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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오브 데드 (Land of the Dead / 2005)CULTURE/Movies 2006. 6. 19. 10:32
감독 : 조지 A 로메로
출연 : 사이몬 베이커, 데니스 호퍼, 아시아 아르젠토, 존 레귀자모.
초저예산 영화로 만든 68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후 '시체 3부작'을 만든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가장 최신작.감독인 로메로에 대한 사전 설명 풀자면... 로메로는 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 78년에 [시체들의 새벽], 85년에 [시체들의 낮]을 발표하며 이른바 근 20여년의 기간에 걸쳐 '시체 3부작'을 만들었고, 이 영화들은 하나같이 마스터피스 판정을 받은 영화들이다.
(보기 힘든 영화임에도 나는 저 중 1편을 봤다. 그것도 논현 도서관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했던 상영회에서. '호러 영화의 클래식'이라는 홍보 문구에 끌렸는지 계모임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했었던 기억이 난다. 무섭기는 커녕 졸음마저 오는 느릿한 영화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대부분이 영화 중간에 자리를 뜨긴 했지만. 도대체 68년산 흑백 영화에 뭘 기대했던 걸까.)
한편 2004년에 '시체 3부작'중 두번째인 [시체들의 새벽]이 젊은 감독 잭 스나이더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다. 우리나라 개봉제는 [새벽의 저주]. 그 뒤 1년이 지나 발표된 것이 바로 이 [랜드 오브 데드]인데... 갑작스레 좀비 영화 두 편이 1년 간격을 두며 개봉해서 마치 속편같은 느낌을 주지만, [랜드 오브 데드]는 리메이크 작품인 [새벽의 저주]와는 달리 3부작을 잇는 새로운 오리지널이다. 태생으로는 차원이 다른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랜드 오브 데드]를 거장의 컴백작품으로 보기엔 좀 불안한 감이 있었다. 우선 조지 A 로메로가 시체 3부작의 마지막을 만든것이 85년이니 무려 20년이나 지난 셈이다. 패기있던 중년 감독이 이제 환갑을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란 예상을 할만 하잖은가. 게다가 로메로는 '시체 3부작' 외에는 별다르게 어필할만한 작품들이 없는 편이었다. 끽해야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했던 작품 두어편 정도. 왕성한 작품 편수로 어필하는 감독이 아니란 뜻이다. DVD를 보기전 웬지 지치고 늘어지는 좀비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이 영감님이 바로 조지 A 로메로
그러나 결과는 만족. 꽤 재밌는 작품이었다. 리메이크된 [새벽의 저주]나 전자오락 스타일의 좀비 영화인 [레지던트 이블], 대니 보일이 엉뚱하게 만든 영국판 좀비 [28일후] 시리즈들까지 껴서, 좀비영화의 출현이 꽤 잦아진 요즘 분위기에 뭔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꽤 스피디하다. 최신기술로 보여지는 무시무시한 고어장면이 이미지적으로 눈길을 끌지만 그런 깜짝쇼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좀비들의 세상이 된 사회, 생필품을 구해오는 바운티 헌터들의 일상, 그 와중에 자본으로 채워진 고층빌딩의 철옹성 안에서 호위호식하는 계층들과의 대비에 대한 설정의 설명이 흘러가노라면 이미 영화가 단순히 좀비 대 인간의 단선 대립구조를 훨씬 벗어났음을 이해하게 된다. 쇼핑센터를 철옹성으로 삼았던 [시체들의 새벽]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지만, 좀비 무리 이외의 구성된 사회가 있다는 점에서 더 복잡하다.
특히 재밌는 것은 우화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풍자들. 아무리 재정적인 기반이 있다해도 현실감이 너무나 떨어지는 피들러스 그린의 귀족들의 생활상과 빈민가의 대립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각각의 세계를 넘나드는 바운티 헌터들은 이 모든 것을 스케칭하는 화자의 역할이 된다.
물론 좀비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헌터들이 쏘는 불꽃 놀이를 보며 헤벌레하던 좀비들은 리더의 영도아래 점점 조직력과 소통체계를 갖춘다. 정말 노골적이다. 권력층이 보여주는 불꽃놀이- 언론이나 매스미디어에 넋을 놓았던 대중, 더 넓게 보자면 대테러리즘의 명제가 미국인들의 머리에 크게 각인된 요즘의 분위기에서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의 각성 과정과도 닮아있다. 계층의 대립과 하층의 각성. 말그대로 이 공식에 대입할만한 현실이 어디 한두가지겠는가.
각성된 시체들이 피들러스 그린을 점령하는 것은 거의 예정된 수순처럼 흘러간다. 심지어 주인공인 라일리는 -그럴 기회가 있었음에도- 리더 좀비를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점령한 피들러스 그린을 좀비들의 안착지인양 인정한다. 말그대로 이 영화에서 핵심의 적은 좀비들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내러티브의 위치를 바꾸고 공간을 좁히기 위해 커다랗게 움직이는 하나의 유동적인 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영화는 안티 클라이맥스다. 그러나 누가 좀비들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행복만발의 결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다못해 전자오락 블럭버스터였던 [레지던트 이블]도 불쾌한 뒤끝을 쿨한 느낌처럼 남겨놓는 요즘 세상에 말이다. (물론 그건 속편의 제작 여지를 위한 것이었지만.)거장의 컴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듯. 그 수준이 영화만으로는 아무리 범작처럼 느껴진다 해도,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듯한 좀비 영화들의 러시속에서 나름 재밌고 생각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은 말라버린 우물에서 다시 물을 뽑아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대단하오. 노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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