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지 밀러
주연 : 일라이자 우드, 브리타니 머피, 휴 잭맨, 니콜 키드먼, 로빈 윌리암스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라서 그런지 조지 밀러가 오랜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해피 피트]의 골자는 동물다운 동물의 세계가 아니라 의인화된 세계, 그 중에서도 가무를 즐기는 펭귄들의 세계다. 일단 목소리를 맡은 배우들을 보라. 일라이쟈 우드를 제외하고는 다들 뮤지컬이나 음악에서 한끗발 날리는 배우들만 포진시키지 않았는가.
하지만 해외에서의 호평에 비해서는 다소 지루했다. 영화 초반 눈을 잡아끄는 CG의 경이로움은 요즘엔 오히려 너무나 일상화 된듯 해서 조금 보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졌다. 아이맥스에 최적화된 빙벽 사이의 폭주도 너무 과용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CG 공습의 신선함이 잦아들고 나니, 주인공인 멈블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얌전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졸음이 올 정도였다.
귀결되는 것은 스토리. 재밌게도 [해피 피트]는 허버트 로스의 [풋루즈]가 마구마구 연상되는 스토리다. [풋루즈]에서의 '락 음악'을 '댄스'로 바꾸면 대충 스토리가 매칭된다. (그런데 노래가 절대 가치인 세계에서 어떻게 춤이 터부시 될 수 있을까) 영화의 안티테제인 노아(휴고 위빙이 목소리를 맡았다!)는 [풋 루즈]에서 존 리스고우가 연기했던 무어 목사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른 세상으로의 모험까지도 나오는 바람에, 스케일은 [풋루즈]보다 오히려 커졌다. 그러니까..... 미중부 부자 동네에 살던 명망있는 가문집 자제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 여행하던 중, 남미 접경 지역에 가서 히스패닉 친구들을 만난 뒤 돌아와서 권위에 도전하고 자유와 열정을 내뿜는다는 뭐... 그런 얼개다.
이것도 부족해서, 중반으로 넘어가면 그다지 폭발력 없는 어드벤쳐와 고난의 여정... 후반부에 가서는 엑스 파일 분위기 나는 미지와의 조우 스토리까지. 게다가 추적장치 등에 단 채 에이리언들까지 데리고오고, 음악적 불구(?)가 된 아버지의 재활치료(!)까지도 해내는 주인공! 이러니 당연히 가족영화이면서도 2시간이 꽉 차지. 주변에 아기들은 징징대고 후반부엔 아예 잠들어서 조용할 정도였다.
영화의 메리트는 뮤지컬로서의 기능. 비싼 배우들 데려온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들어진 넘버들이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고, 제대로 된 모션 캡춰는 펭귄의 움직임을 장르 음악에 맞춰서 멋들어지게 재단했다. 여기에 쉴새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은 확실한 영상도약을 펼쳐낸다. 후반부에는 실사 화면과 매칭을 시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니 이 영화의 기술적 성과는 확실히 인정할 만하다. 그 놀라움이 플롯의 아쉬운 점까지도 뒤집어 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야든동.. 아쉬운 점과 장점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화인데.... 총합은 대충 엇비슷하다. 확실히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인 것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