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Today
Yesterday
Total
  • [아바타] 완벽함이라 말하고 싶은, 그러나 아쉬움도 있는 왕의 귀환
    CULTURE/Movies 2009. 12. 17. 08:30



    [터미네이터 1,2],[에이리언스],[어비스],[트루라이즈] 그리고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 아카데미 시상식 장에서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벙찌는 소감을 외쳤지만, 누구도 그 외침에 반기를 들 수 없게 했던 그가  무려 12년만의 연출작으로 가지고 온 [아바타]를 보러 갔습니다. 3D 관람이었습니다.

    예상대로 환상적인 체험이었습니다.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디지털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디지털 배우들의 연기력이 인상에 남는 정도의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나비족의 행동 양식은 아마존 고부족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서 종종 보아온 것들이긴 하지만, 그 리얼함은 정말 얼이 빠지게 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그러나 마치 이 세상의 것 같은 테크놀로지의 휘황찬란함이 아주 천연덕 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점점 비쥬얼적인 압권을 더해갔고요. 중간에 제이크가 아바타에서 분리되면서 "점점 현실과 그들의 세계가 구분이 안간다"고 하는데, 그건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름다운 나비의 세계에서 갑자기 깨어나면 제 숨마저 턱 막혀버리는 것 같더군요. 기지내에서 컴퓨터나 기타등등의 사물이 위치했을때 원근이 더욱 도드라지는데, 오히려 이런 리얼함이 더욱 그 답답함을 가중하더군요.


    여기에 이질감 없는 3D가 더해집니다. 안경을 끼고 감상하는 2시간이 결코 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입체효과만을 노린 여타 작품들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카메론이 3D 촬영을 통해 노린 것은 깜짝쇼가 아니라 사실감이었습니다.

    분명 영화 역사상 큰 획을 긋는 작품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소재와 스토리에 자신만의 힘을 가미해서 관객을 압도시켜버리는 제임스 카메론의 연출이 [아바타]에서도 십분 발휘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는 예상을 하고 가긴 했지만, 비쥬얼의 적응을 위해 거쳐가는 판도라의 '투어'가 좀 길지 않았나 싶습니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허투르게 쓰는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어느정도 도식적인 스토리 상에서 '숨을 고르고' 넘어가는 지점이 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판도라와 나비족에 대한 설정의 묘사를 서술하는 것도 반복되는 감이 없지 않았고요. 네, 좀 지루했습니다.


    어디서엔가도 나온 평이기도 한데 제임스 카메론 자신이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지점에서 적당히 머무른것 같습니다. 비쥬얼의 쇼크가 내러티브와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게 하기 위해서 말이죠. 아주 명약관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직설적인 묘사 역시 조금 더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모호한 캐릭터로 묘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닙니다. 악랄하면 악랄하게 끝을 보여줘도 되었을 법하다는 거였죠. 특히 악역들에게 이런 생각이 더욱 크게 들었습니다. 쿼리치 대령은... 제가 카메론의 영화들 가운데서 제일 심심하게 여겼던 악역인 ([타이타닉]의) 칼 호클리보다도 더 단순한 악당이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파커도 좀 더 세밀하게 다뤄도 될법 했고요. (미셀 로드리게즈가 분한) 트루디나 제이크의 친구인 노암 역시 기능성 캐릭터에서 그냥 머무르다 끝나는 느낌이었고요.



    이런 전반적인 비교는 역시 드라마가 힘을 갖고 있었던 [타이타닉]의 비교이기도 합니다. 고루하기 그지없는 설정이었지만 [타이타닉]의 드라마 요소요소는 그게 주연 남녀의 러브스토리이든, 지나가는 에피소드이든 힘을 갖고 있었죠. 그러나 [아바타]는 판도라 유람과 설정의 묘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캐릭터를 다루는 세밀함은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상깊은 장면들은 오히려 감성적인 묘사들이었습니다. 날아다니는 익룡같은 동물들을 처음 타고 비상하는 장면은 그 장면 만으로도 눈물을 찔끔하게 할 정도였고 인간들의 첫번째 포화가 쏟아질때, 유달리 눈이 큰 나비족들의 멍한 표정에도 눈물이 찔끔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 지경으로 가게 되면 '내가 지금 뭐하는거야. 저건 결국 CG 캐릭터들이라고'따위의 생각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버릴 정도였고요.


    SF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부의 전투 장면을 제외하면 오히려 커다란 서사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전쟁씬이나 액션에 의지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이런 감정적인 고조는 분명히 중요하죠. 그리고 이 장르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과의 교감에도 큰 일조를 할 겁니다.

     

    여러모로 카메론이기에 나올 수 있는 역작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는 동시대의 감독들 앞에 수십개의 넘사벽을 쌓아놓고 유유자적할만한 어마어마한 영화를 또 하나 던져놨습니다. 다만 80년대와 90년대 작품들에서 보여졌던 그 힘의 진동이 약간 약하게 느껴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재관람. 다음은 아이맥스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