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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Transformers / 2007) 리뷰CULTURE/Movies 2007. 6. 11. 22:08
감독 : 마이클 베이
주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조쉬 더하멜
6월 11일 기자 시사회. 오매불망 [트랜스포머]를 드디어 보았다. 사실 감독인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변신하는 로봇들의 현란한 전쟁이라니! 이것을 놓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너무나 멋진 예고편 덕택에 기대치도 한껏 상승한 상태.사이버트론 행성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진영으로 나눠서 싸우는 트랜스포머들. 그들은 스캐닝 과정을 통해 어떤 기계 형태로도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트랜스포머들의 힘의 원천인 '큐브 (Allspark)'가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정의의 오토봇, 메가트론이 이끄는 악의 디셉티콘의 쟁탈전이 펼쳐진다. 한편 디셉티콘의 블랙아웃과 프렌지는 미국방성 해킹을 통해서 큐브의 수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평범한 소년 샘 윗위키를 찾아낸다. 비슷한 시기에 미리 지구에 와있던 오토봇 범블비는 중고차를 가장해서 샘을 보호한다.
범블비. 귀엽고 정이가는 E.T 스타일 캐릭터.
장중한 오프닝 이후에 시작되는 첫 시퀀스는 '거두절미'하고 중동 카타르의 미군 주둔지역을 습격하는 블랙아웃의 장면이다. 예고편에서 너무 남발된 장면이긴 하지만 이미 특수효과의 질감이 보통을 넘어서는 영화임을 천명하는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공포감 효과도 만만찮다.
긴장감 만빵인 장면이 지나노라면 주인공 샘 윗위키의 장면으로 넘어간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샘이 우여곡절 끝에 오토봇인 범블비가 변신한 중고차 카마로 셀비를 얻게되는 과정 역시 자잘한 농담들과 함께 주의환기가 된다. 아울러 여주인공 미카엘라와의 만남, 그리고 범블비가 여러가지 코믹한 상황으로 샘을 돕는 장면도 나쁘지 않은 소박한 재미를 준다. (특히 The Cars의 "Drive"가 나오는 장면은 완전 대박)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식의 유머.
카타르의 비상 사태 이후 소집되는 국무장관 주재하의 비상팀의 움직임 역시 마이클 베이 스러웠지만 전혀 느릿함이 없이 긴장감 만빵으로 진행 되었고, 여기서 끝낼새라 에어포스원에 침투한 프렌지의 해킹과 전투/탈출 장면쯤에 이르러서는 [트랜스포머]라는 영화 자체가 액션이나 긴장감에 있어서 단순한 노선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에 흥분지수가 마구 퍼올랐다. 아, 정말 이때까지는 대단했다. 대단해서 손을 불끈 쥐었었다.그 이후 한바탕 벌어지는 범블비와 디셉티콘 바리케이트와의 전투. 그리고 나머지 착륙한 오토봇들과 샘, 미카엘라의 조우.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주도하에 각각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오토봇의 소개장면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긋난걸까?
트랜스포머 일행이 샘의 집으로 와서 문제의 물건을 찾다가 샘의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모드가 되는 장면은 박장대소 감이지만 뭔가 유머가 살짝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아, 정말 미운 캐릭터들인 섹터7의 무리들이 등장하면서 과유불급의 유머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트랜스포머들의 연구를 맡아온 비첩기관인 섹터7의 요원역을 맡은 배우는 존 터투로. 그는 히스테릭한 섹터7의 요원역을 맡아서 온갖 개그스런 상황을 자아내지만 웬지 역부족이고, 심지어는 '개그를 위한 개연성 상실'이라는 생각까지도 들게한다.
예를 들자면 섹터7에 잡혀가는 샘과 미카엘라를 구해내는 트랜스포머, 그랬다가 '또 다시 잡히는' 샘과 미카엘라의 장면이다. 분명히 범블비까지도 섹터 7에 잡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겠지만, 첫번째 구출에서 무력을 행사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다시 잡힌 샘과 미카엘라, 범블비를 구하자고 하는 부하들에게 '인간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그냥 무마해 버린다. 뭔가 더 매끄러운 상황 설정은 없었던걸까? 섹터7을 알아내기 위한 비상책이라고 설명을 한다던지...
