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발표된 게임이니 보드게임상으로 그다지 연륜이 있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 보드 게임계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고의 역작.
카탄류의 게임들을 좀 즐겼다면 다음 단계의 난이도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카탄처럼 개척과 탐험의 요소보다는 생산과 교역의 요소를 더 갖고 있는 게임이다.
이 [푸에르토 리코]는 독일의 완구업체인 'Ravensburger'의 하위업체인 Alea에서 만든 보드 게임이다. 디자이너는 안드레아 세이페스.
사실 이 사람의 작품은 [푸에르토 리코]와 그 카드 버젼인 [산후앙(San Juan)]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워낙 대단한 게임들이라 이 디자이너에게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알리아는 전략성 있는 게임들을 연작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 알리아의 시리즈를 '옆 얼굴' 시리즈라 부르는데, 게임의 옆면에 모두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렇다.
이 시리즈는 빅 박스, 스몰 박스, 미들 박스로 이어지고 있는데 모든 게임들이 평균적으로 뛰어난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게임성뿐만 아니라 세심하게 만들어진 콤포넌트들도 훌륭해서 컬렉터들에게 인기다.
[플로렌스의 제후], [와이어트 어프], [로얄 터프] 등이 바로 이 알리아 시리즈 출신의 게임들이다. 여느 보드게임 커뮤니티에 가면 알리아의 시리즈를 다 모은 이들이 찍은 옆얼굴 퍼레이드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올 정도다.
[푸에르토 리코] 덕분에 브랜드의 가치가 한층 높여진 효과를 보기도 했을 터. 그 때문인지 가끔 알리아 시리즈는 게임성과 무관하게 정말 컬렉팅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는 콤포넌트들
[푸에르토 리코]는 알리아의 게임들 중에서도 제일 으뜸이다. 특히 그 인기를 반영하는 듯 국내에 한글화가 되어 있는 유일한 알리아 시리즈이다. 퀄리티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수준. 다만 정리할 물품이 좀 많기는 하다. 그럼에도 박스 안의 콤포넌트 정리함 역시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다.
주지사카드(왼쪽위)와 직업카드
게임의 진행은 7개의 직업카드를 선택한 뒤 해당 직업을 수행하면서 돈을 벌거나 화물선에 선적을 해서 VP (Victory Point)를 획득하면 된다.
농장타일을 획득하는 개척자(Settler), 이주민을 데려오는 시장(Mayor), 건물을 구입하는 건축가(Builder), 물품을 생산하는 생산자(Craftsman), 물품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상인(Trader), 물품을 선적해 보낼 수 있는 선장(Captain), 그리고 1더블룬(돈의 단위)을 획득하는 광부(Prospector) 이상 7개의 직업이 이 게임에서 사용되는 직업들이다.
초기세팅 조망도
매 라운드의 선은 주지사를 잡은 사람이 갖게 된다. 특정한 직업을 선택한 뒤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해당 직업의 능력을 수행하고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기존 능력에 특별한 혜택이 가중된다. 그리고 이 직업의 운용을 잘해서 최대한 물건을 많이 선적하여 VP를 획득한다.
이것이 바로 빅토리 포인트(VP) 가장 많이 획득하는 사람이 승리
농장타일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는 모두 5개. 옥수수, 인디고, 설탕, 담배, 커피. 가치는 커피로 갈 수록 높아진다. 물론 가치가 높은 작물일 수록 생산하기가 힘들다. 왜냐면 함께 병행해야하는 생산 건물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옥수수는 생산 건물이 없이 농장 타일만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타일은 채석장은 생산과는 관계가 없지만 건물을 구입할 시 1 더블룬을 디스카운트 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주민 더미와 이주민 선박
이주민은 실질적인 건물 운용을 하게 해준다. 배치또한 시장턴에만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잘 유념해야 한다.
수많은 건물들. 그리고 은행
게임의 중앙에는 건물들과 은행이 배치된다. 건물에는 생산 건물과 특수 건물들이 있다.
