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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의 일상, 대중문화, 그리고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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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액션 히어로 (Last Action Hero / 1993)
    CULTURE/Movies 2007. 6. 3. 16:23

    1991년 [터미네이터 2]의 큰 성공 이후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던 슈왈츠제너거가 그의 80년대 작품들 중 좋은 평가를 받았던 [프레데터]의 감독인 존 맥티어넌과 함께 만든 영화가 1993년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이다. 슈왈츠네거도 그렇지만 맥티어넌도 [다이하드]와 [붉은 시월]로 이어지는 액션 전문 감독으로서의 상종가를 한껏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그야말로 기대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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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 필나는 포스터



    당연히 제작사인 콜롬비아는 어마어마한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그 당시 소문에 의하면 나사에서 발사한 무인 로켓 옆구리에다가 영화 제목을 써붙인 적도 있다고. (국내에서는 이 영화 포스터가 찍힌 전화카드가 홍보용으로 배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자기 체면까지 다 떨궈가면서 (나중에 자세히 설명) 연기를 했던 슈왈츠네거는 실패에 대해 분개하며 맥티어넌을 탓했고, 좋은 콤비가 될 법했던 두 사람은 이 일로 완전히 찢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평론 반응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될 만한 영화다. 오매불망 대한극장에서의 빅스크린 상영을 놓쳤던 나는, 후에 친구들과 함께 비디오로 이 영화를 봤는데... 그때 우리는 '점잖은 관람'과는 거리가 멀게 이런저런 입담을 나누며 매우 즐겁게 영화를 봤다. 그도 그럴것이 [마지막 액션 히어로]가 놀려대는 액션 영화의 클리셰들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긴 극중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서 그 클리셰들이 상세하게 소개가 될 정도니 '입담 나누며' 볼 필요가 없을 정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풍자는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액션 영화의 패턴'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의 비지니스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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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액션 히어로 등장


    영화는 주인공인 잭 슬레이터가 아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연쇄 살인마 리퍼와 맞닥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의 전체적인 구도도 실상을 보면 놀려대기의 연속이다. 도끼 하나만 쥐고 있는 범인에 비해 경찰차와 병력들은 황당할 정도로 많으며 경찰 서장은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만 지른다. '이 좋은 성탄절'에 난리가 터지는 것은 [다이하드]를 염두한 농담같고, 그 와중에 잭 슬레이터는 수순처럼 '상관 무시하고', '배지 반납하고', '제지하는 동료들 쓰러뜨리며' 범인과 대치한다. 모든 것이 영화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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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끼든 살인범 하나 잡겠다고 몰려든 병력들


    한편 모든 것이 정갈한 영화 속의 세계와는 달리, 허름하기 그지없는 극장 안에서 '잭 슬레이터 3편'을 보던 또 다른 주연 대니의 모습은 깝깝하다. 그의 돌파구는 영화, 그리고 영화속의 폭력이다. 대니의 상상속에서 등장하는 그 유명한 햄릿의 슈왈츠네거 버젼은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적인 해결'에 대해 노골적인 비꼬기를 하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잭 슬레이터 표 영화속의 살상까지 포함한다면 [마지막 액션 히어로] 중에서 보여지는 살상률이 꽤나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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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거리


    영화 속과 실제의 배경을 번갈아 보여주는 초반부는 깨는 농담들이 숨어있음에도 좀 지루한 편이다. 특히나 대니의 집에 들어오는 좀도둑 이야기는 현실에서의 무력함을 강조하려고 삽입시킨듯 하나 아무래도 여벌처럼 늘어지기만 한다.


    확실히 '진정한 본론'은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장면부터다. 물론 이 영화는 오프닝 타이틀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옛 콜롬비아 로고와 함께 시작되는 [잭 슬레이터 4편]의 오프닝 말이다. 하긴 [잭 슬레이터]의 주연도 아놀드 슈왈츠네거이긴 하다. (참고로 [잭 슬레이터]의 감독으로 크레딧에 보여지는 프랑코 콜롬부는 슈왈츠네거의 동료 보디빌더로 슈왈츠네거의 결혼식때 들러리를 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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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슬레이터 4편


    초반 장면에서 보여진 영화속 세계는 대니가 후디니의 마술 카드를 통해 영화속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자세히 보여진다. 호텔 로비같은 LA 시경건물, 오로지 미녀들만 가득한 거리....

