 독일에서는 추가 캐릭터가 들어있는 확장판이 나왔고, 미국에서는 오리지날과 확장 캐릭터를 모두 담은 합본판이 나왔다. 영문판은 독어판보다는 케이스가 좀 큰 편이다.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은 영문판이었는데, 반갑게도 얼마전에 한글판이 라이센스 되었다. 한글판은 독어판이 아닌 영문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확장 캐릭터도 기본으로 들어있다.
만약 이 게임을 소장하고 즐기고 싶다면 한글판을 추천한다. 뭐니뭐니해도 한글이 낫지. 인터하비 구입링크 (클릭)
아직 확장판을 즐겨보진 못했다. 그러나 단촐하게 하기에는 기본판으로도 충분하다. 아쉬운 점은 독일어가 도저히 친숙하지가 않다는 점. 모 사이트의 자료실에 한글화 버젼이 있었지만, 웬지 시원치가 않았다. 그래서 스캔 작업으로 아예 텍스트 부분을 한글로 만들었다. (여기 찍어놓은 카드의 한글 부분은 직접 한글화 한 것이다.)
왕관마커. 직업카드 8장, 금화, 도시카드. 시타델의 구성물 들이다.
게임은 자신이 선택한 한 명(2.3인용일 경우는 두 명)의 캐릭터의 임무를 정해진 차례로 (특이하게도 직업별로 순서가 정해져 있다) 수행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푸에르토리코를 연상시킨다.
다만 시타델의 경우, 캐릭터는 전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의 몫이고 상대가 무슨 캐릭터를 잡았는 지도 볼 수 없다. 해당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여기에 모든 캐릭터가 행할 수 있는 금화/건설카드 획득과 건물 짓기를 수행하며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게임은 어느 한 플레이어가 8개의 건물을 지으면 끝난다. 한 차례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이 한 채이므로 그냥 무난하게 8턴을 돌며 건물을 지으면 될 듯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왜냐면 각 캐릭터들의 능력 때문이다. 8개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능력은 자신의 개발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를 향한 '딴지'에 그 핵심이 있다. '상인'이나 '왕', '주교', '건축가'같은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딴지성향이 거의 없지만, 그 외의 캐릭터들은 정말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아주 간략하게 각 캐릭터의 능력을 요약하자면...
1) 암살자 : 특정 캐릭터의 차례를 아예 소멸시킨다. 말 그대로 '암살'한다.
2) 도둑 : 특정 캐릭터의 금화를 모두 뺏어온다.
3) 마법사 : 특정 플레이어의 건물 카드와 자기것을 모두 바꾸던가, 카드더미에서 교환할 수 있다.
4) 왕 : 다음 턴의 선을 잡을 수 있다. 그만큼 다음 턴에 직업선택에서 우위다.
5) 주교 : 장군의 건물 파괴를 피할 수 있다.
6) 상인 : 차례가 끝나고 금화를 하나 더 받는다.
7) 건축가 : 건물카드를 추가로 2장 더 받을 수 있고, 한 차례에 건물을 3개까지 지을 수 있다.
8) 장군 : 차례가 끝나고 다른 플레이어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조금 잘 나간다 싶은' 플레이어를 향한 견제가 끊임이 없다. 암살자를 선택해서 아예 기회를 없애던지, 도둑을 사용해서 돈을 뺐어온다던지, 아예 장군을 사용해서 확실하게 건물을 파괴 한다던지...
승리를 목전에 앞둔 상태에서 자기 차례가 소멸한다던가, 돈을 뺐긴다던가, 건물이 파괴되면... 정말 열받는다. 물론 이렇게 속수무책만은 아니다. 암살자나 도둑의 경우에는 타겟이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이기 때문에, 과연 상대가 어떤 캐릭터를 잡았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수많은 건물 카드들
이것이 금화
물론 다양한 가치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 금화를 많이 모아야하는 것은 필수. 하지만 상대 플레이어가 도둑으로 내 금화를 뺐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작정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기 타이밍에 금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속성을 이용해야 한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다섯 색깔로 분류 되고 보라색을 제외한 4가지 색깔은 4가지 캐릭터와 연결된다. 왕은 파란색, 상인은 녹색, 주교는 파란색, 장군은 빨간색.
그리고 이 색깔의 건물을 소유한 플레이어들은 해당 직업을 잡았을때 금화를 추가로 얻게 된다. 자기 차례가 시작될때 이런식으로 얻게 되는 금화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같다.
한편 또 하나의 색깔인 보라색은 특수 건물들로서 건설되었을 경우 각각의 특혜를 발동한다. 푸에르토리코 처럼 특수 건물의 기능이 절대적이지는 않고, 그 종류도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건물때문에 전략이 좌지우지 되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그냥 일종의 보너스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결정타를 날릴 기회도 주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식으로 한 플레이어가 8개의 건물을 지으면 게임은 종료. 점수는 건물에 명시된 금화수, 여기에 먼저 8개를 지은 플레이어, 그리고 차선으로 8개를 지은 사람, 건물을 색깔별로 모은 사람에게 추가 보너스가 주어지고 모든 것을 합산해서 제일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승리한다.
한 턴의 선을 상징하는 왕관마커. 왕관을 잡은 플레이어는 순서에 따라서 8명의 캐릭터를 순차적으로 호명한다.
룰이 어렵지 않다. 순서대로 진행되는 캐릭터의 능력발동에 대한 상관관계를 체감해야 하는 것이 게임을 이기기 위한 필수 요소다.
몇몇 보드게임 사이트에서는 시타델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인원이 여럿이 -최대 7명까지 할 수 있다-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2인이나 3인 플레이도 의외로 재미있다. 여럿이 할 때 느껴지는 재미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아예 게임의 분위기가 색다르게 변한다. (2인이나 3인의 경우에는 한 턴에 두 캐릭터를 잡고 진행한다. 그런데 그 두 캐릭터가 각각 '암살'당하고 '돈 뺐기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_-; )
여기에 2인용으로 할 때는 시타델의 딴지개념에 전략성과 심리전(도대체 상대가 무슨 직업을 가져갔을까)이 가미 되기까지 한다. 다인용 게임 중 2인으로 즐길 때의 재미가 만만찮은 게임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다보면 '아, 정말 너무하네',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이겨야지'... 뭐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게임. 승부에 집착한다면 정말 의가 상할 만하다. 그만큼 시타델이 치열하고 재밌는 게임이라는 명제에 대한 좋은 반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