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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얼티메이텀' 기다리며 복습
    CULTURE/Movies 2007. 7. 28. 21:21

    [본 얼티메이텀] 개봉 두어달 전.

    바야흐로 전편 두 편을 복습할 때가 되었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이 리차드 챔벌레인이 주연을 맡았던 티비 시리즈로 유명했던 작품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하는 스포일러 함유.


    (막간 노래 한 곡.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의 엔딩 크레딧때 나왔던 Moby의 "Extreme Ways". 이 곡은 이나영과 장동건의 삼성카드 광고 CM 송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본 얼티메이텀] 엔딩에서도 이 곡이 나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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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rne Identity]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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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rne Supremacy] (2004)

    첫번째 작품이 [본 아이덴티티]. 이탈리아 해에서 기억을 잃은채 발견된 한 남자. 그의 엉덩이에 이식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에서 찾은 여러장의 여권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전략적인 행동, 그리고 그를 쫓아오는 경찰들과 군인들 덕택에 남자는 자신이 엄청난 사건에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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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리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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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막함... 초반의 분위기는 이렇다.

    원작이 20년도 더 된 작품이라 기억상실이란 소재자체가 진부해 뵐 법도 한데 감독인 덕 리먼은 기본설정에 과격할 정도의 스피드감을 부여해가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진행시킨다. 리차드 챔벌레인의 티비 시리즈가 기억나는 사람이라면 챔벌레인의 제이슨 본과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이 아마 다른 사람처럼 여겨질듯.

    리먼의 [본 아이덴티티]의 개작으로 인한 원작과의 차이는, 다음편인 [본 슈프리머시]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성공에 대한 자신이 있었는지 리먼은 이 영화의 결말을 꽤나 연속성있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아이덴티티]의 악당인 알렉산더 콘클린(크리스 쿠퍼)은 제이슨 본이 아닌 비밀 조직 트레드스톤의 수장인 애보트(브라이언 콕스)에 의해 제거되고 애보트는 청문회에서 트레드스톤에 대한 자료를 소각한 뒤 면피책으로 피해간다. 진정한 빅배드는 살아 남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인 [본 슈프리머시]에서 제이슨 본은 애보트와 대결을 벌인다.

    기억상실에 걸린 첩보원이라는 소재답게 영화의 목표는 악당의 제거가아닌 지워진 기억속에 감춰진 진상의 파악이다. 제이슨 본은 1편과 2편에서 모두 자신이 트레드스톤의 멤버였을 당시 저지른 암살임무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각본은 단순히 전편의 반복이 되지 않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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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본에게 단서는 수많은 여권들을 보여주며 혼란을 더한다.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임무의 실패, 그리고 그 실패로 인해 소모품이 된 제이슨 본의 결백을 증명하는 과정 골자를 이루고 있다. 결국 주인공은 무고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그 배후에는 진짜 나쁜놈들이 있으니 이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의 전개다.

    놀랍게도 [본 슈프리머시]에서는 무고한 이의 살해가 정말로 제이슨 본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진다. 플롯상으로는 좀 여벌이었던 카체이스 장면 뒤에 영화를 마무리하는 클라이막스가 통쾌한 액션 신이 아닌, 제이슨 본이 자신이 죽인 러시아 대사의 어린 딸을 찾아가 사죄하는 장면인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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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 ('결혼하자' 이런게 아니다.)

    1편에서의 살인 미수, 2편에서의 살인에 대해 제이슨 본 자신은 잃어버린 기억속의 자신과 현재의 모습을 다른 사람으로 구분 지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과거의 망집은 시시각각 그를 쫓아오는 추적자들만큼이나 집요하다. 그렇기에 그나마 연인인 마리와의 재회로 마무리되는 1편에 비해, 여전히 '도망중'인 그의 모습을 보이며 끝나는 2편이 더 우울하기도 하다. 아무리 나쁜놈들이 죽고 죄과에 대한 고백을 한다 해도, 그는 여전히 살얼음 위를 걷는 기억없는 첩보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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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첩', '강렬'이라는 어휘로 표현할 만한 액션.둔탁한 타격음은 아예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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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티코스런 차로도 무지막지한 액션을 보여준다.

    유쾌하고 통쾌한 액션 활극이 아니라는 것 외에도 '본 시리즈'에는 고유의 액션 스타일이 있다. 빠르고 민첩한 맨투맨 파이팅, 그리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에 담긴 카 체이스 장면이 그 두 줄기인데, 이는 특수 장비와 거대한 스케일로 밀어붙어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제임스 본드식 액션과는 확연히 다른 멋을 부여한다.

    게다가 2편의 감독인 폴 그린그래스는 1편에서 덕 리먼이 구축한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액션 스타일의 일관성까지도 구축하고 있다. 핸드헬딩이 너무나 어지러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아쉬움 (아쉬움이었다. 극장 스크린에서 볼때 멀미가 날 정도였거든)을 제외하고는 상황에 대한 변주나 리얼리티도 잘 살아 있다.


    배우 보는 재미가 만만찮은 시리즈라는 것도 이미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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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 데이먼

    물론 그 핵심은 맷 데이먼. 처음엔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까지도 했지만, 이젠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제이슨 본을 상상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안소니 밍겔라의 '리플리'에서 야비하고 가증스런 모습, '오션스' 시리즈에서 띨빵한 모습이 맷 데이먼 고유의 캐릭터처럼 보였었기에, 도대체 이 친구가 명민한 스파이 연기에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일단 튼실한 액션훈련으로 스파이로서의 믿음감은 믿음감대로 주면서, 그가 다른 작품들에서 보였던 '불안감'의 이미지는 그것대로 살리면서 뭔가 불완전한 액션 히어로의 독특한 합일치를 구현해냈다.

    크리스 쿠퍼나 브라이언 콕스 역시 그 배우들 특유의 음흉하고 위험한 이미지로 악역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 죽었지만. 독특하게도 이 두 역들은 모두 제이슨 본에 의해 죽지 않는다.) 특히나 [본 아이덴티티]에서 저격자로 나온 클라이브 오웬은 영화를 볼 당시 참 인상이 깊다 생각했었기 때문인지 크게 성장한 지금 모습과 비교해서 격세지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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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안 앨런

    여배우들 역시 빛난다. 프랭카 포텐테는 생기발랄한 배우의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고, [페이스/오프]의 헌신적인 어머니상(!)으로 인상 깊었던 조안 앨런은 사려깊고 청렴한 파멜라 랜디 역으로 일익을 한다. 아쉬운 것은 출연 비중이 적은 니키 역의 줄리아 스타일즈인데 [본 얼티메이텀]에서 그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아서 더더욱 기대중. (개인적으로 '제이슨 본-니키' 커플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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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1편이나 2편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날 수 밖에 없지만....

    3편인 [본 얼티메이텀]은 2편의 그린그래스가 감독을 맡았는데, 미국 시사 후 로튼 토마토를 비롯한 이곳 저곳의 평론 사이트에서 [본 얼티메이텀]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개봉이 무려 9월 하순이라니. DVD는 얼마나 늦게 나올꼬. '아이덴티티'와 '슈프리머시' 합본팩을 안사고 버티길 잘했다 싶었는데.... 내년 봄이나 되야 할듯. 그것도 영화가 재밌어야하지만. 재밌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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