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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Chocolate / 2008) 제목만으로 판단하지 마세요CULTURE/Movies 2009. 8. 13. 12:30
감독 : 프라차야 핀카엡출연 : 지자 야닌, 아베 히로시
김정은의 초콜렛도 아니요, 쟈니 뎁+줄리엣 비노시의 초콜렛도 아닙니다.
감독인 프라차야 핀카엡의 전작들은 바로 그 유명한 [옹박], 그리고 [옹박 -두번째 미션]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된 [똠양궁]입니다. 화려한 무에타이라는 무술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람이죠. 물론 그 중심엔 액션 스타인 토니 쟈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주연을 맡은 사람은 토니 자가 아닌, 지자 야닌 입니다.
블루레이 DVD로 봤습니다. 저희 집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어서 플레이어 있는 친구집에 가서까지 봤습니다. 그럴 정도로 이 영화가 끌렸던 이유는 얼마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소개된뒤 꽤나 괜찮다는 입소문이 있어서였죠.
결과는? 별로요. 옹박 시리즈보다 신선하긴 했지만 월등히 나을 것도 없었습니다. 같이 본 친구들도 시큰둥.
일단 스토리는 신선합니다. 사실 스토리가 신선하다기 보다는 설정이 신선한 거죠. 일본 야쿠자 두목과 태국 마피아 두목 정부의 사랑. 영화 초반은 꽤나 길게 이 금지된 사랑에 대한 설명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도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본론이 더디게 나온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진짜 주인공은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젠입니다.
주인공인 젠. 제목인 '초콜렛'도 젠이 초콜렛을 즐겨먹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젠은 자폐아입니다. 신경질적이고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그러나 그녀에겐 독특한 능력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눈을 통해 보는 무술동작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거죠.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재밌기도 합니다. 처음엔 동네 아이들의 대련모습을 통해, 후에는 티비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 젠은 무술의 고수가 됩니다. (티비로 보는 영화 가운데는 '옹박'이나 '똠양궁'도 있습니다. 좀 노골적...)
그 뒤로는? 젠은 친구인 뚱보와 함께 떼어먹힌 엄마의 돈을 받아내면서 다양한 무술을 선보이고 어쩌다가 엄마를 못살게 괴롭히는 태국 마피아와도 맞짱을 뜹니다. 그 와중에 친아빠까지 돌아오고.... 등등등.
일단 꽤나 진지하게 시작된 스토리는 후반부 가서 스르르 뭉개집니다. 비극적인 이야기에 걸맞게 정석대로 나가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가운데 누선을 자극하는 여지도 없고요. 결국엔 무술 영화일 수 밖에 없는 장르적 특수성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80년대 홍콩 느와르는 이런것도 잘했단 말입니다. 게다가 초반부에는 드라마가 꽤 강하기도 했고요.
[초콜렛]에 대한 아쉬움을 드라마에서 찾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사실상 영화의 본론은 젠이 성인이 되어 악당들을 두들겨 패는 액션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 파트에서도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분명 또래에 비해서는 훌륭한 무술 선수이겠지만 생사를 놓고 벌이는 싸움판에서 지자 야닌의 무술 솜씨는 너무나도 짜여진 동선을 따라서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표현이 어렵다면... 뭐랄까 정해진 지점으로 젠이 주먹과 발길질을 하면 악당들도 때맞춰 달려가 맞아준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는거죠. 한마디로 액션이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맞고 나가떨어지는 악당들의 액션이 더 엄청납니다. 공중을 휙 날라서 유리창이나 탁자를 깨부수면서 쓰러지고, 심지어는 삐죽 나온 송곳에 찔리기까지 하고 건물에서 떨어지다가 간판에 쳐박히기도 하고... 보고있노라면 정말 아찔합니다.
장르(?)에 관계 없는 다양한 무술을 익힌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실제 구현에 있어서는 결국 무에타이 기술로만 보여지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초반에 이소룡의 영화를 보고 예의 그 '아오~~'를 남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에 손가락에 콧기름 닦으려는 듯한 그 자세 정도만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이후에는 그냥 무에타이입니다. 물론 젠이 토니 자의 무에타이 영화를 제일 좋아했다면 별개의 문제겠지만, 어짜피 허황된 설정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무술 기술들을 보여주는 방식도 좋을 법 했습니다. 물론 이건 단순한 연출이나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의 기술 훈련 문제기도 하겠죠. 취권이나 당랑권을 단기간에 배울순 없으니까요.
저작권때문에 공식 스틸만을 찾아 붙였는데, 오로지 지자 야닌 사진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자 야닌이 보여주는 무술의 태반은 옹박의 토니 자가 보여준 것과 슬슬 비슷해지고 이 때문에 단조로와 집니다. 수퍼맨의 크립토나이트 처럼 젠이 날파리를 무서워 한다는 설정도 있지만, 이 역시 중반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극복되고요.
후반부에는 젠의 아빠까지 일본에서 컴백해서 검술로 지원을 하지만 그렇다고 그 단조로움이 극복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액션의 신파가 웃기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젠의 아빠로 '결못남'의 아베 히로시가 나옵니다! 아베 히로시의 코믹 연기밖에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너무나 쇼킹...)
물론 믿음직한 체격의 토니 자가 아닌, 연약한 체구의 지자 야닌이 남자 거구들을 쓰러뜨리는 역전의 설정에는 은근한 쾌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로서의 지자 야닌도 꽤 괜찮은 자폐아 연기를 보여주고요. 하지만 그 모두 좋은 설정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의 갈피를 잘 못 잡은듯 합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 아쉬움이 큰 영화였어요.
국내에서도 개봉하겠죠? 배우 보는 재미로 찾아 볼만 합니다. 지루하지도 않고요.
PS : 엔딩 크레딧에 NG 장면들이 나옵니다. 부상당한 악당 조연을 위해서 병원에 문병가는 장면까지도 나와요. 물론 지자 야닌도 많이 다쳤습니다. 피가 줄줄 나는데도 씩 웃는 모습을 보니 안스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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