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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허 (Away from Her / 2006)CULTURE/Movies 2008. 3. 31. 22:57
감독 : 사라 폴리
출연 : 줄리 크리스티, 고든 핀센트, 올림피아 듀카키스
캐나다의 문근영이었던 사라 폴리가 어느덧 장성해서 영화 감독까지 되었다. 만만찮은 무게감을 갖고 있는 노년의 배우들을 기용해서 정적이고 울림이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치매에 걸린 피오나가 남편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자진해서 요양소로 들어간다. 괴로워 하는 남편 그랜트. 하지만 규정에 따라 한 달 동안 만남을 갖지 못하고... 그 뒤 다시 요양소로 찾아간 그랜트는 피오나의 곁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슈렉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우아함. 위 사진을 보라. 확실히 치매에 걸리기에는 다소 젊은 나이로 설정이 나오지만, 저 이쁘고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외모 지상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캐릭터들의 우아함때문에 비극성이 더 정갈하면서도 뇌리깊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모로 제일 빛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오버액팅 없이 주어진 대사들을 되뇌이는 듯하면서도 모든 대사에는 무게감들이 가득 차있다.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지 않는 영화이기에 그 무게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또 영화는 세세한 설명대신 본 사람들이 곱씹을 수 있는 함의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그랜트가 궁금해하는 사실 - '왜 피오나가 저럴까?', '혹시 나를 벌주려는 것은 아닐까'-은 사실상 보는 이들의 궁금증으로도 전환된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30년전 있던 (심지어 영화상으로도 그다지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는) 사건에서 따라온 망집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도 갖게 한다.
이로 인한 번민, 그리고 여기에 끼어드는 또 다른 부부의 이야기로 인해 꽤나 생각의 갈래가 복잡하게 이어진다. 물론 그 대부분은 그랜트에 대한 감정이입이다.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간호사 크리스티의 조언을 통해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긴한다.
(예상할 법하지만) 아주 클리어한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피오나는 [슈렉]의 피오나처럼 마법에서 깨어나는 듯한 호사스러움을 누리지 못한다. 그리고 천형같은 치매의 증상은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캐릭터를 커튼 뒤에 숨겨놓는다.
그를 지켜보는 남편 그랜트,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부대낌 가운데서 그는 깨달음을 갖고 결단을 갖는다. 그리고 영화의 뒤안은 그 결단이후의 여정이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분명 외로운 이들에게 누군가는 다가오고 상생의 매치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안주할 수 있는 평안함이 될까. 영화는 그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감독인 사라 폴리
좀 직설적인 표현을 하자면, 폴리는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라는 느낌이 드는 실험적인 부분들, 그리고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것을 선뜻선뜻 보여주는 연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찮은 주제를 생각하면 그 절제의 묘는 나쁘지 않았다.
여러모로 볼만한 영화.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너무 의식적으로 배배 꼬지도 않았다. 오열 혹은 폭소를 터뜨리는 오버액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대를 넉넉히 마련하는 호연들이 이어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CULTURE >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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