생산 농작물들 5종류와 상점
상점은 더블룬을 벌 수 있게 해준다. 네개의 판매공간이 있는 상점은 독특하게도 같은 종류의 작물을 판매할 수 없고, 또 한 턴에 1인당 한 개의 작물만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판매의 순서대로 상대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더블룬
이렇게 상점에서 판매가 끝나면 더블룬을 받게 된다. 이 게임의 돈의 단위인 더블룬은 사실 게임의 목표가 아니다. 더블룬은 여러가지 혜택을 부여하는 건물을 사기위한 용도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부차적으로 게임의 성패에 큰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운용에는 생산 건물만 필요하지만 보라색으로 되어 있는 특수 건물도 게임에 중요하다. 보라색 건물의 기능은 다양하다.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주던가, 돈을 더 벌게 해주던가, VP 획득을 더해주던가.. 제한된 설치의 공간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건물 구입/운용을 해야한다.
건물의 효용도는 다양하다. 상점에서 동종의 작물을 판매할 수 있게 해주던가. 건물 건축시 이주민을 딸려오게 한다던지.. 푸에르토 리코의 작은 단점이라면 게임의 룰을 숙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그 중 가장 난해한 부분이 바로 이 수많은 건물들의 용도를 파악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 게임에 재미만 느낀다면 두어판 후에 건물 용도는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건물이 이해되는 과정이 자신도 놀라울 정도다.)
공장에 두 명. 농장에 두 명. 모두 설탕 2개 생산 가능
숙박소, 그리고 강력한 건물인 조선소가 가동중이다.
그러나 단순히 농장과 건물의 운용만으로 생산을 할 수는 없다. 이주민 마커가 농장이나 생산 건물안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을 이용해서 적절하게 이주민을 자신의 업무에 배치해야 한다. 이주민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생산도, 건물 기능 이용도 불가능하다.
게임의 목표인 VP를 얻기 위해서는 선장의 턴에 선적을 해야 한다. 복잡한 선적의 룰이 있긴 하지만, 그 룰이 결국 치열한 견제의 마당(?)이 된다. 한 배에 한 종류만 실을 수 있고, 한 차례 선적에 같은 종류를 전부 선적해야하고, 선적 가능한 농작물이 있다면 무조건 선적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다른 직업과는 달리 선장의 턴에서 선적을 하지 못하면 보유한 농작물중 1개를 제외하고 모두 버려야 한다. 따라서 선적은 자신의 VP를 획득할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농작물을 버리게 하는 견제의 역할도 한다.
더욱 확실한 견제를 위해 푸에르토 리코는 게임 진행중 VP를 제외한 상대방의 현황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이 돈이 없을때 건축가 턴을 잡아 자신만 건물을 살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는 등의 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다.
게임의 종료는 이주민이나 VP가 모두 소모 되었을 때, 혹은 한 사람이 12개의 건물건축 칸을 모두 채우는 시점이 된다. 이 턴 이후 수집한 빅토리 포인트와 건물의 빅토리 포인트, 특수 건물의 VP 획득을 모두 합산하여 최고점을 낸 사람이 승리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짜잘한 콤포넌트때문에 세팅이 복잡하고 룰을 익히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일단 게임을 배우게 되면 끊기 힘든 중독성이 생길 정도로 치열하고 재밌다.
카탄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지는 못할 지라도 그 전략성과 발란스만큼은 우위에 있다. 특수건물의 포인트 획득을 통해서 막판 역전의 여지도 마련하는 등 게임이 끝나는 시점까지 누가 승리할 지 전혀 알 수 없는 숨막히는 접전이 펼쳐진다.
휴대용 세팅. 문구 파일을 이용했다.
오리지널 독어판의 모습
무엇보다도 한글화가 되었다는 점 또한 게임의 추천요소가 된다. 가히 예술 수준의 멋진 게임을 만나고 싶다면 단연 이 게임 [푸에르토 리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