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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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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 워 [D-War / 2007) 시사회 감상
    CULTURE/Movies 2007. 7. 23. 21:36




    아직도 블로그에 올린 글때문에 가끔 육두문자 섞인 욕설 메일이나 인터넷 댓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래도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져서 '이런 상황이 영화 자체에 대한 편견을 갖지는 않게 하리라'고 마음 먹고 기자 시사회를 갔다.


    영화의 평을 한다면 분명히 그 기준이 될만한 비교대상이 있게 마련. 그 대상이 것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다른 영화들이 될 수도 있고, 희대의 명작이 비교대상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이 생각한 완성도 자체가 비교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디워]는 그냥 괜찮은 영화였다. 희대의 명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갈 봐줄 가치조차 없는 영화도 아니었다. 심형래 감독이 바라는 목적이 '흥행이 되는 작품'과 '재미있는 작품'중 어느 것일지 모르겠는데 (둘은 분명 다르다.) 후자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로는 그저 그랬다 정도.

    이미 시사회 이후 나오는 평가들에 대해 더 첨언할 필요가 없을듯. 스토리는 별로 이고 뜬금 없는 장면도 넘치고.... 하지만 이런 점이 [디워]의 결정적인 약점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실 전반적인 시놉시스 자체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수차례 알려졌기에  이제와서 '스토리가 약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뒷북이다.

    [트랜스포머]때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런 영화에서 뭔가 곱씹을 만한 첨예한 스토리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과욕이 아닐런지. 뜬금없이 우주 괴물이 나타나서 도시를 헤집는다 식의 스토리보다는 과거의 전설을 현세의 상황으로 연결시키는 구성이 차라리 더 노력을 한 편이다. 이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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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주인공이 나왔으니 연애를 해야한다...강박관념이 있어서..

    하지만 그 스토리의 중간중간을 연결하는 개연성은 감독의 연출력에 담겨있는 것이고 그 부분에서 [디워]는 점수를 깎아 먹는다. 그냥 딱 드는 생각은 '연출이 안일했다'는 생각. 시각효과만으로 사람의 눈을 내내 붙잡을 수는 없는 것이고 그 내러티브의 피로현상이 생기자 확실히 영화가 좀 지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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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그래픽. 이런 느낌이 '일관되게' 이어지는 점은 영화의 미덕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구성으로 아주 허황된 영화 진행은 아니었고, 많이들 지적하듯이 특수효과는 확실하게 일관된 수준으로 유지가 된다. 반복스런 분위기의 지루함도 없었고. 수평적인 방향의 스피드, 중량감 있는 상승, 그리고 대규모의 접전등이 잘 짜여져 있다. (물론 그 분위기가 다 어디서 한번씩 본듯하다는 생각이 좀 들지만은...) 진짜 감독의 지휘아래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특수효과의 느낌이 일관되게 보여진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것이니까.


    예전에 [트랜스포머]에 대해서 '흠 많은 매력녀'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뭔가 뒷맛 덕택에 또 보고 싶게하는 소소한 맛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맛'이란 것은 단순히 특수효과 장면들에 기인한 것들이 아니었다. 연출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분위기 조성, 사람냄새가 아는 유머나 아무리 썰렁하더라도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그 매력이 '트랜스포머'의 600만 관객을 달성했다고 믿는다. (600만 정도가 되었다면 분명 재관람 관객도 많지 않았겠는가.)

    물론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빼놓을 수 없다. 어색한 부분이 보이는 CG가 있긴 했지만 그 틈새틈새에서 나오는 페이소스나 유머, 그리고 긴장감. 이 덕분에 겨우 3일만에 재관람을 한 영화가 되었고 나같은 케이스가 쌓이고 쌓여 결국 천만관객을 달성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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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특촬물 특유의 어색한 분위기도 가끔. 특히나 폭발장면.



    반면 [디워]는 그냥 '무난한 평범녀'를 만난 느낌이다. B급 영화의 모토를 생각할때 말그대로 에브리맨 혹은 에브리우먼의 수준. 볼때는 그 CG 등에 경탄하며 보지만 웬지 재관람 욕구는 안땡기는 그 정도.

    물론 관건은 이런 평범한 B급 영화를 천연덕스럽게 만들어내는 헐리웃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그 노고일 것이다.

    아무튼 '말도 안되는 졸작'은 아니다. 점철 되는 실망으로 안좋은 얘기도 늘어놨고 그 덕분에 블로그 방문자들이랑 설전도 벌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고생하셨다는 말 하고 싶다.



    다만......

    엔딩 크레딧 전에 헐리웃을 배경으로 찍은 심형래 감독의 모습들이 나오면서 자막이 흐르며 나오는 소위말하는 '인간극장' 분위기의 장면  이건 전 정말 빼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간 친구는 -보기전엔 기대가 크더니만- 영화에 대해 대단히 실망을 했다. 영화 중간 쯤에는 '도저히 못보겠다'는 말까지도 했을 정도. [디워]라는 영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었거니와, 막연하게 SF의 신기원을 쓰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밌는 영화를 기대했나본데 그러다가 실망이 컸던 듯.

    그러다가 그 '인간극장' 장면이 나오자... 폭발을 하고 말았다.

    "아니 뭐야. 자기는 이렇게 고생했으니까 영화가 좀 재미없어도 재밌게 봐줘야 한다는거야? 애국하려면 순수하게 한국 기술로 만든 디워를 추켜세워줘야 한다는건가? 능력이 안되면 능력에 맞는 수준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야지 왜 무리를 하냐고. 뭐야 이건 코메디도 아니고..."


    심형래 감독의 행보를 알고 쫓아온 사람이라면, 나같이 별로 기대를 안했던 사람이라도 그 뜬금없는 신에서 고개라도 한 번 끄덕여 줄 수도 있었겠지만, 막연한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감이 큰 사람에게는 '이러했으니 감안하라'는 면죄부 호소처럼 보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그만큼 고생을 했단 뜻이지. 남이 안하려고 한걸 했다는거고'라며 변명을 해줄 정도였다.)

    물론 심형래 감독이 그런 호소의 의도로 넣은 것이 아니란 것은 알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DVD 서플로 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건 아니잖은가?  그 짧은 인간극장 장면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개봉때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한데.. 그냥 짤랐으면 좋겠다.



    아무튼 더 할 말은 많은데, 블로그에서 [디워]의 평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안하렵니다. 예전에 올린 글 때문에 비판을 해도 욕먹을거고, 칭찬을 해도 욕먹을 상황이 된 것 같아서.

    다만 그 동안 무례한 수준으로 내 블로그에 비아냥 거리고 욕설을 남긴 분들에게... 꼭 극장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재미없어도 애국하는 입장으로'같은 태도가 아닌 '한 사람의 영화팬으로서' 이 영화가 어땠는지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좋아하는 심형래 감독을 위한 최선의 길일 겁니다.

    아울러 저에 반대한 내용을 남기시더라도 점잖은 논조로 충고해주신 분들께는 감사 드립니다. 저도 반성 많이 했습니다. 기다리셨던 만큼 개봉 후에 좋은 감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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