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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G.I.JOE-The Rise of Cobra) 황당한..한없이 황당한.CULTURE/Movies 2009. 8. 9. 20:32
감독 : 스티븐 소머즈출연 :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레이첼 니콜스, 이병헌, 레이 파크, 데니스 퀘이드,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 조나단 프라이스
하스브로사의 유명한 액션 피겨+장난감 시리즈인 '지.아이.조' 80년대에 국내에서 '지.아이.유격대'로 발매가 되기도 했었죠. 후에 코믹북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요. 저도 '지아이 유격대' 피겨 몇 개가 있었고 '그 당시에는 나름 팬'이어서 과연 어떤식으로 영상으로 옮겼는지 궁금해서 봤습니다. 물론 조연으로 나오는 이병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죠.
여름 블록버스터 가운데 상당히 많은 영화들이 '감상'보다 '구경'이 되는 작품들이죠. [지.아이.조] 역시 그 범주를 못벗어나는 작품입니다. 미스테리나 음모가 있다해도 5분을 못가서 다 해결이 되고, 속전속결 일사천리로 쭉쭉 뻗어나가는 스토리. 여기에 잠시도 숨쉴틈을 주지 않는 액션들.
그러나 롤러코스터 3분 타면 재밌을지 몰라도, 30분 타면 지루해지는 법칙 역시 이 영화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나마 나은 것은 예고편에서 끊임없이 소개되는 파리의 추격전 장면. 그나마 나을뿐입니다. 그나마...
이 장면 [트랜스포머]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죠. [트랜스포머]의 촬영 감독이었던 미첼 아문젠이 이 영화에서도 촬영을 맡았고, 일종의 tribute 장면으로 삽입했다고 합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아스러운 것은 엄청나게 후진 CG 들입니다. 액션이 만발한 장면들에서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눈에 띄지도 않는데 사막의 기지라던지 스파이 물고기 같은 장면들은 거의 애니메이션 수준이거든요. 스티븐 소머즈의 전작들인 [미이라] 시리즈에서도 CG가 후지다고 생각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를 바 없네요.
특히나 마지막 수중전은 완구 업체인 하스브로의 입김이라도 팍 들어갔는지 -하스브로는 '트랜스포머'때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영화 시작전에 정식으로 로고까지 등장합니다- 정말 장난감 홍보용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다지 잘 만들어진 장면들도 아니고요. 물론 제작비의 한계가 있긴 했겠죠.
[미이라]하니까 생각나는데 브랜든 프레이져가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미이라]에서 그 유명한 '이모텝'으로 나왔던-아놀드 부슬로는 카메오라 하기에는 좀 더 비중있는 수준의 조연으로 등장하고요.
그 외에도 연기파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사실 시에나 밀러도 [팩토리 걸]에서 꽤나 인상적이었죠. 또 한창 떠오르고 있는 조셉 고든 레빗도 나오고, 걸출한 영국 배우들인 (섈로우 그레이브의)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과 (캐링턴의) 조나단 프라이스도 나오고, 아참 데니스 퀘이드도 있군요! 그러나... 그들의 캐릭터는 하나같이 안습수준. (특히나 고든-레빗의 캐릭터는 황당. 마지막에 그가 어떻게 변하나 보세요) 원맨 히어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듀크역의 채닝 테이텀은 참으로 존재감이 미약했습니다. 레이 파크는 언제나 처럼 현란한 몸짓을 보여줍니다.
그러고보니 라스트신의 장면이 여러모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연상케 합니다. 무술 고수 두 명이 칼싸움을 벌이고 (게다가 그 두 명 중 한 명이 레이 파크인것도 같군요), 밖에서는 대규모의 수중전(수중전인데 거의 우주전처럼 빨리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대박 무공을 세우고요.
만족스러운 것은 놀랍게도 이병헌입니다. 이미 여러 사이트 등에서 '참 잘했다'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죠. 일단 캐릭터도 괜찮습니다. 찌질하지도 않고 사연도 있으면서 나름 폼은 잡지만 자기 역할에 있어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프로페셔널인..
지금까지 헐리우드 외도를 시도한 배우들 - ㅈㅈㅎ 남매 (정지훈, 전지현), 박준형, 아직 개봉은 안했지만 장동건.. 또 누구 있더라..? - 가운데서 가히 최고의 성과를 거둔 듯 합니다. 왜 한국 배우들은 헐리우드만 가면 복면쓴 닌자 역 따위만 맡는거냐라고 불평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병헌의 캐릭터 '스톰 섀도우'는 닌자 스타일의 폼은 폼대로, 비전투 상황에서는 그 상황대로 멋진 악의 축을 맡고 있거든요.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자기 몫 잘해나가는 거 보니 장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하길.
또 하나 맘에 드는 것은 미술과 기타 가제트였습니다. 알록달록 현란한 유니폼들을 단색으로 통일하는 방향성이야 이미 10년전 [엑스멘] 시리즈 부터 정립되어 온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 각종 전투 모빌들까지 덤으로 씌우면서 스토리는 없다해도 이런 분위기 만으로 영화 몇 편은 만들 수 있을 법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원제가 '코브라의 봉기(Rise of Cobra)'죠. 말그대로 지아이조와 불구대천의 관계인 코브라가 어떻게 운영진(?)을 갖추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코브라의 수장들 캐릭터가 너무나도 만화 같은지라 이들의 용모가 갖춰지는 영화 후반부는 그 만화적인 느낌이 극에 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처럼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표현하기도 힘들었겠죠. [지.아이.조]는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완구의 캐릭터들이 원작인 영화니까요.
우리는 지.아이.조 !
박스오피스 첫 주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속편에 대한 떡밥도 있고, 이래저래 2편을 만들만한 기제는 다 갖춰진 셈이죠.
만화스런 설정인거 이미 다 생각하고 봤으면서 '뭐 이래!'라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좀 너무 과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만 남에게 강추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어요.
모든 사진들은 파라마운트사의 홍보스틸샷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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