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명작 [푸에르토 리코]의 카드 버젼. 푸코의 제작자인 안드레아 세이페스의 작품. 게임의 타이틀인 '산 후앙'은 푸에르토 리코 연방에 위치한 섬으로 리키 마틴이 자란 곳이기도 하다. 물론 푸코를 해본 사람에게는 '이주민 올려 놓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
[푸에르토 리코]는 ALEA 사의 빅박스 시리즈였지만, [산후앙]은 [와이어트 어프]처럼 스몰박스 시리즈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상자의 디자인 또한 푸코의 그것과 비슷하다.
구성물들. 점수표와 연필이 앙증맞다.
여러모로 인터페이스도 [푸에르토 리코]와 비슷하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6개의 직업군. 푸코에 있던 주지사, 시장, 생산자, 상인, 건축가, 광부의 직업 카드가 있다.
다만 '개척자'와 '선장'은 빠졌다. 우선 농장과 공장이 분리 개념이 아닌 한개의 생산 건물로 대체되기 때문에 개척자의 역할이 건축가에게 편입되었다. 또 [산후앙]에서는 생산품 선적의 개념이 없다. 카드로 만들어진 게임이니만큼 카드에 기재되어 있는 점수를 최다 획득하는 사람이 이긴다. 따라서 선장이 없다.
생산의 근간은 바로 농장이다. 농장과 공장의 개념이 구분 되었던 푸코와는 달리 산후앙에서는 한 개의 생산소로 통합되었다. 설탕, 담배, 커피의 3개 농작물은 그대로지만 제일 저렴하던 옥수수가 빠지고 그 대신에 제일 값진 은이 들어온다. 생산 건물은 몇개던지 중복되게 건설할 수 있다.
푸코의 특수 건물에 해당하는 보라색 건물들. 역시 다양한 기능들을 갖고 있다. 이 건물들의 기능을 숙지하고, 여러개의 건물 기능을 연이어서 콤보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 다만 보라색 건물은 같은 건물을 두개 지을 수 없다.
또, 특수 건물중 후반부 점수 계산에 추가점을 허락하는 것들도 있다. 이른바 푸코에서 10점짜리 대형건물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이 건물들은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점수를 준다. 특히 [산후앙]에서 새로 생긴 기념 조형물 콤보(동상-승전탑-영웅상-개선문)는 아주 강력하다.
시작시에는 모두 인디고 농장을 하나씩 갖고 시작한다. 게임의 진행역시 푸코와 비슷하다. 주지사를 잡은 선부터 돌아가면서 한 개의 직업을 선택해서 액션을 한다. 직업을 잡은 사람에게는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 역시 동일하다.
중앙에는 공개하지 않은 카드덱을 둔다. 저 카드들은 때로는 생산되는 농작물로, 때로는 지불할 돈으로, 때로는 건설한 건물들로 사용된다.
건축가(Builder)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중 하나를 건축할 수 있다. 이때 지불은 건설하는 건물 카드를 제외하고 손에 남은 카드들의 장수를 돈으로 쳐서 지불한다. 예를 들어 손에 다섯장의 카드가 있는데, 그중 비용 3짜리 담배 농장을 짓는다면, 담배 농장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4장 가운데서 3장을 내야한다. 건축가를 잡은 사람은 지불시 카드 한 장을 디스카운트 받을 수 있다.
생산자(Producer)는 생산을 한다. 중앙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가져와서 농장 위에 뒤집어 겹쳐 놓으면 그 뒤집힌 카드가 바로 해당 농작물이 되는 것이다. 한 개의 농장 위에 한 장밖에 생산할 수 없으며, 농장이 여러개여도 한 농장만 생산할 수 있다. 생산자를 잡은 사람은 두 개의 농장까지 생산할 수 있다.
상인(Trader)은 생산된 작물 중 하나를 판매해서 돈으로 받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시세가 매번 변한다는 점이다. 시세 타일을 뒤집어서 인디고부터 은까지의 시세를 확인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카드로 받는다. 상인을 잡은 사람은 두 개의 농작물까지 팔 수 있다.
주의원(Councillor). 푸코의 '시장(Mayor)'과 비슷해 보이나 사실 어감도 틀리고 역할도 다르다. 주의원을 잡은 사람은 카드 무더기에서 다섯장을 가져와서 그 중 한 장을 선택할 수 있다. 건설을 목표로할 적당한 건물을 몰색할때 유용하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다섯 장이 아닌 두 장중에서 한 장만을 선택할 수 있다. 비교적 운의 요소가 큰 역할이다.
너무나 친숙한 직업인 광부 (Prospector). 이 직업을 잡은 사람만 카드 한 장을 추가로 가져간다.
[산후앙]에서 관건은 카드들의 조합. 생산 건물과 특수 건물들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면서 생산이나 판매, 건축에서 우의를 잡아야 한다. 푸코와는 달리 카드의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격이 저렴한 건물이라도 빨리 지어 따라가면서 향후 플레이를 도모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건물들의 콤보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관건. 예를 들어 보자면... 수로(Aqueduct)는 생산자의 턴에서 생산을 추가 한개 더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우물(Well)은 생산이 두 개 이상 될 경우 추가 카드를 한 장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두 개를 함께 지어 놓는다면 생산자 턴에서는 미니멈 두 개 이상의 생산과 함께 추가로 한 장 카드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또 다른 예. 교역소(Trading Post)는 상인 턴에서 추가로 한 개의 생산품을 더 판매할 수 있게 해준다. 임시 장터(Market Stand)는 두 개 이상의 생산품을 팔 경우 추가 한 장을, 대형 시장(Market Hall)은 판매시 무조건 추가 한 장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세 건물을 모두 지으면 상인 턴에서는 생산품을 팔기만 하면 무조건 추가로 두 장의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재밌는건 건물들 중 일부는 푸코에서 이미 친숙한 건물들이라는 점. 채석장(Quarry), 장인 조합(Guild Hall), 시청(City Hall)이 바로 이런 건물들인데, 이들은 건물 가격 디스카운트, 건설된 농장 혹은 건설된 특수 건물별로 추가점을 주는 등 그 기능도 푸코때와 비슷하다.
또 [산후앙]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건물들 중 일부분은 후에 푸코의 확장판에서 비슷한 기능의 건물들로 새롭게 등장한다. 라운드마다 카드 한 장을 점수로 적재할 수 있는 예배당(Chapel)같은 건물들이 바로 그것.
게임은 이런식으로 진행되어 누군가 먼저 12개의 건물을 지으면 끝난다. 종료 후에는 건축된 건물들의 점수의 합, 여기에 점수 추가 건물들의 조건 점수를 합해서 해당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일단 카드 게임으로 진행하면서도 명작 [푸에르토 리코]의 감각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만으로도 게임을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여전히 외워야할 건물의 암기 압박이 좀 있긴 하지만, [푸에르토 리코]보다는 확실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