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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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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 2005)
    CULTURE/Movies 2006. 3. 7. 02:44


    감독 : 이안
    출연 :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홀, 미셀 윌리암스, 앤 헤터웨이


    에니스 : 딱 한 번의 일이었다고 치자. (This is a one-shot thing we got goin' on here.)
    젝 : 어짜피 여긴 우리뿐이야 (It's nobody's business but ours.)
    에니스 : 이봐, 난 동성애자 아냐 (You know I ain't queer.)
    잭 : 나도 그래 (Me neither.)

    풍광좋은 브로크백 산에서 방목을 하던 두 카우보이. 그들(특히 에니스 델마)은 이렇게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부인하려고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그 이후 무려 20여년간 이 두 남자의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크리스 쿠퍼가 연기한 군인이 생각난다. 미국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상징처럼 고매한 군인 자세로 영화 러닝타임을 일관하던 그. 영화 후반부에서 케빈 스페이시에게 돌연 입맞춤을 시도하려다 거부당하자 처량하게 빗속으로 걸어나갔던 크리스 쿠퍼처럼, 역시 미국적인 상징인 카우보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두 게이 청년은 '단 둘만의 별천지'였던 브로크백 산에서의 방목이 끝나자 터덜터덜 세상으로 걸어나간다. 그러나 운명의 망집은 고리가 되어 두 사람을 20년동안 서로 끌어당긴다.


    글쎄. 물론 나의 신념은 이들을 그저 보통사람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분명 치유 받아야할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안 감독의 이 영화가 '그들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교회들. 치유의 노력을 가지려고 하는 이들조차 '치유 되기 전에는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며 배척하는 근본주의자들. 과연 그들이 패역한 세대를 소탕해낸 교회의 파수꾼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픔이 있는 이들을 돌아보지 않으려하는... 하나님의 계명을 오히려 잊고 사는 이들은 아닐런지?

    만약 성령의 체험으로 이들이 일순간에 돌아설 수 있는 보장이 있다면 나도 그런 완강한 대열에 얼마든지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을 체험한 이들이라해도 대부분 바른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기나긴 여정을 가야하는 것이 사실인 상황에서, 그들의 치유를 위해 전심으로 동참하는 그 누군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호모 캐릭터가 희화화의 소재가 되거나, 혹은 게이 남친이 쿨한 메이트로 나오는 여타 미국 코메디 영화들 보다는 분명 진지한 접근을 가진 영화다. 물론 그 진정성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보듬는 것이, 그들의 관점에 동참하게 되는 지경도 분명히 생길 수 있기에 기독교인들이 보려한다면 분명 조심 해야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고로... 스테레오 타입화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거나, 혹은 관념자체가 희박한 크리스천에게 강권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오.. 나는 두 조건 모두 오케이란 말인건가?) 그야말로 이런 영화들의 양산 자체가 일종의 '붐'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일전에 미향이 한테 들은 케이스-호모 섹슈얼이 아님에도 미디어의 영향으로 자신들이 그런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는 학생들-가 생각난다.)




    진지하게 썼지만... 사실 위에서 말한 부분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감상이긴 했다. 워낙 개봉전부터 많이 회자가 된 부분이니. 오히려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보게 해준 엔진은 배우들의 열연. 이거 만큼은 시쳇말로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껄렁한 고딩 킹카 혹은 껄떡쇠로 자주 등장하던 히스 레져는, 도대체 그 배우가 어디 간거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게잡힌 연기를 보여주고, 애초부터 재목감으로 회자되온 제이크 질렌홀 역시 호연을 보여준다.

    이 두 주연뿐만이 아니다. 히스 레져의 진짜 와이프(동거녀인가?)인 미셀 윌리암즈와 앤 헤터웨이. 둘 다 [딕]이라던지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나왔던 철부지 틴에이져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열정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앤 헤터웨이는 중년 분장이 약해서 조금 덜 돋보이긴 했다.)

    세상에... 그야말로 맹탕하고 가벼운 영화에 나오던 젊은 배우들이 순식간에 아카데미급 명배우로 거듭난 것 아닌가. 정말 영화보다는 이 젊은 배우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더욱 놀라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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