아무튼 사방에 산발한 캐릭터들이 모두 모인 섹터7에서 대강의 상황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올스파크의 소재를 알아낸 오토봇들.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려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습은 좋은데... 여기서부터 이 영화의 깨는 설정이 하나 나온다. '너무너무 말이 많은 옵티머스 프라임'.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를 맡은 피터 컬렌이 이번 영화에서도 수고를 하고 있지만, 완전히 '배달의 기수'급 대사를 틈만나면 읊는데, 예전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는 실제 배우들이 읊조리던 대사를 거대한 로봇이 떠맡으니 이건 완전 깨는 개그가 된다.
대장님 등장. 근데 말씀이 너무 많으시다.
큐브와 디셉티콘의 수장 메가트론이 봉인된 곳이 같은 후버댐이기에 큐브의 운송과 메가트론의 해동의 액션이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서 일익을 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프렌지. (디셉티콘 진영의 2인자가 전투기로 변하는 스타스크림이라던데... 나라면 프렌지를 추천할거다!) 연이어지는 나쁜 녀석들 스타일의 총격전까지... 확실히 프렌지가 나오는 장면들은 재밌다!
아무튼 군과 오토봇 진영은 공조체제로 큐브를 안전한 곳에 이송하기로 한다. 질문 한가지. 주인공들은 큐브를 숨기기 위한 이송수단으로 헬기를 선택하는데, 글쎄.. 헬기나 전투기로 변하는 디셉티콘들이 있는데 과연 헬기가 안전한 이송수단이 될 수 있을까?
프렌지. 재밌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낸 공신.
아무튼 무대가 되는 도시 한복판에서 트랜스포머들 최후의 전쟁이 펼쳐진다.이 장면은 수려한 CG들이 펼쳐내는 거대 액션의 장이다. 다만 거대 로봇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동선이 사방으로 나있기에 로봇들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말 그대로 셋업되지 않은 전시 액션의 느낌 그대로다. 여기에 샘을 필두로 한 '올스파크 미식축구' 구도까지 이어진다. 오토봇들의 주특기(메딕, 무기담당 등..)가 처음에 소개된 것과는 달리 그냥 전투때는 각개 전투 형태로만 나온 것도 아쉬운 점..
큐브(All Spark) 미식 축구 쟁탈전.
하지만 액션자체는 좋더라도 샘의 용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설정과 대사들은 조금 작위적이었고, 여기서 이어져 전쟁을 끝내는 결정타를 날리는 장면.... 아... 정말 이 영화의 최대의 옥의 티다. 이 결정타 이후 영화를 보던 주변 사람들은 '끝이야? 뭐 또 일어나는거 아니야?'라는 식의 분위기가 되어버릴 정도였다. 부상자와 전사자가 나오지만 별로 캐릭터에 동화될 틈도 없다는 것이 아쉬움.
영화는 긴 에필로그 없이 전투 종료 후 주역들의 모습을 보이면서 끝나는데, 주제가로 쓰인 린킨 파크의 "What I've Done"이 흐르며.. 또 다시 옵티머스 프라임의 장중한 연설이 한바탕...
영화의 장단점이 눈에 띄게 존재하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후반부로 갈수록 짙어져서 그 체감 느낌이 배가된 감이 없지 않아 있고, 또 개인적으로 워낙 기대했던 영화라 기대에 대한 대비 효과가 큰 탓도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인 나의 느낌이 다른 청중들의 일반적인 체감도와 같다고는 할 수 없겠고, 누구도 부인못할 특수효과의 융단폭격이 보여준 때깔 좋은 화면도 분명 보통내기 이상의 영화였다.
그럼에도 순수한 영화적 재미를 봤을때 확확 와닿는 영화는 아니었다. 좋은 소재에서 이뤄내지 못한 성취도 부분의 아쉬움이 잔영처럼 남았고, 분명 마이클 베이가 아니라면 구현해내지 못할 장면들의 연속이었지만 큰 그림의 짜집기는 그 정도의 재미보다는 도달하지 못한 소재의 가능성에 대해서 더 주저하게 만드니...
[스파이더맨 3]나 [캐러비안의 해적]보다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저 작품들이 정말 내 기대치에 한참도 못미쳤던 것을 생각하면 그냥 올 여름 블록버스터 군 중 괜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애쓴 마이클 베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필버그 제작에 브래드 버드(인크레더블, 아이언 자이언트)가 감독을 맡았으면 어땠을까하는 나만의 판타지가 다시 몽실몽실 떠오르는...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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