    대니 매디건은 영화속 세계에서 분명 이방인이지만, 여느 [환상특급]류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그 세계에 대해 박사급 지식을 갖고 있는 이방인이다. 그렇기에 그는 영화속 인물들이 반발하기 힘든 논리들 (555로 시작되는 전화번호, PG-13 등급이기 때문에 욕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내세우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슈왈츠네거, 아니 잭 슬레이터의 완강한 무시에 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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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렛 파킹도 해주는 LAPD


    밑도 끝도 없이 때때거리는 그 캐릭터때문에 대니는 관객에게 다소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화 속의 정형화된 설정을 짚으며 코메디를 유발하는 것은 감사할 노릇이지만, 그것이 뭔가 플롯의 변화를 만들기엔 역부족이오 (끽해야 모짜르트의 살인범이 연기하는 배역이니 조심하라는 충고와 베네딕트의 본거지를 찾아낸 정도?) 코메디가 아닌 액션장면에서는 사이드킥으로서도 그다지 믿음직스럽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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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재수없는 아역


    '잭 슬레이터 영화속'에서의 액션 장면들 역시 가공된 설정 액션들이다. 차들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이리저리 날라다니고, 주인공을 피해가는 총알들은 도를 지나친 수준이다. 슈왈츠네거, 아니 잭 슬레이터는 필요할 때마다 마치 기계체조 선수처럼 재주를 넘고 그 와중에 사이드킥으로 일익을 하려는 대니는 [E.T]의 한 장면을 패러디까지 한다.  처절함과 긴박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 하나같이 만화같은 장면들이기에 [마지막 액션 히어로]를 액션영화로서 보기에 함량이 미달된다는 인상을 심어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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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두다다다다~~' 이런 액션들의 연속이다.


    감독의 액션 연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천만에 나카토미 빌딩에서 정말 울상으로 피범벅이 된 채 죽을둥 살둥 뛰어다니던 맥클레인 형사를 생각해보라. 존 맥티어넌은 분명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서 엄청난 스케일의 농담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농담이 조금 질릴 무렵, 잭 슬레이터는 대니와 함께 영화 밖으로 달아난 베네딕트를 찾아 현실 세계로 온다. 그리고 이후의 장면 태반은 당연히 현실로 들어온 영화 캐릭터의 어리버리함이 보여주는 코메디로 이어진다. 영화속에서 상황에 대한 지식이 빠삭함에도 어린아이라 무시당했던 대니와 달리, 현실속에서 잭 슬레이터는 어리버리함에도 영화배우인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대충 밀어붙인다. 이를 이용한 개그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역시 대니의 엄마와 함께 밤새워 밀담을 나누는, 그리고 이른 아침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들으며 감격스러워 하는 액션 히어로 잭 슬레이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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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로의 결혼'과 '땅콩 버터'가 있는 가정의 모습


    '잭 슬레이터 영화속'에서의 가공된 액션,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의 코메디가 이어지면서 -우리가 존 맥티어넌이라는 이름에게 기대할 만한-액션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점점 좁아진다. 현실로 들어온 잭 슬레이터는 영화속에서처럼 차유리를 맨손으로 깬다던가 할 경우 돌아오는 것이 진짜 통증이라는 것만 깨달으며 블랙 유머의 연장선 다리만 놓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은 역시 클라이막스인 시사회장 장면. 이 장면을 전후해서 '배우 아놀드 슈왈츠네거'로 출연하는 슈왈츠네거는 자신의 사적인 부분도 농담으로 마구 던져댄다. 시사회 장에서 '플래닛 헐리우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에게 빈축을 사는 장면이라던지 잭 슬레이터를 자신의 스턴트 더블로 생각하고 인사하다가 무안을 당하는 장면은, 대니의 엄마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놀드 브룬슈위거입니다'라고 하는 장면보다 더 처절한 수준이다. 이 장면의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가 과연 슈왈츠네거에게서 나왔을지, 아니면 맥티어넌에게서 나왔을지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 이러고도 영화가 망했으니 열받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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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슬레이터와 아놀드 슈왈츠네거


