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나의 전설이라고 해도 될 카탄. 주사위 운빨이네, 진정한 보드게임에 비하면 초보적인 게임이네 뭐라뭐라 말을 해도 카탄이 보드게임계에 끼친 영향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명성을 갖고 있는 카탄이기에 디자이너인 클라우스 토이버는 카탄의 기본 개념을 모토로 몇 개의 확장팩 (Expansion Pack)을 발표했다. 그 중 기본판 카탄에 덧붙여 사용하는 두 종류가 유명하다. 첫번째는 카탄의 항해자 (The Seafarers of Catan), 또 하나는 카탄의 도시와 기사들 (The Cities & Knights of Catan)이다.
그 중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것이 바로 '카탄의 항해자'다.
복잡해진 콤포넌트. 일단 육각 타일이 많아진다.
항해자 버젼만의 콤포넌트. 항구마커, 점수마커, 배, 해적선, 금광 타일
[도시와 기사들]이 기존 카탄의 룰 진행방식을 완전히 개정해서 새로운 개념의 진행을 이뤄나가는 '종적인 확장'이라고 친다면, 이 [항해자]는 기존의 룰을 최대로 이용하되 맵의 포맷을 바꾸는 '횡적인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룰은 별로 바뀌는 것이 없다. 주사위를 굴려 해당하는 숫자 마커에 인접한 집은 자원을 받아온다. 매 턴 전에 교환을 통해서 원하는 자원을 추가 획득할 수 있고, 기존 구성표에 따라 도로나 개척지, 집을 세울 수 있다. 발전카드 구매도 그대로다.
'항해자' 시나리오. 그 첫번째인 'New Shores'
하지만 [카탄의 항해자]의 시작은 만만치가 않다. 그것은 맵의 배치가 기본판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카탄은 하나의 섬이고, 바다를 건너면 개척해야 할 또 다른 섬이 존재한다.
시나리오에 따라 추가된 타일들을 사용해서 맵을 구성하는데, 이게 꽤나 보통일이 아니다. 적어도 기본판 세팅에 소요되었던 시간의 몇 배는 필요하다.
첫번째 시나리오 'New Shores'에 따른 맵 구성
당연히 기본판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맵과 초기 개척지를 세팅하고 나면 이제 기본 룰에 입각해서 진행을 하면 된다. 물론 몇가지 차이점은 있다. 그 차이는 시나리오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부분 소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아무튼 [카탄의 항해자]에서 매뉴얼은 필히 소지하고 진행해야 한다.
일단은 점수가 높아진다. 10점이 목표였던 기본판과는 달리, [카탄의 항해자]는 점수가 13점이 목표다. (시나리오에 따라서 1,2점 정도 차이는 있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요소인 배가 있다. 배는 바다에 인접한 개척지로부터 출항할 수 있다. 배는 '양털'과 '목재'를 조합하면 만들 수 있는데, 이 덕분에 약간 어정쩡한 위치의 자원이었던 '양털', 초기 이후에는 별 볼일 없던 '목재'가 중요한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물론 배를 사용해야만 바다를 건너 다른 섬에 개척지를 지을 수 있다.
새로운 섬에 도달하여 개척지를 건설하면, 그 개척지는 1점이 아닌 추가 2점을 안겨준다. 이를 표시하기 위해 개척지의 밑에 특별 점수 마커를 올려 놓는다. 내륙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고생하는 동안 고득점을 선점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된다.
섬에는 이처럼 금광도 있다. 금광은 해당 주사위가 나왔을때, 플레이어가 원하는 자원으로 카드를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해적선 출몰!
반면 바다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바로 해적선. 기본판에서 7이 나왔을때 움직이던 도둑과 같은 개념이다. 7이 나온 플레이어는 해적선을 원하는 위치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때 해적선이 놓여진 바다 타일내에 있는 선박은 해적선이 사라질 때까지 추가로 이동을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묶여버리는 거다.
이처럼 게임이 진행되면 '도로-개척지-항로'에 이르는 긴 라인이 형성된다. 연속된 도로의 길이만 따졌던 기본판과 달리, [카탄의 항해자]에서는 항로까지 따져서 'The Longest Road' 추가점을 주기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항로와 신천지 개척 모든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가. 역시 정해진 점수를 먼저 얻는 플레이어가 승리.
[카탄의 항해자]는 기본판에 지친 플레이어들에게 정말로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높아진 점수 종료 조건때문에 게임 시간이 다소 길어지지만, 제한된 규모의 섬을 쟁탈하기 위해 펼치는 스릴은 결코 기본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다.
기본 매뉴얼에 포함된 시나리오들
이 처럼 타일을 비공개 상태로 놓고 시작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여기에 다양한 시나리오들의 존재도 쉽게 질리지 않게 하는데 한 몫한다. 약간은 협소한 규모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도 있고, 전체 맵의 일부를 랜덤하게 공개해 나가면서 개척을 해가는 시나리오도 있다.
매뉴얼에 있는 시나리오들도 일일이 돌려보기 힘들건만, 해외에서는 [The Book]이라는 시나리오 모음집까지도 판매하고 있단다. 물론 자작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도시와 기사] 수준의 룰 변형이 없기에 무난하게 시도할 만한 카탄의 확장판으로 제격이다. 이 놀라운 대작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지를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