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그저 그렇다. 일단 개봉후 시사평이 좀 더 있었는데 그 중 영향력 있는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별 두개에 "이 음울하고 활기없는 영화에서는 화려한 특수효과 장면들 조차도 의무감에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네. 나도 좀 별로인 영화였다.
아무래도 호평은 '수퍼맨'이라는 향수에 젖은 이들을 따라온 감흥에 기인한듯. 사실 그런 방면이라면 어필할 요소들이 얼마든지 넘쳐난다. 78년도와 80년도에 만든 수퍼맨 1,2편의 꼭 빼닮은 오프닝, 존 윌리암스의 테마음악 재사용, 크리스토퍼 리브를 꼭 닮은 브랜든 루스, 엔딩 크레딧 전 지구를 배경으로 비상하는 수퍼맨의 모습까지 그대로이니. 극장에서 혹은 티비 영화로라도 열광하며 수퍼맨을 본 세대라면 충분히 감격할 만은 하다.
게다가 시대가 지나 수퍼맨의 비행모습을 비롯해 각종 특수효과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제 수퍼맨의 비행 장면은 주변 배경과 전혀 이질감이 없고, 그의 초능력 역시 실제상으로 수퍼맨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그래보일 법한 수준으로 묘사된다.
어쨌든 재료는 좋았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수퍼맨에 대한 오마쥬의 느낌으로 뭔가를 놓치고 있는듯. 간교한 악당 렉스 루더의 얄팍한 묘사는 78년 진 해크만의 느낌을 그대로 따온듯 하지만 악당으로서 존재감이 약하디 약하다. 그의 지구 정복 계획은 빈약하기 그지 없고, 마르고 닳은 소재인 수퍼맨의 약점 크립톤나이트도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소개'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역경을 한번 딛고난 수퍼맨의 반격과 문제 해결은 '저렇게 힘쎈 친구니 뭔들 못하겠어..'라는 생각만 들며 클라이막스를 넘기고. 결정적으로 이 모든 이어붙임동안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수퍼맨의 사생활 이야기. 글쎄.. 이건 사실 각본의 문제이거나 감독의 연출보다도 태생적인 문제이다. 클락 켄트 자체가 수퍼맨 세계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워낙 무시당하는 존재이다 보니. 클락 켄트-로이스 레인-수퍼맨의 관계 연관성 구도가 안그려진다. 심지어 수퍼맨 조차도 자신의 가면인 클락 켄트를 무시할 정도이니. 하지만 약간은 삐진듯, 속좁은듯이 굴면서 로이스 레인의 마음을 저울질하며 오매불망하는 수퍼맨의 묘사는 좋았다.
문제는 로이스 레인과 사람들의 수퍼맨에 대한 태도. 개봉전 소개된 영화의 시놉시스에서는 수퍼맨의 5년동안의 부재동안 잃어버린 신뢰와의 괴리감에서 뭔가 굉장한 갈등 요소가 생길 것 같은 분위기로 몰면서...'아 수퍼맨이 이런 분위기로 또 갈등 구조를 만드는구나'라고 기대를 했건만...실제로 수퍼맨의 등장전까지도 로이스 레인의 분위기를 비롯해 여러가지가 그런 기대를 촉발시켰건만...
정작 수퍼맨이 등장하자마자 이런 갈등은 우수수 무너진다. 추락하는 비행기를 구하자마자 사람들은 마치 '5년이든 10년이든 자릴 비우면 어때. 역시 수퍼맨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에게 열광하고, '수퍼맨 험담'으로 퓰리쳐 상까지 받으며 완고했던 로이스 레인은 그의 등장과 동시에 첫날밤 신부처럼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니...
