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야드'란 런던 경시청의 별명이다. (웨스트민스터의 스코틀랜드 야드가 바로 런던 경시청 건물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게임은 1983년 발표 이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게임이다. 쉽고 재밌으며, 여러모로 독특한 점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2003년에 한정판으로 발매된 20주년 기념판. 'More than 4000000 Sold'라는 자랑스런 문구가 붙어 있으며, 종이박스가 아닌 틴 케이스에 담겨 있고, 눈가리개용 종이 모자 대신, 진짜 모자가 들어 있다.
구성품들
꽤나 복잡한 맵
실제 런던 지명을 담고 있다.
이 게임은 런던 시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지 않은 사이즈의 맵에 얼핏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운 보드가 일단 인상적이다. 하지만 맵의 복잡함에 비해 게임은 3분이면 설명이 될 정도로 룰이 간단하다.
맵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정거장이다. 런던 시내를 다닐 수 있는 교통 수단은 택시, 버스, 지하철의 세 가지로 맵에는 각각의 구간이 숫자로 적혀있는 역들이 쓰여 있다. 택시 정거장은 제일 흔하지만 이동 거리가 짧고, 버스는 그 중간, 지하철은 장거리를 한달음에 움직이게 해준다.
이것이 5명의 용감한 형사들. 저기 저 뒤는 바로 괴도 Mr. X
말들의 하단부가 투명한 것은 이렇게 역 번호를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기발한 발상.
매뉴얼에 명시된 바로는 3~6인용이지만 정작 이 게임에서 인원은 별로 의미가 없다. 한 명의 범인, 그리고 한 팀의 경찰팀만 구성되면 된다. 그 경찰팀은 3,4,5 명이어도 되고 그 이상도, 심지어 단 한 명이 되어도 상관 없다. 어떻든 정해진 갯수의 형사만 움직이면 된다.
움직여지는 형사 말의 갯수 역시 제한이 없다. 하지만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3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 경찰팀의 인원이 각각의 형사의 말을 움직여도 되고 한 사람이 다수를 움직여도 된다.
결국 게임의 목적은 1, 2등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의 범인을 잡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인 Mr. X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일종의 팀플레이를 벌이게 된다.
우선 시작과 함께 Mr. X와 각각의 형사의 말들이 초기에 배치될 역번호를 받게 된다. 형사들은 해당 위치에 각자의 말을 놓지만 Mr. X의 말은 놓지 않는다.
따라서 Mr. X는 (특히 초기에) 자신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려고 넓은 맵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이때 형사들은 그의 눈이 어디로 가는가를 세세히 살피게 된다. 때문에 Mr. X는 한없이 눈치를 보게 되고... 친한 친구들끼리 즐기노라면 벌써 이 단계부터 폭소가 터진다. 바로 이런 점이 이 게임의 묘미.
여하튼 Mr. X는 자신의 시선을 가리는 것도 관건이다. 게임도 이를 배려해서 기본판에는 종이로 된 눈 가리개 모자가 들어있다. 그러나 20주년 판에는 종이 모자 대신 이게 들어있다.
의외로 뽀대도 나는 20주년 판 진짜 모자. 집 앞에 나갈때 쓰고 다니기에도 좋다.
택시, 버스, 지하철 티켓들
이제 각 플레이어들은 자기 차례때 각자의 말을 이동시킨다. 이동할 때는 초기에 배정받은 대중교통용 티켓을 사용한다. 형사들은 배정된 티켓의 수량에 제한이 있는데,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총 22턴이므로 사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것이 트레블 로그
범인인 Mr. X는 위치를 나타내지 않는 대신 이동때마다 트레블 로그-도주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는 나중에 자신의 임의대로 말을 옮기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트레블 로그 작성. 실제로는 이렇게 제대로 된 글씨로 쓸 수가 없다.
역번호를 쓴 뒤에는 이동에 소요된 티켓으로 번호를 가린다.
트레블 로그 작성 후에는 티켓으로 해당 번호를 가린다. 물론 트레블 로그를 작성할 때도 눈치 싸움은 이어진다. 펜이 내려가는 획을 보아하니 앞자리가 1이라는 둥... 말도 안되는 딴지를 걸어가며 형사와 범인의 분위기는 재미있게 조성된다.
아. 도대체 어디서 찾으란 말이냐. 우왕좌왕 형사들
물론 게임을 이렇게만 진행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이라면 형사들이 어떻게 Mr. X를 잡겠는가?
짜잔. 바로 앞에 나타났다!
따라서 형사들에게 단서를 제공해야하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때가 바로 3번째, 8번째, 13번째, 18번째 턴이다. 이때에는 무조건 Mr. X가 그 위치를 공개해야 한다.
운좋게 형사들의 근처에 위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Mr. X가 형사들의 이동을 파악하며 피하기 때문에 위치를 나타낸 이후에도 거리는 상당히 있는 편이다. 따라서 다음 턴에 사라질 Mr. X의 향후 이동 반경과 방향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
이것이 더블 카드. 티켓을 연이어 두번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X 카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했는지 알 수 없게 한다. 심지어 강으로 도주도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Mr. X를 위한 도구가 더 있다. 바로 두 장의 더블 카드와 형사들의 수만큼 배정되는 X 카드. 더블 카드는 두 장의 티켓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만큼 위치 공개 턴이 빨리 오기때문에 사용을 조심해서 해야한다.)
또 하나는 X 카드로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게 해주거나 강으로의 도주를 가능케 한다. 대부분 위기의 순간에 범인은 이 카드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형사들은 게임 초반에 범인이 이 카드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13번째 턴에서는 공개를 해야한다.
바로 여기!
게임의 묘미는 역시 Mr. X가 위치를 공개한 시점 부터다. 형사들은 일단 포위망을 좁히는 형태로 Mr. X를 잡아야 하고, 아울러 이동 반경이 넓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못하도록 위치 선점을 해야한다. 어느정도 포위망이 좁혀진 이후에는 도주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야 한다.
포위된 Mr. X. 이 정도 되면 현실적으로 탈출은 힘들어 진다.
물론 그 포위망을 너무 안일하게 구성해도 안된다. 어떻든 22턴 안에는 Mr. X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22턴이 끝나도록 잡지 못한다면 승리는 Mr. X의 것이다.
위의 리뷰에서도 대충 엿볼 수 있는 사항이지만, 역시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타는 게임이다. 아주 얌전한 사람들끼리만 한다면 재미없다.
나름대로 팀웍을 발휘하며 형사들을 이동하는 친구들. 여기에 유유히 도주하며 친구들을 놀려대는 악역의 범인. 모두가 한껏 허세를 부리며 진행 하노라면 [스코틀랜드 야드]는 정말 한바탕 파티같은 게임이 된다.
게다가 초기의 말 배치를 제외하고는 운의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나름대로 신중한 추리를 하느라 머리도 꽤 써야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PS 1 : [뉴욕 체이서]라는 속편도 있는데... 꽤나 만장일치로 혹평을 받고 있다. 사실 본편만으로도 심심할때 돌리는 재미는 쏠쏠 하다.
PS 2 : 서울을 맵으로 한 [서울 경찰청]이라는 게임이 있다. 공식 라이센스는 아니고, 아마 비공식으로 카피한 게임 같은데... 3천원의 저렴한 가격, 여기에 걸맞는 조악한 콤포넌트들이 담겨 있다. 이래저래 저열하지만 익숙한 지명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