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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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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로 가는 연인들 (The Rules of Attraction / 2002)
    CULTURE/Movies 2007. 11. 5. 04:09


    감독 : 로저 에이버리
    출연 : 제임스 반 데 빅, 섀닌 소사몬, 제시카 빌, 이안 솜머할더


    '재미 없는 영화'는 많지만, '불쾌한 영화'를 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러나 타란티노 열기의 안착에 한 몫을 했다는 허풍으로 공중에 뜬 로저 에이버리의 이 영화는 보면서 불쾌하고 짜증나는 기분을 안겨준, 참으로 흔치 않은 영화가 되었다.

    그 짜증나고 불쾌함은 영화내의 플롯이나 비쥬얼의 결과때문 만은 아니다. 영화 외적인 것이 오히려 더 크다.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 대런 애로노프스키, 리처드 켈리 등의 스타일리쉬한 신진 세력들이 저렴하면서도 알짜배기 있는 폭주 혹은 심도 있는 분위기를 영화 속에서 자아내니까 옆에서 안절부절, 한 몫 끼어보려고 손가락만 빨고 몸살 앓다가 메가폰을 잡게 된 감독의 온갖 '척하려는' 얄팍함이 너무나 생생히 느껴진다.

    시골의 한 예술학교. 학생이자 마약딜러인 주인공이 보라빛 러브레터를 받고 그 편지를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학생과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의 심리적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물론 그 과정은 아름다운 연애의 방식은 아니다. 그러는 동안 이들은 마약에 수도 없이 취하고, 교수와 블로우잡을 하고, 시덥지 않은 욕설 농담들을 하고, 폭력을 벌이고, 환상에 빠지고, 자살시도를 하니까.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들 역시 별로 차별화 되지는 않는다. 역시 마약을 먹고, 파트너를 바꿔가며 섹스를 하고 온갖 추접을 떤다.

    사실 약먹고 섹스에 탐닉하는게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영화에서 그들의 선배들이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그 선배들은 그들 행동의 한계가 있었다. 폭주의 정점을 향해가는 동안 그들은 절박했다. 그 결말이 파국이 되던 갱생이 되던 간에 절박했다는 뜻이다.

    [뒤로 가는 연인들]의 주인공들은 그런 것이 없다. 각본이 나빠서인건지, 그들의 연기가 나빠서인건지, 감독이 나빠서인건진 모르겠지만 이들의 막나가는 모습은 순전히 선택의 한 갈래이다. 인생이 괴롭고 힘들어서 약을 먹고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러면 멋있어 보이니까' 내지는 '어짜피 연기이고 진짜로 약먹는건 아니니까'라는 등의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리고 로저 에이버리 감독은 그 허약해진 캐릭터들의 힘을 살려놓을 생각은 하지 않은채, 겉멋만 들린 다양한 시도에 온갖 열과 성을 쏟아 붓는다. 필름 거꾸로 돌리기, 화면 분할, 롱샷으로 하일라이트 필름 빨리 돌리기 등등등. 하지만 영화의 바탕의 싹수가 노랗다보니 이런 뻘짓들도 완전히 돼지 목에 진주다.

    너무나 뻔하다. "아, 나도 [트레인스포팅]이나 [레퀴엠]처럼 기교를 부려보고 싶어. 그렇다면 마약은 꼭 해야지. 그리고 이 배우들은 포스트 유안 맥그리거가 되는거야!" 뭐.. 이딴 생각을 한 다음에 삽질을 해댔겠지.


    이러다보니 좋은 배우진들도 아주 비호감이 되어버린다. 하긴 영화가 5년전 영화이니 그 당시에는 이것저것 해봐야 할 필요가 있던 배우들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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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일기 쓰던 '도슨'. 제임스 반 데 빅. [도슨스 크릭]을 안봐서리 기본적인 배우 호감도도 없었는데, 영화마저 이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왕재수 캐릭터다. 각본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쳐도, 그 비호감의 느낌이 외모까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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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츠 테일], [40일 낮, 40일 밤]에서 귀염스레 나온 섀닌 소사몬. 그 영화들에서의 트렌디하고 상큼한 이미지는 여기서는 완전 분해. 일부러 추레한 느낌을 주려한 것도 아닌것 같은데, 영화가 워낙 그런 분위기다보니까 배우가 거기에 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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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트]의 이안 솜머할더. 왜 나왔는지 이해조차 안되는 캐릭터. 그냥 말 그대로 여벌이다. 가만히나 있었으면 비호감에서 비껴갔을 법도 한데, '엄마 친구 아들'과 같이 조지 마이클의 "Faith"에 맞춰 침대에서 엉성한 춤을 추던 그 충격적인 장면때문에 반 데 빅 못지 않은 비호감 조연으로 낙점. 남자한테 바람맞고 울면서 뛰어가는 장면은 안스러울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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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 빌은 분명 이 당시 뜨기 전이었을텐데... 필모에서 이 영화 출연한걸 후회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얼굴 마담에서 한 치도 안벗어났으니.그냥 금발머리이고 누가 유혹하면 섹스하는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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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 보스워스는 출연 시간이 짧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국 개봉후 5년이나 지난 영화가 이제야 개봉되는 이유도 궁금하지만, 이런 졸작을 걸어놓은 시네큐브에도 실망. 아무거나 찍고 봐도 중간은 가는 편이었던 시네큐브에서 이런 희대의 졸작을 본 것은 처음이라 -기분이 나쁘고, 아니고를 떠나서- 신기할 지경이다.

    아무튼 로저 에이버리... 기억하겠어. 이 영화가 5년전 영화이고 저 젊은 배우들이 지금은 그럭저럭 좋은 영화들에서 성공들을 했으니 망정이지... (반 데 빅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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