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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 the Order of Phoenix / 2007)CULTURE/Movies 2007. 7. 16. 20:02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감독 : 데이빗 예이츠
원작이 비교적 기억나지 않는 상황. 그냥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질풍노도 해리'인데 의외로 영화에서는 많이 순화되었다. 굳이 들자면 중간에 덤블도어에게 '날 봐요! (버럭!)'하는 장면 정도랄까? 수많은 팬들에게 밉상으로 찍히게 한 질풍노도의 모습이 많이 순화되었으니 이쁘게 보일 법도 한데... 오히려 이러다보니 해리 포터가 좀 줏대없이 질질 끌려간다는 느낌이다. 잘때는 볼드모트에게 끌려다니고, 깨어 있을때는 론과 혜림이 언니한테 끌려다니고... 원래 커다란 운명의 바퀴에 끼여있는 주인공들의 전형적인 특징이긴 하지만."날 좀 내버려둬~~~!!!!!!!!!"
너무나 두꺼웠던 원작을 축약 시키기 위해 과감한 삭제는 당연했지만, [불의 잔]처럼 각개적인 에피소드가 쑹텅쑹텅 잘리는 것이 비해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뭔가 이야기가 나올만 하다가 그냥 밍숭맹숭 뭉개져 버린다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확실히 이런 점은 어느 감독이 맡았다 해도 쉽게 해결되기 힘든 부분이었을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어쨌든 고역스런 작업이었을 것이란 뜻. 그런데 다른 면면으로 보자면 오히려 원작의 장황스러운 부분을 영화화시키면서 다이제스트가 잘 되었단 생각도 든다.
[불의 잔]에서 볼드모트의 등장과 캐릭터의 죽음이 큰 전환점을 이룬 것만큼 [불사조 기사단]에서 호그와트라는 철옹성같은 시스템이 '언론'과 '정치'에 의해서 크게 흔들리는 설정은, 이후의 남은 이야기가 평탄한 흐름으로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물론 엄브릿지라는 악당 캐릭터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그녀로 대변되는 부패 정치인, 그리고 퍼지 장관으로 대변되는 무능한 정치인이 예언자 일보라는 찌라시(이미 그 성향은 지난 편에 나온 기자인 리타 스키터에 의해 보여진 바 있다.)를 이용해서 전통과 덕망의 시스템을 뒤흔드는 모습은 분명 [불사조 기사단]의 커다란 재미다.
툭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며 등장하는 '예언자 일보'의 장면이나 학교 교칙이 제정될 때마다 지축을 뒤흔들며 액자가 박혀가는 부분의 터치도 좋았다. 팡 터뜨리는 뭔가는 없어도 전운이 감돌게 하는 긴장감을 계속 슬슬 쥐어 짰다고나 할까.그 절정은 엄브릿지가 예연 담당 선생 (이름 까먹음 T_T)을 쫓아내려고 하고 맥고나걸 교수가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뻔한 설정이자 낯익은 부분임에도 정말 안타까웠던 부분. (아마 쫓겨나는 선생을 연기한 엠마 톰슨 때문이기도 했지만)잠자리 안경을 쓰고 있는 엠마 톰슨을 꼬깔모자 쓰고 있는 매기 스미스가 위로하는 이런 장면은 해리 포터가 아니면 볼 수 없다.
원작에서도 꽤나 통쾌한 부분이었던 위즐리 쌍둥이의 자퇴 장면은 좋았지만, 이런 어두운 부분의 묘사가 깊었던 탓에 뭔가 상쾌함을 주기가 역부족 같았을 정도였다. 확실히 이 시리즈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시스템의 대립 못지 않은 재미를 주는 것은 너무나 예쁘게 커가는 캐릭터들. 특히나 위즐리 집안 사람들! 론은 물론이고 쌍둥이 형제와 지니까지 어찌 그리 예쁘게 크는지. 원작보다 광기는 좀 덜하지만 루나 러브굿 역시 영화 특유의 섬뜻한 느낌의 미모를 보였다. 인터넷에서 소소히 팬도 생기고 있는 말포이도 점점 미소년이 되어가고... 거참 외국애들이란. 해리 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뭐 말 그대로 해리 포터고. 마지막에는 '엑소시스트' 흉내까지 내드만.성인 배우들의 경우에는... 배우 응집력으로는 정말 대단한 규모가 되어간다. 엠마 톰슨이나 헬레나 본햄 카터, 데이빗 튤리스 같은 배우들이 단역 수준으로 나오면서 존재감을 보이지만, 엄브릿지 역의 이멜다 스탠턴 역시 호연을 보여줬다. 나중에 DVD로 몰아서 본다면 이 시리즈에 등장한 배우들 얼굴만 주루룩 보는 재미도 만만찮을 것 같다.
불타는 언론
특수효과는 정말 현저히 떨어진다. 쓸 거리도 많지 않고, 그런 장면에 무게를 실은 영화도 아니긴 하지만 초반의 빗자루 비행 장면은 요즘 만든 영화 맞나 싶을 정도. (트랜스포머때문에 눈이 높아진게야) 마지막의 기싸움 장면은 상대적으로 너무 지나치게 화려한 구석도 있다.
우야든동... 어쨌든 점점 다크해져 가는 분위기는 좋다. 이 분위기가 어떻게 더 흘러갈지. '혼혈왕자'는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영화든 소설이든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사실 살짝 질리기도 한다. 그냥 볼때는 재미있긴 했지만 고의적인 의무감이 살살 작용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딱 그런 레벨이 되었다. 이젠.혜림이 언니는 헤름..해졌고...
초쳉은 초췌해졌으나....
루나 러브굿은... 굿!!!!
PS : 편차가 그다지 크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알폰소 쿠와론이 맡았던 '아즈카반의 죄수'가 아직까진 베스트다. 데이빗 예이츠의 연출은 그냥 무난한 수준. 그런데 '혼혈 왕자'도 이 사람이 연출한다네.
PS 2 : 분당 가족 극장인 오리 CGV에서 봤다. 해리 포터 같은 영화는 이곳을 피해야 했으나... 시간 문제도 있었고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힘든 영화. 사방이 징징대는 아이들 천지.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봤다. 재밌는 것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원작과 너무 틀려 말도 안돼. 퀴디치를 어떻게 뺄 수 있어!" 하면서 징징대던 여중생. 내가 보기엔 진짜 안타까운게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작을 본 사람임을 강조'하려는 스노브 기질의 일환인듯 했다. 느릿느릿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계속 큰소리로 툴툴대던 그 아가씨는 결국 아버지께서 일갈 외치는 "너 그럴려면 엄마 아빠랑 다신 영화 보러 오지맛!!" 호령 한마디에 닭똥같은 눈물을... (안됐다..)'CULTURE >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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