    다소 황당한 장면은 리퍼와 베네딕트를 해치운 이후 등장하는 '죽음'이다. 후디니의 티켓 때문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에서 튀어나온 '죽음'은 마치 최종 보스인양 잭 슬레이터와 대니에게까지 다가오지만, 정작 별다른 액션 없이 충고 몇마디 하고 사라질 뿐이다. '죽음'을 연기한 이안 맥켈런은 반가운 얼굴이지만 "또 다른 티켓의 반쪽을 찾아라"는 것과 "영화 캐릭터는 죽음의 명단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 굳이 나타날 필요까지 있었을까. 안그래도 러닝타임은 질질 늘어지는 지경인데 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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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이안 맥켈런)


    어쨌든 베네딕트의 총에 맞아 죽어가던 잭 슬레이터가 '부상'이 '분장'일 뿐인 영화속 세계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결말은 액션 영화의 호쾌한 폭발 장면 보다는 [네버 엔딩 스토리]같은 판타지 류의 결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처럼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그 위압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코메디 영화다. 설정이 갖고 있는 개그의 요소가 완전히 플롯 위에 눕혀져 있고, 그 위에 액션 장면이 농담처럼 섞여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액션 장면이 전면으로 나오려고 해도 그 가운데서 웃음이 비적비적 새게 되는 그런 영화다. 그러나 살상률이 높은 액션 장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 때문에 영화의 홍보 포커스를 '터미네이터 류'로 해야할지 '유치원에 간 사나이 류'로 해야할지 난감한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개봉당시 콜롬비아는 전자로 확실하게 밀어붙였지만.

    하지만 홍보와는 달리 코메디에 치우쳐진 비중, 그리고 그 코메디의 소재가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헐리웃의 시스템, 심지어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까지도 농담의 소재로 비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 당시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배신감까지도 느끼게 할 수준이 되었다. 생각해보라. [마지막 액션 히어로]의 예고편을 보면서 "와! T-2를 잇는 아놀드의 화끈한 액션 영화가 나올거야!"라고 기대하던 팬들이 정작 개봉날 극장에서 느꼈을 당혹스러움을. 이 영화가 다소 시간이 지난 뒤에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의 또 다른 의의는 그 당시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중이었던 영화 [트루 라이즈]에게 타산지석 역할을 했다는 점. 주연배우는 물론, 액션과 코메디의 결합이라는 시도까지 같았던 [트루 라이즈]는 '만화적인 설정'으로 웃기는 개그의 뉘앙스는 살렸지만 그 액션의 강도는 한층 높였고 지나친 농담으로 빠지는 경우를 적절히 피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여러모로 [마지막 액션 히어로]와 대비되는 면모였다. 물론 [트루 라이즈]가 원작이 있던 작품이라는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카메론이 [마지막 액션 히어로]를 염두했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와신상담의 기분으로 95년 [다이하드 3]를 괜찮게 뽑아낸 맥티어넌은 그 뒤 [열세번째 전사]로 시작되는 재앙의 연속을 맛보았다. 최근에는 무려 4년째 연출작이 없는 지경. 하다못해 그의 효자영화인 [다이하드]의 4편조차도 엠티비 세대 감독인 렌 와이즈먼에게 메가폰을 넘겨 버렸다.

    한편 [트루 라이즈]로 기사회생했던 슈왈츠네거는 척 러셀의 영화인 [이레이져]를 기점으로 하강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설이 된 [터미네이터]의 3편조차도 그를 구제하지 못했는데, 어짜피 정치인으로서의 삶에 매진하기 시작한 시기이기에 그 자신도 큰 불만은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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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짓 윌슨


    육체파 배우 브리짓 윌슨이 슈왈츠네거의, 아니 잭 슬레이터의 딸로 등장한다. '잭 슬레이터' 영화판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윌슨은 현실 세계의 배우 이름도 메레디스 카프리스라는 가공의 이름을 사용한다. [잭 슬레이터 시리즈]는 메레디스 카프리스의 데뷔작이라는 설정이 나오는데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실제로 브리짓 윌슨의 극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 이후 주연급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윌슨은 그 뒤 테니스 선수인 피트 샘프라스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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