어찌되었든 본격적인 궤도는 다음편에서 좀 더 강력한 악역들이 나타나면 보여질듯. 안타깝게도 지금 미국내 제작비 회수가 어려울 정도로 흥행에서 죽을 쑤고 있다하니... 팬들의 감흥을 다시 불태운 것은 좋지만, 영화의 기본 의무인 드라마가 약한 작품이다 보니 이런 흥행결과도 웬지 결자해지같다는 심통스런 맘까지도 생긴다. ㅋㅋ
배우들은 좋았다. 케빈 스페이시의 렉스 루터가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 자신이 이미 78년 진 해크만의 연기를 모사하는 것이니. 그런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잘 한편이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브랜든 루스! 말해 뭐하겠는가. 그야말로 그린것처럼 생긴 그의 얼굴은 크리스토퍼 리브를 닮았으면서도 자신의 아우라가 있다. 게다가 신인임에도 둔중하면서 섬세한 수퍼맨의 느낌을 잘 살렸고... 오히려 매력의 발산이 너무 커서 어리버리 클락 켄트일때에도 그 매력이 비적비적 새어나올 정도다. (망말로 뿔테 안경으로 가렸다고 클락 켄트의 매력을 정말 몰라볼까? 실제였으면 아마 데일리 플래닛의 얼짱으로 한 인기 했을걸....) 이러다보니 클락 켄트의 어리버리한 면이 상대적으로 잘 안드러나는 아쉬움도 있다.
[수퍼맨 리턴즈]의 영화로서 아쉬운 첫번째 관람 이후 며칠 뒤. 아이맥스 관람에도 도전했다.
[폴라 익스프레스] 볼때처럼 러닝타임 내내 안경을 쓰고 보는거면 좀 지칠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독특하게 스크린 밑의 인디케이터가 들어오면 안경을 쓰고, 아닐때는 벗고 보는 독특한 관람이다.
괜찮았다. 안경 벗고 쓰고하는게 좀 불편했지만 아주 힘든 일도 아니었고, 테마 파크의 흥분된 분위기가 제대로 된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와 어우러지니 아주 재밌었다.
제작 단계서 부터 아이맥스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브라이언 싱어답게 과감하다. '그래봤자 아이맥스지'라고 생각하다가 본 첫 비행 장면의 입체 영상은 아찔할 정도였다. 속력있는 비행신보다 더 아찔한 듯. 망말로 감독은 이런 장면을 최대한 넣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을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았겠지, 장면을 위해서 플롯과 타협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런 점에서 [수퍼맨 리턴즈]의 관람이 참 귀한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 그 어느 영화가 이처럼 아이맥스의 체감을 잘 드러내줄 비행신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이런 체감을 많이 할 수 있다면 아이맥스 극장에서 안경을 벗었다 썼다하는 불편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듯!
1. 도대체 렉스 루터는 어쩔 생각으로 그 대륙을 키운걸까? 아무리 봐도 풀한포기 자라기 힘든 불모지인데. 게다가 그 대륙이 기존의 문명을 완전히 뒤집을 정도로 발육이 커보이지도 않고. (막판에 수퍼맨이 들어낼때 크기는 그다지 커보이지도 않드만) 어쨌든 새로운 대륙에서 세력을 키우려면 기존의 문명과 인적 자원이 필요할텐데... 루터가 갖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쓸모 없는 헬기 한 개 뿐이잖는가.
- 가정 : '고독의 요새'에서 수퍼맨 아버지께 문명화에 대한 비법을 전수 받았을 것이다.
2. 수퍼맨 2편에서 로이스 레인은 잠시 인간이 된 클락 켄트와 밤을 보낸다. 아들내미는 분명 이날 생겼을듯. 그런데 2편 마지막에서 클락은 자신이 수퍼맨인걸 알고 있는 로이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와 키스하고, 그 결과 로이스는 며칠간의 기억을 모두 소실한다. 그런데 자기 아들이 수퍼맨의 아들인건 어떻게 알았을까?
- 가정 : 2편과 [리턴즈] 사이에 우리가 몰랐던 관계가 또 있었을 것이다.
3. 레일건으로 쏴도 무적인 수퍼맨. 그만큼 무적인 것은 역시 구멍이나 흠집하나 나지 않는 수퍼맨의 옷. 그러나 렉스 루터가 크립톤나이트 칼로 찌를때는 구멍이 쉽게 난다. 나중에 병원에 실려 왔을때도 의사들이 아주 쉽게 옷을 찢어낸다. 어떻게 된건가?
- 가정 : 수퍼맨의 수트는 수퍼맨의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다. 수퍼맨이 약해지면 옷도 따라 약해진다. 크립톤나이트 칼로 찌를때나, 병원에 실려 왔을때 수퍼맨은 크립톤나이트 때문에 약해진 상태였고 옷도 따라 약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