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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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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2005)
    CULTURE/Movies 2006. 5. 8. 02:43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 레이프 파인즈, 레이첼 바이즈, 빌 나이히


    (내용 다 까발려져 있음.)

    [러시아 하우스]로 알려진 존 르까레의 소설이 원작. 책은 못읽어봤지만 영화화 단계에서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잠재적인 스릴러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물론 얼개는 부부간의 드라마. 그렇다고 선남선녀들의 아리따운 러브스토리도 아니다. 두 남녀가 보고있는 진실과 신념, 그리고 이들의 충돌 때문에 파국을 맞이하는 비극의 이야기다.


    AIDS가 감기처럼 만연한 아프리카. 인권부재의 현장 속에서 '잘나가는 나라들'의 안위를 위해 주민들을 모르모트로 삼는 제약회사의 음모와 이를 파헤치던 여성 인권가 테사 퀘일의 죽음으로 영화의 전반부가 소개된다.

    그리고 영화 제목처럼 '한결같은 정원사'의 폼으로 그녀를 목도하던 남편 저스틴은 아내의 죽음을 통해 그야말로 더럽다 밖에 할 수 없는 진실에 다가선다. 살의 가득한 위협이 장벽으로 버티고 있는 현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아내에 대한 믿음으로 걸어나간다. 확신할 수 없는 진위에 대한 의문을 가슴에 품고도 말이다.


    가감없이 펼쳐지는 아프리카의 풍광. 보기만해도 갈증나는 그곳에서 테사 퀘일은 '한 사람에게라도' 구원의 손길을 뻗치려 한다. 그런 그녀에게 저스틴은 '모든 사람을 구할 순 없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한 사람을 향한 손길이 모두를 도울 수 있는 시작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 때문에 비참한 오명과 함께 살해 당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테사는 남편의 믿음을 이 세상에 남기고 갔다. 비극의 순간 직전까지도 의혹과 갈등으로 관계가 얼룩졌던 부부. 그럼에도 '고상 고상, 우아 우아'로 삶을 관조하던 저스틴은 더듬더듬 그녀의 발자취를 뒤쫓는다. 그리고 이제는 죽은 아내가 걸었던 여정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싸우는 법을 배운다.

    저스틴 퀘일은 영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세력있는 제약회사들의 마수와 폭도들을 피해 달아난 그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비행기로 떠나 보낸 뒤, 아내가 죽은 아프리카의 벌판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를 만난다.

    영국. 저스틴 퀘일의 장례식장. 저스틴의 처남을 통해 밝혀지는 진상. 노기띤 범죄자의 퇴장 모습만이 보여지는 결과의 전부다. 과연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닌 부부가 남긴 증거의 편린들이 이들의 발을 묶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진 않는다.



    영화는 정말 나직한 어조로 일관한다. 제약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스릴러라고 해서 무슨 '미션 임파서블'을 기대해서는 당연히 안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상, 단선적이어서 화면이랑 오히려 더 맞아 떨어지는 음악, 그리고 그만큼 단선적으로 흐르다가 폭발하기도 하는 배우들의 연기.

    거대 제약회사인 쓰리비의 음모가 밝혀지는 순간에도 감독은 '아니 이런 음모가 있나!'라면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이것이 이 세상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이기에 서글플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이에 대해 항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더욱 서글플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 저스틴 퀘일의 얼굴에 드리워진 음영과 절망만을 더욱 짙게 칠한다.



    그런즉, 이 영화로 오스카 상을 탄 레이첼 바이즈만큼이나 저스틴 역을 한 레이프 파인즈에게도 큰 찬사가 돌아가야할 듯하다.

    같이 본 지인 말하길, 레이첼 바이즈의 연기는 '사랑하는 이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그러나 큰 진실에 다가서는 용기'를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 연기여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는가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잔영이 남는 영화는 늘 좋다. 그리고 [콘스탄트 가드너]는 '우울함의 심상'으로 그 잔영이 깊은 영화였다. [사생결단]도 그랬고... 요즘 왜 이러냐. (중간에 [미션:임파서블3]가 끼어 있어서 다행이야.)


    PS: 영화 보고 나오니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힘있는 자들에 의해 저주받은 땅이라 명명받은 아프리카에도 단비가 내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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