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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 2008)CULTURE/Movies 2008. 7. 24. 05:10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져,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먼, 매기 질렌홀
7월 23일. 용산 CGV 기자시사회. IMAX DMR 관람.
미국 개봉도 거의 5일 가량 지났고 금요일 흥행 최대기록, 주말 흥행 최대기록, 단기간 2억불 돌파 등의 무시무시한 기록 갱신. 그것도 모자라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평단의 찬사.. 내가 덧붙여 뭐하리. 정말 최고의 영화다.
[다크 나이트]는 범죄 드라마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히트]를 참조했다고 하는 것에 걸맞게 (비록 몇몇 가제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액션의 속성도 하드보일드적이고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아주 음습한 느와르다. 그렇다고 분위기에만 의지하는 이미지 덩어리 역시 아니다.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던 것처럼 정말 얄미우리만치 정교한 이야기 꾸리기가 이번 [다크나이트]에서 다시 재현된다. 그것도 훨씬 확장 되어서. 전반적인 느낌은 [L.A 컨피덴셜]의 현대판 버젼 같았다.
물론 그 축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히스 레져가 연기하는 조커다. 그 어떤 배경도 주어지지 않는 단독의 사이코패스 캐릭터. 그는 말그대로 절대악이다. 그리고 그만큼 절대악이기 때문에 캐릭터라기 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도구다. 그 도구가 왔다갔다 실타래를 타는 동안 그 실에 묶여있는 수많은 캐릭터들은 비극의 바다 위에 덜렁덜렁 매달려있다.
그리고 그 실이 끊어질때마다 어떤 이들은 비극의 바다에 떨어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괴로워 한다. 크고 웅장한 고담시는 보잘것 없어보였던 한 악당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에 계속 부딪히게 되고 주인공들은 너무나 무력해 보이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간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악의 도시. 하지만 그 와중에 분연히 일어나는 것은 '아직도 정의를 믿는 이들'이다. 그리고 러닝 타임 2시간 30분은 그 분투의 과정이다.히스 레져의 연기는 정말 소름 끼친다. 전반부의 낯선 느낌이 지나가고 나면 히스 레져는 그냥 조커다. 조커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기의 정평에도 역시 덧붙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듯. 그저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했던 영화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편히 쉬시라는 이야기 밖에...
그러나 크리스천 베일을 비롯해, 매기 질렌홀, 애런 애커하트, 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먼이 함께하는 연기 앙상블을 빼놓을 수 없다. 히스 레져의 조커가 좀 더 오버액팅이 강해서 그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면 이들은 그만큼이나 차분하게 플롯을 엮어 나간다.
액션이 아주 휘황찬란하진 않다. 육탄전 장면에서는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던 것처럼 뭐가 뭔지 잘 보이지가 않는 수준이고 전체적인 액션의 분량도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 비하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액션의 질은 정말 훌륭하다. 물론 그 절정은 새로 등장하는 배드포드. 이 배트포드로 조커를 잡는 장면은 명실공히 액션 파트의 하이라이트. (그 드리프트와 '벽에 밀쳐 뒤로 돌아 정지하기' 묘기란!!)
하지만 액션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크 나이트]에게 너무나 당연한 듯하다. 재차 말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드라마'니까. (전편인 [배트맨 비긴즈]도 그랬지만) [다크 나이트]는 브루스 웨인이 언제 가면을 쓰나 하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팝콘 무비가 아니다. 배트맨이 나오던, 브루스 웨인이 나오던, 조커가 나오던, 얼굴 화상 전의 하비덴트가 나오던 투페이스가 나오던 그 거대한 드라마는 [다크 나이트]를 이어가는 커다란 힘이다. 도대체 코믹 원작의 수퍼히어로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 영화의 교훈...글쎄 '교훈'이 적절한 표현인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든 그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이런 쌩뚱맞은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 애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감상 후 잔영때문이다. 부모님의 죽음때문에 악을 증오하게 된 한 재벌 소년. 복수심에 불타오른 그가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복수는 자기만족이고 정의는 조화이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전편의 이야기는, 이번 속편에서 짐 고든의 목소리를 빌려 그가 왜 '어둠의 기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에 왜 '배트맨'이 안들어가고 'The Dark Knight'가 되었는지가 절로 깨달음이 온다.) 정말 마지막엔 눈물이 찔끔했을 정도. 정의의 의미. 정의가 내세움이고 유세이고 얼굴마담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런지.
영화가 끝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뭐랄까.. 애잔하다. 통쾌작렬이 아닌, 애잔함.정의.. 희생.. 목숨과 명예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
갑자기 [배트맨 비긴즈]에서 레이첼이 브루스에게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내가 잘못 생각했었어... 네 아버님은 널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야"
잔영이 너무 깊어서 리뷰 쓴다고 쓰기 버튼 눌러놓고 필설을 못하겠다.
대신에 국내 기사 몇개 발췌
연합뉴스 : "묵직한 클래식 블록버스터"
http://www.yonhapnews.co.kr/entertainment/2008/07/23/1102000000AKR20080723192500005.HTML
아시아 경제 : "예술의 경지 오른 '무시무시한 걸작'"
http://www.asiaeconomy.co.kr/uhtml/read.jsp?idxno=368212§ion=S1N99§ion2=S2N602
익스트림 무비 :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라선 블록버스터."
http://extmovie.com/5856
8월 6일이 오면 IMAX를 비롯한 극장에서 재관람 수순 예정.'CULTURE >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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